샤넬과 호페쉬 쉑터가 전하는 ‘몸의 언어’
샤넬이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와 손을 맞잡았습니다.

샤넬과 발레의 ‘러브 스토리’는 19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우스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은 안무가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연출한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을 보고 발레와 사랑에 빠지죠. 댄서들이 자유로이 몸을 움직이며 내면을 표현하는 예술인 발레는 가브리엘 샤넬의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녀는 1924년 <르 트랑 블뢰(Le Train Bleu)> 공연 의상 제작을 시작으로 꾸준히 발레단을 위한 옷을 디자인해왔죠.


샤넬 하우스는 춤을 사랑했던 가브리엘 샤넬의 의지를 100여 년간 이어오고 있습니다. 칼 라거펠트 역시 수차례 발레 의상을 디자인했고, 버지니 비아르의 컬렉션에서도 발레와 관련된 레퍼런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죠. 마티유 블라지의 데뷔 컬렉션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샤넬이 이번에는 호페쉬 쉑터의 신작 발레 공연 <레드 카펫(Red Carpet)> 의상을 담당했습니다. 호페쉬 쉑터는 영국 연극계 최고의 상 로렌스 올리비에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오른 저명한 안무가죠. <레드 카펫> 초연은 6월 10일부터 7월 14일까지, 파리 시내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로 손꼽히는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이뤄지는데요. 호페쉬는 샤넬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오페라 가르니에의 상징과도 같은 크리스털 샹들리에에서 영감을 받아, ‘화려함’이라는 주제를 춤으로 풀어내고 싶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습니다.


<레드 카펫> 안무를 맡은 호페쉬는 의상 제작 과정에도 깊이 관여했습니다. 그는 샤넬 의상이 “품격이 넘치면서도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는다”며, 오랜 기간 발레복을 만들어온 하우스의 노하우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했죠. 한편 공연에 등장하는 무용가는 총 13명으로, 전부 파리 오페라 발레단(발레리나 박세은이 에투알로 있는 바로 그 발레단입니다) 소속인데요. 이브닝 웨어와 카바레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룩을 입고 공연을 시작하는 무용가들은 퍼포먼스가 진행됨에 따라 옷을 한 겹 한 겹 벗어 던집니다. 13명의 댄서는 결국 몸에 딱 달라붙은 살색 의상만 입은 채 연기를 이어가죠. 관객은 그 모습을 보며 ‘댄서들이 나체로 춤을 추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화려함 뒤에 감춰진 인간의 연약함을 표현하기 위해 호페쉬 쉑터가 심어둔 일종의 장치죠.

호페쉬 쉑터는 춤이 가장 순수한 형태의 예술이라고 설명합니다. 오직 몸을 활용해 내면의 것을 꺼내 보여 거짓이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이죠. 파리 공연 이후, <레드 카펫> 팀은 10월 미국으로 향합니다. 10월 2일부터 4일까지는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대학교 내 극장에서, 그리고 9일부터 12일까지는 뉴욕 시티 센터에서 발레를 선보이죠. 10월 중 샌프란시스코나 뉴욕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샤넬이 만든 옷으로 완성된 ‘몸의 언어’를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 사진
- Getty Images,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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