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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사랑받았던 진짜 이유

2025.07.09

슈퍼맨이 사랑받았던 진짜 이유

“슈퍼맨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건 슈퍼맨의 문제가 아니라, 슈퍼맨과 교감했던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의 관객들은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같은 히어로들과 오랫동안 교감해왔다. 그런데 슈퍼맨은? 물론 리처드 도너 감독이 연출하고 크리스토퍼 리브가 출연한 영화 <슈퍼맨>(1978)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사정이 다를 것이다. 그 시절의 슈퍼맨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히어로였다. 거의 신과 다름없는 능력을 지녔지만, 안경을 쓰고 클라크 켄트로 살아갈 때는 ‘힘숨찐(힘을 숨긴 찐따)’ 서사를 지닌 남자였으니까. 무엇보다 그는 빌런과 싸울 때보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할 때 빛을 발하는 히어로였다.

영화 ‘슈퍼맨’ 스틸 컷

하지만 이후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슈퍼맨 리턴즈>(2006),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2013)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에서는 그 시절 슈퍼맨을 떠올릴 수 없었다. 능력을 보여주는 화려한 비주얼과 탁월한 연출은 있었지만, 관객이 그를 사랑하게 만드는 정서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그런데 슈퍼맨을 앞세운 영화가 2025년에 또 나왔다. 이번에는 슈퍼맨을 좋아할 수 있을까?

새로운 슈퍼맨을 탐구한 감독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를 연출한 제임스 건이다. 그는 기괴한 취향과 유머를 자랑하면서도, 여러 명의 캐릭터를 이끄는 데 있어 누구 하나 소홀하게 대하지 않는 감독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1>(2014)을 본 관객들은 당황했다. ‘내가 나무를 사랑하게 될 줄이야.’ 전 세계 관객이 나무를 사랑하게 했으니 슈퍼맨 역시 건조하게 그리지 않았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영화 <슈퍼맨>(2025)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은 첫 장면에서부터 드러난다. ‘처음으로 패배를 경험한’ 슈퍼맨이 남극의 빙하에 처박히는 장면이다. 얼굴에서는 피가 흐르고, 혼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는 슈퍼독 크립토에게 질질 끌려가 간신히 목숨을 구한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들과 비교하면 놀랍지 않지만, 기존 슈퍼맨을 아는 관객에겐 강렬하다 못해 당황스러운 순간일 것이다. 슈퍼맨은 지구를 역회전시킬 정도로 ‘슈퍼’한 히어로였고, 세상 어디에도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빌런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이 슈퍼맨은 싸우다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도입부에서부터 선언하는 것이다. 슈퍼맨이 취약해질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작동시킬 수 있고, 관객도 감정적으로 동화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슈퍼맨’ 스틸 컷

슈퍼맨을 사랑하게 만들려는 이 영화의 또 다른 고민은 ‘누군가를 구하는 슈퍼맨’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나타난다. 영화 초반, 슈퍼맨은 국제 관계를 무시한 채 행동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옆 나라에 의해 침공당할 위기에 놓인 국가의 국민을 도왔을 뿐인데, 미국으로서는 우방 국가의 이익을 저해한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비판에도 슈퍼맨은 “단지 위기에 처한 지구인을 구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시선에서 지구는 하나의 행성이고, 국경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기에 더해 그가 가장 연약한 존재를 구하는 장면에 공을 들인다. 어린 소녀, 중년 여성, 산책하던 강아지, 심지어 나무에서 떨어진 작은 다람쥐까지. 이전의 <슈퍼맨> 영화들도 그가 사람을 구하는 모습을 담긴 했지만,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훨씬 더 따뜻하다. 이러한 설정에 대해 제임스 건 감독은 지난 6월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착함’ 그 자체인 슈퍼맨의 모습이 과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슈퍼맨의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과거였다면 그런 모습을 풍자하거나 비꼬는 방식으로 접근했겠지만, 지금은 유치해 보이거나 감상적이거나 지루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분명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과거의 슈퍼맨을 소환하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 ‘슈퍼맨’ 스틸 컷
영화 ‘슈퍼맨’ 스틸 컷
영화 ‘슈퍼맨’ 스틸 컷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앞으로 이어질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명운이 걸린 작품이다. 과거 마블의 <아이언맨>(2008)이 10년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끌었던 것처럼, <슈퍼맨>의 성공 여부가 DC의 새로운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슈퍼맨>은 오히려 그런 부담과 기대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맡은 작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 작품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슈퍼히어로 스토리를 보여주겠다거나, 차원이 다른 슈퍼맨을 제시하겠다는 야심은 없다. 그보다는 관객이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설정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데 만족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이건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들이 드러냈던 야심과는 다른 태도다. 그래서 그 영화들을 좋아했던 관객에게 <슈퍼맨>은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거대한 야심을 드러내지 않는 이 영화의 태도는 오히려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전략이 될지도 모른다. 최소한, 그때보다는 ‘슈퍼맨을 좋아한다’라고 답하는 관객이 더 많아질 것이다.

포토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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