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속 가능한 내일을 향해

2025.07.04

지속 가능한 내일을 향해

프라다 CMO 로렌조 베르텔리가 이야기하는 해양 교육과 럭셔리 그 이상의 가치.

프라다 그룹의 CMO 로렌조 베르텔리(Lorenzo Bertelli)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사의 대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인 씨 비욘드(Sea Beyond)와 연계된 새로운 독립 기금에 200만 유로를 투자하는 이유와 럭셔리 산업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프라다 그룹 CMO 로렌조 베르텔리. Brigitte Lacombe

“이번 사명은 결코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2025년 유엔 해양 회의 참석을 앞두고 로렌조 베르텔리는 이렇게 말했다. 프라다 그룹의 CMO이자 CSR책임자인 그는 자사의 대표 해양 교육 프로그램인 씨 비욘드와 연계된 독립 기금 설립에 공동 서명했으며, 프라다는 초기 출자금으로 200만 유로를 기부하기로 했다.

프라다는 2019년부터 리나일론(Re-Nylon) 컬렉션 판매 수익의 일부를 씨 비욘드 프로그램에 지원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유네스코 산하 정부간 해양학위원회(UNESCO-IOC)와 함께 개발했다. 그동안 씨 비욘드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3만5,000명에 이르는 아동에게 해양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베니스에서 유아를 대상으로 진행한 야외 교육 프로그램의 출범과 역사적인 범선 ‘카시오페아(Cassiopea)’를 부유식 해양 과학 교육 시설로 개조한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다. (현재 이 선박은 니스 부근에 있는 볼리외쉬르메르(Beaulieu-sur-Mer)에 정박 중이다.)

역사적인 범선을 개조해 만든 부유식 해양 과학 교육 시설, 카시오페아의 모습. Courtesy of Prada Group

이제 프라다와 유네스코는 씨 비욘드를 다른 기업과 개인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프로그램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기존 리더십을 내려놓고 더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려는 취지에서다.

씨 비욘드의 기존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새로운 독립 기금을 창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맞아요. 이 기금은 프라다 리나일론의 씨 비욘드 컬렉션 판매 수익의 일부를 재원으로 삼게 됩니다. 기금의 명칭은 ‘씨 비욘드 – 사람과 바다를 잇는 다자간 신탁 기금(Sea Beyond – Multi-partner Trust Fund for Connecting People and Ocean)’이 될 것이고, 운영은 브랜드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에요. 기금의 주요 운영 기구인 실행위원회에서, 우리는 다른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의결권을 갖게 됩니다. 기금에 기여하는 모든 사람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죠. 이 방식을 통해 완전히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영하게 될 것이며, 우리만의 프로젝트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프라다 리나일론 2025 캠페인. Courtesy of Prada Group

프라다가 이 기금에 200만 유로를 첫 출자금으로 예치한다고 했습니다. 혹시 협력 중인 다른 단체나 기업에도 이 계획을 알리고, 참여를 권유했나요?

물론이죠. 다만 어떤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는지는 그들이 직접 공개할 문제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미 여러 곳과 이야기를 나누었죠. 씨 비욘드는 처음부터 외부 단체에도 개방된 프로그램이었어요.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것이 장벽까지는 아니겠지만 다른 단체가 참여를 망설이는 원인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자본을 최대한 유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동안 추구해온 방향과 비전을 더 확고히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럭셔리 업계의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자선 활동이나 CSR 활동에 참여할 때도 경쟁적인 마인드를 완전히 떨치지 못하는 듯합니다. 각 브랜드가 참여한 분야를 독점하면서, 공익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도 오직 자사만 주도하는 것으로 비치길 바라죠. 특히 지속 가능성 분야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목격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도 매우 경쟁적이에요. 패션계에 국한하지 않고, 영향력 있는 다른 그룹도 우리와의 협력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경쟁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자선 활동에서 배제한 적도 있어요. 저는 이런 상황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죠. 지속 가능성이라는 영역에서는 경쟁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해선 안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만약 이 기금에 루이 비통이나 구찌 같은 경쟁 브랜드가 참여하게 된다면, 진심으로 환영할 거예요. 지속 가능성은 결국 모두를 위한 목표니까요

인간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죠.

그래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만큼은 이기심을 버려야 합니다.

명함을 보니 CSR 책임자이자 프라다 그룹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 직함도 함께 갖고 있는데요. 이번 투자는 결국 해양에 투자하는 건가요?

