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길이의 카프리 팬츠, 헤일리 비버가 입으면?
카프리 팬츠는 모델들이 입으면 예쁩니다. 하지만 내가 입으면 흡사 공포물처럼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죠. 필시 구석구석 몸의 콤플렉스를 훤히 드러내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아이템처럼 다리는 짧고 허벅지는 두껍고, 엉덩이는 큰 데다 뱃살은 숨길 곳이 없죠.

헤일리 비버는 이런 난관을 드러냄으로써 헤쳐나갑니다. ‘봐라, 이것이 내 몸이다’ 하는 것처럼요! 헤일리는 팔로마 울의 흰색 바탕에 검은색 물방울무늬 카프리 팬츠를 입었습니다. 여기에 심플한 검은색 민소매 톱, 토템의 스퀘어 토 샌들, 더 로우의 세실리(Cecily) 백을 더해 한여름에 어울리는 심플한 실루엣을 선보였죠. 다른 액세서리로는 피아제의 금장 시계와 결혼반지, 늘 쓰는 블랙 선글라스로 단출했고요. 머리는 풀었지만 자연스럽게 내려 단정한 느낌을 주었고, 손톱도 보일 듯 말 듯 연분홍 네일을 칠해 튀는 건 물방울무늬뿐이었죠.
물방울무늬를 입었기 때문에 시선이 분산된 걸까요?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2023년 자크뮈스의 봄/여름 컬렉션을 보면 물방울무늬 카프리 팬츠를 입어도 길어 보이지 않았죠. 반면 베르사체의 2023 프리폴 컬렉션에서는 길어 보였어요. 이건 스타일링의 차이입니다. 자크뮈스는 엉덩이까지 가리는 블레이저를, 베르사체는 허리선까지 훌쩍 올라간 봄버 재킷을 매치했죠. 또 한 가지는 바지가 배꼽까지 가리는 하이 웨이스트였다는 거고요. 슈즈는 무조건 발등이 보이는 샌들이죠! 반드시 2000년대 초반처럼 하이힐 느낌으로 발등을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발등이 보여서 다리가 연장되는 뉘앙스만 줘도 충분하죠.

헤일리 비버처럼 하이 웨이스트 카프리 팬츠를 고르되 엉덩이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세요. 도트가 물방울이 아니라 맨홀 구멍처럼 커지더라도요. 올여름 다리는 길어 보이고, 세련된 사람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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