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여름 시즌 남성복 컬렉션의 막이 올랐습니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세상을 놀라게 할 패션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시즌의 히트 아이템, 바로 파자마입니다.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의 돌체앤가바나부터 살펴볼까요? 이들은 수면 시간의 아름다움을 담은 룩 93개를 밀라노에서 선보였습니다. 클래식한 스트라이프 패턴의 면 파자마와 자수 또는 시퀸으로 장식한 파자마를 단독으로 입거나, 부드럽게 재단된 재킷이나 코트 아래에 레이어드했죠. 그들은 이를 두고 “패션이 아닌 패션, 자유로운 접근”이라고 설명했고요.

이 분위기에 탑승한 디자이너가 돌체와 가바나만은 아닙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은 정장부터 니트까지 모든 것이 부드럽고 가벼웠죠. 완벽하게 꾸민 방에서 편안히 낮잠을 자기에 최적의 스타일이었다는 뜻입니다. 프라다에서는 라프 시몬스와 미우치아 프라다가 면 소재 블루머를 선보였습니다. 남성용 사각팬티처럼 생긴 복서 팬츠를 일상복으로 입는 젊은 세대에게 도전장을 던진 듯했죠. 셋추에서는 디자이너 구와타 사토시가 해체주의적인 해석을 제시했고요.

Dolce & Gabbana 2026 S/S Menswear RTW

Dolce & Gabbana 2026 S/S Menswear RTW

이 칼럼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아마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을 거예요. ‘어떻게 파자마를 입고 출근해?’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파자마를 출근 룩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출근 룩으로 입는 파자마는 절대 잠옷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깔끔하고 주름이 없는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죠. 너무 구겨져 있다면 다리미질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허리끈이 달린 스트라이프 패턴의 포플린 팬츠는 파자마 출근 룩 초심자에게 가장 좋은 아이템입니다. 여기에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벼운 니트 톱을 매치하고, 얇은 끈의 샌들이나 굽이 5cm 미만인 키튼 힐 뮬로 마무리하면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이 완성되죠. 조금 더 과감해지려면 파자마 팬츠와 대비되는 색상의 쇼츠를 먼저 입고, 그 위에 파자마 팬츠를 흘러내리듯 걸쳐보세요. 팬츠 레이어링은 꽤 오래된 트렌드지만, 여전히 런웨이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건재합니다. 초반에 비해 점점 디테일을 더해가고 있죠. 돌체앤가바나가 이번 시즌 선보인 스트라이프 카멜 브라운 파자마 팬츠와 그 아래 살짝 드러난 녹색 쇼츠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완벽한 파자마 룩에 도전하고 싶다면, 생 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가 이번에 파리에서 선보인 아이디어를 참고하세요. 그는 스트라이프 파자마 팬츠를 페이퍼백 와이드 팬츠 아래 레이어드하고, 넥타이를 파자마 셔츠 안에 보일 듯 말 듯 엮었거든요. ‘자기야, 이거 정말 스타일리시하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담은 듯한 룩이었어요. 파자마 셔츠 칼라 아래에 화려한 목걸이나 귀고리를 살짝 드러나게끔 배치한다면 넥타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거예요.

사실, 최근 자라에서 출시된 특이한 파자마 세트를 눈여겨보고 있었거든요. 예쁘긴 한데 너무 비치는 재질이라 일상에서 입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답을 알 것 같네요. 대비되는 컬러의 쇼츠와 스쿱넥 브라렛을 안에 입고, 셔츠는 허리 밴드 안에 넣어 연출해야겠어요. 셔츠 칼라는 살짝 세운 뒤 그 위에 존재감 있는 목걸이를 매치하고요.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Prada 2026 S/S Menswear RTW

Prada 2026 S/S Menswear RTW

재킷이나 코트 등 아우터와 파자마 세트를 매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부드러운 블레이저를 걸치면 섬세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고, 실용적인 집업 재킷을 입으면 파자마가 보여주는 게으른 느낌을 상쇄할 수 있죠. 여기서 중요한 건, 액세서리도 동일한 원칙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게을러 보여선 안 되는 거죠. 슬리퍼 같은 신발은 피하고, 비니는 절대 금지입니다. 오래된 만화 속 잠자러 가는 캐릭터처럼 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면요. 머리도 깔끔하게 넘기는 게 좋겠죠. 최소한 자다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은 아니어야 할 테고요. 이제 파자마 출근 룩에 대한 감이 오시죠? 그렇다면 다들 굿 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