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 귀신 붙은 소년을 사랑할 때 ‘견우와 선녀’
<견우와 선녀>(tvN)는 <귀궁>(SBS)의 여운을 이을 무속 판타지 드라마다. 낮에는 학생, 밤에는 무당으로 이중생활 중인 성아(조이현)가 첫눈에 반한 남자 견우(추영우)를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얘기다. 고교 배경이고 청춘 로맨스 성격이 강해서 타깃 연령층이 낮아 보이지만 오컬트 소재에 관심 있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혹할 만하다. <방법>(tvN)의 김용완 감독이 연출한 만큼 심령 현상을 표현하는 대목이 유치하지 않다. 다만 이번엔 정통 호러가 아니고, 초반에는 코미디의 비중이 높다.


주인공 성아는 천도굿을 하다 말고 중간고사를 보러 달려갈 정도로 평범한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대학생이 되어 축제에도 참가하고 연애도 해보고 싶다. 하지만 ‘얼굴만 보고 사귀면 배반당해도 얼굴은 남는다’고 할 정도로 외모지상주의라 아직 ‘모쏠’이다. 전교 꼴찌를 다투는 단짝 표지호(차강윤)가 은근슬쩍 고백을 해도 그 정도 외모로는 어림없다고 밀어낸다. 그러다 할머니 손을 잡고 신당에 들어온 견우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문제는 그가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것. 마침 견우가 자기 반으로 전학을 오자 성아는 인간 부적이 되어 첫사랑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견우는 어쩌다 그 모양이 된 건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악귀들이 그만 보면 잡아먹으려는 존재다. 어릴 때부터 그랬기에 불운이 끊이지 않았고, 전학도 자주 다녔다. 할머니가 그를 살리려고 굿이니 부적이니 어지간히 돈을 쏟아부은 듯 견우는 무속인이라면 치를 떤다. 일가친척은 할머니가 견우 때문에 재산을 탕진했다고 그를 원망한다. 죄인처럼 숨죽여 살던 견우가 겨우 마음을 연 존재가 성아다. 다행히 견우는 눈썰미가 로이스 레인(슈퍼맨의 여자친구)급이다. 시스루 마스크 하나 둘렀다고 수차례 대면한 선녀 무당이 성아임을 몰라본다. 그 덕에 성아는 견우 곁에 착 붙어서 몰래 수살귀, 화염귀, 자살귀를 막아내고 연애 직전 단계까지 이른다.

초반이 아기자기하고 밝은 분위기라면, 2주 차부터는 이야기의 스케일이 커지면서 불길함이 감돈다. 성아의 신어머니인 동천장군(김미경)은 사람 셋이 죽어 나간 폐가에 굿을 하러 갔다가 살을 맞는다. 폐가에는 만신인 그도 두려워할 만큼 엄청난 무언가가 있다. 동천장군은 그것이 자신의 신딸이었다가 파문당하고 흑화한 염화(추자현)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견우의 가족을 조종하여 그를 버리게 만든 것도 염화였다. 견우가 성아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불타오르던 그들의 첫사랑도 위기를 맞는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건 추자현의 쓰임이다. 그는 스릴러나 미스터리 드라마 중반에 등장해 특유의 서늘함으로 급속하게 극에 냉기를 불어넣고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극을 휘젓는 데 능한 배우다. 추자현이 그것밖에 못한다는 게 아니라 그런 역을 추자현만큼 제대로 소화할 배우가 드물다는 뜻이다. <작은 아씨들>(tvN), <트리거>(디즈니+) 등에서 그랬다. 이번에 그가 맡은 ‘염화’는 원작 웹툰에는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서사의 핵심에 놓인 인물이다. 성아, 견우, 동천장군 등 선한 인물들과 고루 대립해야 하는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추자현의 서늘함 덕에 귀기 어린 염화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났고, 극 전체의 긴장도가 훌쩍 높아졌다.

조이현, 추영우, 차강윤이 벌이는 첫사랑 삼각 로맨스도 풋풋하고 사랑스럽다. 이들은 모두 좋은 성정을 지녔다. 그러나 각자 어둠이 있고, 극복해야 할 관계의 장애물도 있고, 관심의 상대가 엇갈리기도 해서 이 로맨스는 애틋하다. 밝고 적극적인 여주인공이 폐쇄적인 남주인공을 지켜준다는 설정도 로맨스 팬들을 설레게 할 법하다.
총평하자면 <견우와 선녀>는 청춘, 가족, 로맨스, 멜로, 호러, 판타지, 미스터리를 아우르면서 희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균형감이 좋은 드라마다. 소품처럼 보이지만 만듦새는 허술하지 않다. 웹툰에 없는 굵직한 서사를 도입해 전개도 예측불허다.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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