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미 속에서 발하는 까르띠에의 극적인 빛깔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자연의 평온함과 세련미가 공존하는 도시 스톡홀름에서 까르띠에가 완성한 고요함 속 찬란함 그리고 평범함 속 비범함.

6월, 스톡홀름의 밤은 낮보다 더 밝고 별빛보다 더 화려한 시간을 품고 있다.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와 피오르, 북유럽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프랑스 주얼리 메종 특유의 꾸뛰르적 해석까지! 하지 전야 속에서 마주한 까르띠에의 2025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신비로운 노르딕 신화와 북유럽 전설의 잃어버린 퍼즐 조각 같았다. 올 상반기 많은 패션 & 주얼리 브랜드가 이탈리아로 몰려드는 가운데, 까르띠에는 북쪽으로 향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앙 에킬리브르(En Équilibre, 프랑스어로 ‘균형 잡힌’이라는 뜻)’를 공개하기 위해서다. 스톡홀름은 탁 트인 바다 풍경과 함께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도시 곳곳에 넘친다. 한강 작가 덕분에 요즘 우리에겐 노벨상의 도시로 더 알려졌지만 세계적 수준의 레스토랑, 이맘때면 더욱 활기 넘치는 노천카페, 갤러리 등 자연과 도시가 긴밀히 얽힌 스톡홀름은 보석 같은 문화를 뽐내며 어느 때보다 ‘쿨케이션’으로 거듭났다.
까르띠에의 수석 부사장 겸 최고 마케팅 책임자 아르노 카레즈(Arnaud Carrez)는 이 도시에 대해 하이 주얼리 프레젠테이션 장소로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날씨 때문은 아니지만, 이 도시는 전통과 혁신, 도시 생활과 자연, 편안함과 지속 가능성의 완벽한 균형을 구현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VOGUE Time & Gem> 8호 프런트 로에서도 언급했듯 보통 럭셔리 하우스는 대규모 이벤트를 위해 익숙하고 검증된 장소를 고수한다. 하지만 카레즈는 “까르띠에는 선구적인 메종이며, 언제나 틀을 깨고 하우스를 재창조하길 좋아한다. 새로운 도시를 탐험하는 건 우리에게 흥미로운 기회였다”고 <보그>에 전했다. 물론 까르띠에는 스웨덴과 역사적인 인연도 있다. 1904년, 스웨덴 왕실을 위해 티아라를 제작한 것이 그 시초였다. 한 세기가 지난 2018년, 스톡홀름에 스칸디나비아 최초의 부티크를 열었고, 2019년에는 이웃 나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도 매장을 열었다. 카레즈는 “이번 하이 주얼리 이벤트는 스웨덴 시장에 큰 시너지를 줄 수 있는 기회이며, 지역 고객을 초대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기하학 패턴과 동물 모티브에서 영감을 받은 총 115점의 새 컬렉션을 감상하고 구매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이 도시로 날아온 약 500명의 게스트(VIP 350명 포함)가 2주간 도시에 머물며 까르띠에 주얼리와 도시를 만끽했다.