정확히 말하면 바다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죠. 바다는 주제일 뿐이고, 진정한 투자는 사람들의 생각과 사고방식, 마음에서 이뤄져요. 지속 가능성 분야에서는 탄소 감축, 폐기물 감소, 수자원 절약 같은 단기적 효과에 집중하기 마련이에요. 물론 이것들 모두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비자의 행동도 변하지 않죠.
소비자의 가치관과 태도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교육이 필수적이에요. 최소 20~30년은 내다봐야 하는 일이니까요. 정치인의 사고 범위는 대부분 자신의 임기 내에 머뭅니다.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장기 전략과 계획을 잃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교육은 가장 긴 시간 동안 투자해야 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의 목표는 환경을 보호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들에게도 실제로 이롭고 편리하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에요. 이보다 더 중요한 투자가 또 있을까요?

씨 비욘드는 3만5,000명에 이르는 여러 나라의 아동에게 해양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베니스에서 진행된 유아 대상 야외 교육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Courtesy of Prada Group

민간 기업이 추진하는 CSR 지속 가능성 활동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씨 비욘드가 시작된 후, 프라다가 체감한 이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서 제가 느끼는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 하나의 이념이나 종교처럼 되어버렸다는 거예요. 지속 가능성이 지나치게 남용되는 느낌도 있고요.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우리는 이미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인류가 번영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 역량이 있어요. 물론 인류가 사라진다면 모든 환경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그런 해결책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따라서 중요하게 감안해야 하는 것은 ‘내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그 행동의 실제 대가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자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물건에 적절한 가치를 매기고, 나아가 모든 행동의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며, 그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요. 모든 행동에는 비용과 그에 따른 결과가 따르니까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사지 말라’거나 ‘익숙한 생활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단지 지금의 행동을 다른 방식과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내가 5유로의 티셔츠를 산다면, 그 생산 과정에는 무책임한 관행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은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돌아갔을 거예요.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이죠. 내가 치르지 않은 비용을 결국 다른 누군가가 대신 지불하는 것이니까요. 오늘날 우리가 상품과 행동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에는 아직 이런 모든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아요.

프라다 리나일론 캠페인 2024. Courtesy of Prada Group

그렇다면 지속 가능성을 이타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이기적이면서 문화적으로 내재된 가치로 전환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결국 이 문제는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돼요. 저는 소통이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5유로의 티셔츠를 사면 다른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 티셔츠 원단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이 당신 피부에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면 귀를 기울일 겁니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는 성향이 있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죄책감을 느끼죠. 하지만 저는 이런 편리함과 죄책감이 완전히 대립되는 이분법적 관계라고 여기지 않아요. 우리가 제대로 전한다면, 자신에게 편리한 행동이 결국 타인과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주제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소통에 대한 질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럭셔리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불신이나 의구심이 상당히 커진 듯합니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환경과 자본주의적 접근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에요. 과거처럼 끊임없이 제품을 만들어내고, 소비자가 모든 제품을 계속 구매할 순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불명확하고 불투명한 가격 책정을 이제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현재 프라다는 소비자의 기대와 제품 가격에 대한 이해 부족의 간극을 줄여나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가격은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죠.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메시지 전달 방식과 콘텐츠의 기준을 조정해, 소비자가 제품의 가격과 가치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에요. 물론 이런 변화는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역시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죠.

지난해 프라다는 움브리아주 토르자노 지역에 니트웨어 전문 공장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이로써 프라다 그룹은 이탈리아 전역에 20개 이상의 제조 시설을 보유하게 되었는데요. 현재 이탈리아에는 약 5만 개가 넘는 소규모 기업이 럭셔리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가치 체계라는 관점에서 디자인과 제작 방식, 소재의 우수성 등을 포괄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품질’과 더불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삶의 질, 사회와 환경적 영향 측면의 ‘품질’ 사이에 점점 더 분명한 교차점이 형성되고 있어요.
그런데 럭셔리 브랜드에선 추상적이고 난해한 가치인 이 ‘전통적 품질’이라는 개념을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가방이나 의류의 품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맞아요. 분명하지 않죠. 하지만 그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미래의 소비자가 품질과 가치에 대해 가진 인식 자체를 바꾸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에요. 결국 우리에게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정치인이 아니라 경제적인 현실이에요. 그래서 이 여정에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합니다.

제품 출처를 신뢰하는 것은 품질을 정확히 평가하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죠. 프라다가 LVMH, 까르띠에와 함께 설립한 아우라(Aura)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그런 신뢰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최근 이 컨소시엄에 대한 소식이 다소 잠잠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각 기업이 자사 공급망에 점진적으로 적용해나가고 있어요. 프라다는 지난해 말부터 전체 생산 제품에 블록체인 태그를 부착하기 시작했죠. 다만 이전에 생산된 제품이 창고에서 모두 출고되기 전까지는 생산 제품 전부를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관리한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모든 기업이 현재 이와 같은 적용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진행 속도는 각기 다르죠. 더 앞선 기업도 있고, 아직 초기 단계인 기업도 있어요. 현 단계에서 블록체인 시스템은 지속 가능성이나 투명성을 완전히 보장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생산 과정을 추적하고 기록할 수 있는 기술적 도구에 가까워요. 시작 단계에서 입력된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면, 블록체인 시스템 전체에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바로 이 점이 중요한 이슈이자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죠. 사람들이 아우라를 지속 가능성과 투명성의 동의어로 간주할 수 있지만, 그 성과는 여전히 각 브랜드에 달렸다고 할 수 있어요.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확하다면, 지속 가능성 관련 요소를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데 블록체인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까요?

