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만나는 사운드 아트의 거장

작품 설명을 극구 사양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사실 많다. 관람객의 감상에 영향을 끼치기 싫다는 게 이유다. 료지 이케다(Ryoji Ikeda)도 마찬가지다. 사운드 아트의 거장인 그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기자 간담회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자리를 갖다니! 저는 <뉴욕 타임스>든 어디든 작품 설명을 하지 않거든요.” 모자부터 티셔츠, 팬츠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한 그는 사진 촬영 역시 거부했다. 료지는 오로지 작품, 좁혀서 말해 사운드로만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1966년생 일본인인 그는 1990년대 순음과 백색소음의 결합을 통해 전자음악 실험을 시작했고,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운드 미학을 완성해가고 있다. ACC가 10주년을 맞으면서, 개관 당시 전시를 연 료지 이케다를 다시 초청했다. 이번 전시는 총 7점으로 신작 4점을 포함한다. 새롭게 선보이는 ‘data. flux [n˚2]’(2025)는 DNA 데이터가 천장의 10m 스크린에서 끊임없이 흐른다. 매트릭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다. 가장 압도적인 작품은 ‘data-verse 1/2/3’(2019~2020)였다. 20여 년간 나사,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인간 게놈 프로젝트 등에서 수집한 우주 관측 자료와 인간 유전자 정보 등을 영상 3부작으로 완성했다. 말을 아끼는 그가 강조한 몇 안 되는 건 이거다. “제게 전시는 작곡과 비슷해요. 음악을 작곡하듯 데이터에서 발견한 영감과 아름다움을 반영하죠.” 그에게 전시는 개별 작품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다. VK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포토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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