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만개한 디올의 역사
DDP에서, 디올이 78년 역사를 내보인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패션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유명 디자이너 대부분이 새 자리를 찾으며 혼란이 정리될 때쯤, 디올이 방점을 찍었다. 지난 4월, 킴 존스의 뒤를 이어 디올 맨을 맡게 된 조나단 앤더슨이 여성복과 꾸뛰르 디자인까지 도맡게 됐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다. 디자이너 한 명이 디올의 모든 라인을 디자인하는 것은 무슈 디올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새로운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이 순간만큼 디올 역사를 되돌아보기에 적합한 때는 없다. 그리고 지금 DDP에서는 디올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가 한창이다. 디올의 자취를 따라 걷기 위해 나는 동대문으로 향했다.
11개 섹션으로 나뉜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디올 하우스가 시작된 곳이자 현재는 본사 겸 부티크 건물이 들어선 몽테뉴가 30번지를 재현한 공간이다. “무슈 디올의 꿈은 여성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었습니다.” 도슨트는 무슈 디올이 단지 예쁜 옷만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었다고 언급하며, 패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인 바 수트가 있는 곳으로 모두를 안내했다. 전례 없던 새로운 실루엣이라는 이유로 ‘뉴 룩’이라는 별명이 붙은 바 수트는 패션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부드러운 곡선과 풍성한 볼륨을 사랑했던 무슈 디올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칙칙하고 수수한 옷에 익숙해진 여성들에게 ‘옷 입는 재미’를 다시 일깨웠다.
하우스에서 최초로 선보인 향수 ‘미스 디올’이 전시된 공간을 지나 김현주 작가가 닥나무로 만든 종이꽃 수백 송이가 만개한 ‘디올 정원’을 마주했다. 유년 시절 어머니와 함께 원예를 즐겼던 무슈 디올은 자신의 회고록에 “꽃이 있어 다행”이라고 적었을 정도로 자연을 사랑했다. 그의 뒤를 이어 하우스를 진두지휘했던 후임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플로럴 드레스를 찬찬히 감상하며, 하우스 창립 78년이 지난 지금도 무슈 디올의 뜻이 계승되고 있음을 느꼈다.

전시는 컬러라마 그리고 디올 아틀리에 순으로 이어진다. 컬러라마는 화이트와 블랙처럼 클래식한 색부터 무슈 디올이 ‘색의 제왕’이라고 불렀던 퍼플까지, 디올 하우스가 사랑한 모든 컬러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다. 입체적인 실루엣의 흰 드레스와 블레이저로 가득한 디올 아틀리에로 진입하며, 도슨트는 섬세한 손길을 거쳐 옷이 완성되는 아틀리에야말로 디올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했다. “옷의 실루엣에 따라 담당 장인이 달라집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며, 도슨트는 디올 아틀리에가 놀라울 정도로 세분화되어 있다고 귀띔했다.
이브 생 로랑부터 최근 하우스와 작별한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까지, 역대 디올 디자이너의 작품이 전시된 ‘디올의 유산’을 통과하자 수십 개의 ‘레이디 디올’ 백이 나를 맞이했다. 이우환과 우국원 등 한국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백을 한참 감상한 뒤, 꽃향기로 가득한 ‘쟈도르’ 섹션과 유명 셀럽이 착용했던 드레스가 전시된 ‘디올과 스타들’ 섹션을 차례로 지나자, 비로소 이날의 하이라이트를 마주할 수 있었다. 수 써니 박이 공간 디자인에 참여한 ‘디올 무도회’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수십 벌의 화이트 드레스가 배치된 광경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걸어 나오며, 내 머릿속은 온갖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조나단 앤더슨이 해석한 뉴 룩은 어떤 모습 일까?’부터 ‘그가 생각하는 행복을 안겨주는 옷은 어떤 옷일까?’ 등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는 7월 18일까지 진행된다. DDP에서 전시를 관람한 뒤, 앞으로 하우스가 맞이할 미래에 대해 예측해보는 건 어떨까? 전시 입장권, 아니 디올의 과거와 현재로 향하는 ‘골든 티켓’은 지금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VK)
- 에디터
- 안건호
- 포토그래퍼
- 신경섭
- SPONSORED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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