맞아요. 하지만 이 부분을 컨소시엄의 직접적인 역할 범위에 넣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될 경우 전형적인 ‘자체 인증’ 방식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자체 인증은 바람직한 관리 방식이 아니에요. 이런 검증은 객관적인 제3의 기관이 수행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인증이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면 럭셔리 업계에선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지정학적 이슈로 ‘Made in Italy’로 표기된 제품이 실제로는 해외에서 제작되고, 이탈리아에서는 마무리 공정만 이루어진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니까요.

일부는 사실일 수 있지만, 그런 주장은 일종의 ‘가짜 뉴스 전쟁’이라고 봐요. 공급망이 전 세계로 분산돼 있으니까요. 하지만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치가 없다는 인식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참고로, 프라다는 중국에서 가방을 생산하지 않아요.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문제는 제조업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지나치게 국가주의적인 시각이 만연하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중국이 훨씬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춘 분야가 많고, 특정 분야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역량이 뛰어납니다. 이탈리아 역시 독보적인 강점이 있는 분야가 있고요. 그렇다면 갖고 있는 강점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요즘처럼 가짜 뉴스가 넘칠 때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무조건 믿기보다는 정보를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선별하며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인공지능의 발달 역시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거예요. 너무 많은 것이 쉽게 조작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스스로 진실을 확인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해요.

희소성 때문에 진실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도 있을까요? 언론인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일지도 모르겠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블록체인과 관련해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더 있어요. 앞으로 모든 영상 기자나 사진 기자가 자신의 촬영물이 언제 어디서 찍혔는지 시간과 위치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되면 그 이미지가 조작되거나 수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겠죠. 결국 콘텐츠의 진위를 가려내는 새로운 방식이 될 거예요.

그렇다면 원본 데이터는 대체 불가능한 것이 되겠군요. 이제 베르사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지난달 인수 발표 후, 프라다 그룹의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그리고 9월에 열리는 쇼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아직 마무리해야 할 인수 절차가 남아 있어요. 현재는 베르사체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어요. 최종 계약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정보를 수집할 순 있어도, 기본적으로는 관찰자의 입장이에요. 계약 마감 시점은 7월 말쯤이 될 수도 있고,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어요. 9월 쇼에 대해서도 의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프라다 그룹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브랜드의 패션 아이덴티티와 목소리를 통해 자사의 생산 역량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되겠군요. 이를 통해 기대하는 부분이 있나요?

그럼요. 우리가 베르사체를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 부분이에요. 베르사체는 현재 우리 포트폴리오에 있는 다른 브랜드와 정체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하나의 그룹이 여러 브랜드를 운영할 때, 각 브랜드의 개성이 지나치게 겹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점에서 베르사체는 우리 그룹에 있는 다른 브랜드와 명백하게 차별화되죠.

라이브 패션쇼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최근 어느 패션계 CMO가 패션쇼를 ‘콘텐츠 생산 엔진’이라고 표현한 걸 보고 조금 당황했어요. 그런데 지난 5년간 쇼의 변화를 떠올리니 그 말이 아주 낯설게 들리진 않더라고요.

쇼에서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지죠. 기대치가 쇼의 목적과 형식을 결정하니까요. 하지만 패션쇼가 패션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어요. 동시에 업계 담론을 이끌어가는 데도 반드시 필요하고요. 패션쇼는 현재 어떤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는지, 패션의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논의하는 장이죠. 물론 이런 부분은 일부 관객에게만 의미가 있을 수도 있어요. 반면, 쇼는 훨씬 더 폭넓은 대중에게 브랜드의 감각을 전달하는 수단입니다. 요즘은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 채널이 어느 때보다 다양하기 때문에, 각 채널을 현실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죠.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면, 재료가 적을 때보다 많을 때 오히려 훌륭한 요리를 완성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요. 오늘날은 재료가 너무 많은 시대죠. 그래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점점 더 난제가 되고 있어요.

오랜 시간 랠리 드라이버로 활동했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얻은 교훈을 프라다에서 맡은 역할에도 적용하나요?

철학을 공부한 것부터 스포츠에 도전한 경험까지, 그리고 삶의 모든 것이 지금 하는 일과 저의 업무 방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요. 결국 우리를 정의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니까요. 과거와 단절된 채 살고 싶어도, 그간 겪어온 모든 경험이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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