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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슬리 글로벌 부회장 크리스틴 도르나노가 그리는 진정한 아름다움

2025.07.04

시슬리 글로벌 부회장 크리스틴 도르나노가 그리는 진정한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것.” 시슬리 글로벌 부회장 크리스틴 도르나노는 감각과 감성, 예술과 문화가 만나는 교차점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시슬리 글로벌 부회장 크리스틴 도르나노(Christine d’Ornano)가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을 방문했다. 프랑스 뷰티 브랜드 시슬리(Sisley)의 창업주 위베르 도르나노(Hubert d’Ornano)와 이자벨 도르나노(Isabelle d’Ornano) 부부의 막내딸인 그는 현재 글로벌 부회장직을 맡아 브랜드 마케팅, 제품 개발, 크리에이티브 전략 등을 총괄하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경제학을 부전공했으며, 졸업 후 뉴욕 삭스 피프스 애비뉴에서 패션 바잉 업무를 통해 소비자의 취향과 구매 심리에 대한 통찰력을 키웠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 사업에 합류한 뒤, 멕시코와 영국 시장에서 시슬리 지사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탁월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평소 예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는 뷰티와 예술이 ‘아름다움’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믿음 아래 시슬리를 예술을 후원하는 문화적 주체로 발전시켰다. 2019년 시슬리 문화재단은 파리 국립 고등 예술원(École des Beaux-Arts de Paris)과 파트너십을 맺고 ‘트와 생크 프리들랑(Trois Cinq Friedland)’이라는 이름의 예술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신인 예술가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며, 시슬리의 철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이 프로젝트의 국제적 확장으로 ‘시슬리 젊은 작가상’을 한국에 최초로 도입했다. 그가 이번에 다시 서울을 찾은 이유는 각별하다. ‘2024 시슬리 젊은 작가상’의 첫 수상자 곽소진 작가의 개인전 <클라우드 투 그라운드(Cloud to Ground)> 오프닝 참석을 위해서다.

곽소진은 영상, 퍼포먼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일상적인 산책과 주변 환경에 대한 관찰,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에서 촉발된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곽소진에게 촬영은 촬영자의 몸과 카메라라는 장치, 촬영 대상과 장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이고 행위 중심적인 작업이다. ‘구름에서 땅까지’라는 의미와 함께 ‘낙뢰’를 뜻하는 전시 제목처럼, 곽소진의 작업은 자연을 통해 느낀 감정을 정제된 언어로 시각화한 시적인 설치물이다. 감응과 관찰의 간극을 탐색하며, 기술과 몸, 사물과 감각이 얽혀 드러나는 살아 있는 관계의 장면을 포착한다. 곽소진이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 ‘Binary Search’는 일상 속 긴장감과 변화의 징후를 포착한 결과다. 그의 작업은 작가의 철학과 고유한 방식이 맞닿을 때 예술이 완성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시슬리를 이끄는 크리스틴 도르나노의 여정과도 닮았다. 그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예술적 프로젝트를 통해 아름다움을 구현해온 과정은 곽소진의 시선과도 자연스럽게 공명한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전시 오프닝을 마친 후, 곧바로 상하이로 향하는 빠듯한 일정이었음에도 크리스틴은 인터뷰 내내 여유롭고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보그>와 특별한 만남에서 그는 시슬리의 브랜드 신념과 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예술이 브랜드의 철학을 구체화하는 수단이자, 감각이 곧 정체성의 언어인 시슬리. 그리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크리스틴 도르나노. 이 여정은 곽소진 작가의 작품이 보여주는 시적 감응과 다르지 않다. 결국 아름다움은 감각과 감성의 조각으로 완성되는 게 아닐까.

‘이진(二進)탐색’, 2025, 인터벌 조명, 여러 소재의 끈, 진동 모터, 반사 스크린, 싱글 채널 비디오, 4K, 컬러, 4채널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가변 시간.

‘2024 시슬리 젊은 작가상’을 한국에 처음 출범시킨 데 이어 수상자 곽소진 작가의 개인전 오프닝을 위해 다시 서울을 찾은 기분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서울에 오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한국은 프랑스를 잇는 시슬리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뷰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제게도 큰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한국 여성은 매우 세련된 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그래서인지 뷰티 전문가가 많습니다. 게다가 이번 전시는 파리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와닿죠.

한국을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의 첫 해외 거점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9년부터 파리 보자르와 협력해 신인 작가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어요. 한국은 그동안 아시아 전시에서 두각을 드러낸 나라였고, 무엇보다 예술 신이 생동감 넘치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울이 다음 행선지가 되었어요. 프랑스 외의 장소에서 이런 예술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유일한 나라고요.