까르띠에가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스톡홀름에서 선보인 이유는 균형미와 관계가 깊다. 스톡홀름은 도시 생활과 자연, 혁신과 전통의 정교한 균형을 구현하는 창의적인 디자인의 도시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미니멀리즘 또는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적당함’을 이르는 스웨덴어 ‘라곰(Lagom)’으로 풀이된다. 까르띠에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역사적인 장소와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현대미술관이라는 상반된 공간을 동시에 택했다. 먼저 1899년 설립돼 과거와 현재, 도심과 자연의 균형 속에서 독창적인 감성을 전하는 컨벤션 센터 나카 스트란스메산(Nacka Strandsmässan)에서 ‘라곰’ 컨셉이 와닿았다. 고벽돌로 쌓아 올린 구조물, 순백의 콘크리트 바닥, 인더스트리얼 지붕을 따라 펼쳐지는 파노라마 창은 빛과 여백, 시간의 결을 우아하게 담아내 까르띠에의 아름다운 하이 주얼리를 전시하기에 손색없었다. 또 도심에서도 스웨덴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현대미술관 아르티펠라그(Artipelag)에서 펼쳐진 멋진 디너를 통해서도 라곰과 앙 에킬리브르 컨셉을 느낄 수 있었다. Art(예술), Activities(활동), Archipelago(군도)의 합성어인 미술관의 이름처럼 요즘 서울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신선한 공기, 반짝이는 수면, 그림처럼 펼쳐지는 암벽과 해변··· 스웨덴 군도의 고유한 생태가 보여주는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특별한 장소에서 만난 압도적인 주얼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군도의 반짝이는 물결을 가르며 보트를 타고 아르티펠라그 미술관이 있는 베름되(Värmdö)섬에 도착하자,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드레스 차림을 한 모델들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건축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주는 아르티펠라그에서 선보인 타블로 비방(Tableaux Vivants, 연극적 구성과 정지된 장면을 활용한 퍼포먼스 기법)은 나카 스트란스메산 전시와는 또 다른 주얼리 스토리텔링을 선사했다. 지식과 예술, 유산과 혁신, 영원한 시간과 찰나. 서로 다른 결이지만 결국은 하나의 아름다움을 향해 수렴하는 까르띠에의 언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컬렉션의 키 피스 중 하나인 ‘팬더 덩틀레(Panthère Dentelée)’ 목걸이나(무엇보다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비즈 스트랩 한가운데, 팬더 펜던트가 쥐고 있는 방패 모양의 실드 컷 다이아몬드가 너무 인상적인 목걸이!) 팔각형 에메랄드 세 개를 중심으로 지그재그 모티브의 다이아몬드와 오닉스가 기하학적 정렬을 이루는 ‘트라포라토(Traforato)’ 목걸이, 세공이 까다롭다는 핑크 골드에(화려한 유색 스톤 세팅 플래티넘 소재 주얼리가 많은 이유) 희귀한 옐로·핑크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히알라(Hyala)’ 목걸이를 다른 앵글로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감동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컬렉션의 중심을 이룬 또 다른 작품은 ‘파보셀(Pavocelle)’이라 불리는 플래티넘 소재 목걸이(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주얼리다). 노르딕 신화 속 겨울의 여신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한 이 주얼리는 플래티넘으로 완성한 프레임에 다이아몬드와 북극광을 닮은 58캐럿의 스리랑카산 카보숑 컷 사파이어를 레이스 같은 다이아몬드 오픈워크 디테일로 세팅해 정교한 실루엣을 보여준다. 실은 아름다운 공작새의 꼬리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블루 사파이어의 아름다움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서정과 정교한 다이아몬드 세공의 균형이 놀랍도록 아름답다. 또 하나 눈에 띈 건 ‘불리오 (Bullio)’ 반지. 카보숑 컷 에메랄드와 루벨라이트 비즈가 조화를 이루며 대칭과 비대칭 사이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까르띠에 특유의 센터피스를 둘러싼 균형의 미학이 극적으로 표현된 이 반지는 스웨덴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오로라와 하지의 석양을 그대로 손에 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번 컬렉션에서 메종이 내세운 균형, 라곰과 같은 모토는 ‘차강(Tsagaan)’ 목걸이에서 절정을 이룬다. 트롱프뢰유 기법을 활용해 희귀하고 좀처럼 포착하기 쉽지 않은 눈표범의 움직임과 존재감을 오닉스와 다이아몬드만으로 그려냄으로써 까르띠에의 블랙 앤 화이트 시그니처를 완성했다. 눈표범의 신비로운 얼굴에서 교차되는 팬더의 모습은 구조적인 균형미의 절정을 이룬다. 북유럽의 절제된 미감 속에서 까르띠에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세계의 문명과 자연을 다시 한번 빛으로 재해석한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VK)
- 패션 디렉터
- 손은영
- 포토
- ©IRIS VELGHE, ©VANESSA TR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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