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에서 한남까지, 비샵의 30년 이야기
고베에서 한남까지, 변치 않는 것을 믿는 방식.
‘쇼핑’을 목적으로 일본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이제 몇 명이나 될까? 단톤(Danton)이나 짐플렉스(Gymphlex)를 사기 위해 필수 코스처럼 방문하던 일본 대표 편집숍 비샵(Bshop)이 서울에 매장을 오픈했으니 말이다. 1994년 고베에서 시작해 기본에 충실한 아이템으로 입지를 굳혀온 비샵은 30주년을 맞아 올해 한남동에 첫 글로벌 플래그십을 열었다. 무려 최대 규모다. “완벽함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5월 23일, 마침내 공개된 공간에 들어서자 생텍쥐페리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온화한 우드 톤 매장엔 휘황찬란한 옷 대신 당장 입을 수 있는 친숙한 옷이 가득했다. 테라스에서 만난 비샵 CEO 모리 다케시(Takeshi Mori) 역시 깔끔한 검정 옷차림으로 <보그>를 반갑게 맞았다.
첫 번째 글로벌 스토어를 서울 한남동에 오픈했다.
10년 전부터 한국 시장을 주목해왔다. 일본과 가장 가깝고, 무엇보다 비샵만의 감성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라고 여겼다. 분위기나 교통 환경도 매력적이다. 특히 한남동은 서울의 중심이고, 대로변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특유의 언덕진 풍경도 마음에 들었다.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비샵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다.
일본은 매장 규모를 늘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서울 매장은 커다란 공간에서 한 벌 한 벌 옷을 더 잘 보여줄 수 있게 구성했다. 오래된 목재로 내부를 장식해 편안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력을 더하는 목재를 사용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에브리데이 클래식(Everyday Classic)’은 비샵을 대표하는 철학이다.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 때문만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유행이 바뀌지만, 일상에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 주는 신뢰감이 지금의 비샵을 있게 한 핵심이다.
브랜드를 고르는 비샵만의 차별화된 기준은?
단연 ‘클래식’이다.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으며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시간이 흘러도 옷장에 남아 있을 만한 것들, 그것이 우리의 기준이다.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무엇을 기대하나?
한국은 유행에 민감한 시장이지만 요즘은 브랜드에 대한 시선이 한층 유연해졌다. 여기 한남동에서도 볼 수 있듯 미니멀과 빈티지, 스트리트 스타일이 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본에 충실한 비샵의 철학도 충분히 수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한국 비샵만의 방향성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파트타이머로 시작해 CEO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인상 깊다. 오랜 시간 비샵과 함께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내가 바이어로 일하던 초창기 비샵은 ‘기본 아이템만 취급하는 매장’으로 평가절하되곤 했다. 그래서 바잉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15년쯤 지나 그 이야기를 했던 사람에게 “내가 틀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비샵은 패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패션을 비롯해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며, 호텔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비샵의 고향 고베에서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페스티벌을 주최했다. 단순한 축제를 넘어 지역 식당과의 협업부터 어린이를 위한 공간, 굿즈 판매까지 이어지는 ‘화합의 장’이었다. 고베 근처 아와지섬의 생선회를 제공하거나 유명 젤라테리아가 함께하는 등 다채로운 즐거움을 많은 사람이 만끽해 기뻤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순간이 되길 원했고, 그런 교류를 통해 비샵이 일상에 맞닿은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한국에서도 그런 행사를 기대해도 될까?
하고 싶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 하자고 하면 직원들에게 혼날 것 같다.(웃음)
꼭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오르치발(Orcival)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다. 1930년대 프랑스 해군복에서 유래한 브랜드로, 소재가 탄탄하고 간결하지만 멋스럽다.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비샵을 통해 직접 경험하길.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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