‘시슬리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곽소진 작가는 개인의 기억과 정서를 조형화하는 독자적 언어를 지닌 아티스트죠. 큐레이터이자 아트 비평가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는 독특한 주제와 탄탄한 형식적 기반을 갖춘 곽소진의 뛰어난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어요. 당신은 곽소진 작가의 어떤 잠재력에 매료되었으며, 나아가 그의 작품 세계가 시슬리와 어떤 맥락에서 맞닿아 있다고 여기나요?

곽소진 작가의 작업은 감성적인 깊이와 조용한 울림이 있어요. 시슬리는 언제나 감각, 특히 ‘촉감과 향’ 같은 보이지 않는 감각에 주목해왔는데, 그의 작품 또한 그런 정서적 감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고 느꼈죠. 자연에 대한 기민한 반응을 작품으로 선보인다는 것도 시슬리와 닮아 있어요. 자연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니까요.

‘새들이 늘어진 전깃줄에 앉아있다’, 2025, 배전함, 전선, 버스바, LED 라이트, 나무, 파이프, 300×30×20cm.
‘만지기, 구름에서 땅까지’, 2025, 싱글 채널 비디오, FHD,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4분 30초.

지난 2023년 파리 시슬리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 작가 8인의 전시회 <부분의 합: 회복과 결속> 개막식에서 “예술은 사업을 이끄는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나요. 시슬리의 예술 후원은 어떤 기준과 책임을 따르나요?

우리에게 예술은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의 일부예요.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예술가를 통해 세계와 감정을 나누는 ‘감수성(Sensibility)’을 배워가죠. 시슬리 제품에도 이런 정서가 녹아 있기를 바랍니다. 결국 우리는 서로 닮은 지점을 찾고,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있어요.

시슬리는 늘 ‘감각적 럭셔리’를 강조해왔습니다. ‘감각’이라는 요소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요?

감각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언어죠. 우리는 촉감, 향, 흡수되는 순간의 느낌까지 모두 제품 개발의 핵심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블랙 로즈 스킨 인퓨전 크림’은 풍부한 수분감과 가벼운 질감, 잊을 수 없는 텍스처와 향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이 촉감과 향은 단순한 스킨케어를 넘어 ‘위안’이 될 수 있죠.

브랜드 오너로서 애용하는 시슬리 제품과 뷰티 루틴이 있다면요?

아침에는 피부 보호막 형성을 위해 데일리 스킨케어의 마지막 단계로 ‘올데이 올이어’를 사용합니다. 오염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감싸주는 동시에, 캡슐화된 필터 덕분에 효과가 오랜 시간 지속되죠. 저녁에는 피부 자생력을 끌어올리는 ‘수프리미아’ 라인을 써요. 겨울에는 더 리치한 텍스처로 바꿔주고, 요즘은 ‘수프리미아 아이 크림’도 함께 바르고 있어요. 다양한 제품을 직접 바르며 내 피부에 가장 잘 맞는 루틴을 자연스럽게 찾아가고 있습니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을 꼽으라면 ‘올데이 올이어’를 꼽겠어요.

전시를 통해 시슬리가 한국 여성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요?

곽소진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고요함’이에요. 저는 바쁜 삶 속에서도 잠시 멈추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은 단지 외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에서도 비롯되니까요.

K-뷰티가 주목받는 지금 한국 소비자의 가장 큰 특징이 궁금합니다.

한국 여성은 세계에서 뷰티에 가장 진지한 소비자예요. 품질에 대한 기대가 크고, 직접 써보고 효과를 느껴야 만족하죠. 시슬리는 한국에서 아주 빠르게 성장했는데,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우리의 ‘감각적 럭셔리’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향, 텍스처, 결과 이 모든 감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시슬리가 그리는 ‘아름다움’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름다움은 정답이 없어요. 어머니가 자주 말씀하신 단어가 있어요. 바로 ‘Joy’, 즐거움입니다. 시슬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단지 예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긍정적인 연결이에요. 예술과의 협업도 그 일환이고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감정과 감각, 그리고 나를 향한 존중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한국엔 언제까지 머물게 되나요?

(웃음) 사실 곧 상하이행 비행기를 타야 해요. 그래도 잠시 시간을 내 을지로의 바비큐집에 갈 생각이에요. 한국에서 아시아 일정을 시작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VK)

    뷰티 에디터
    임지민
    포토
    유찬울, COURTESY OF SISLEY
    SPONSORED BY
    SIS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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