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보테가 베네타에서 뜻밖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루이스 트로터

2025.07.22

보테가 베네타에서 뜻밖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루이스 트로터

뉴욕, 런던, 파리를 거쳐 마침내 밀라노에 도착한 루이스 트로터.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준비는 끝났다.

루이스 트로터가 입은 오버사이즈 재킷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와의 첫 만남 장소는 약속을 1시간 앞두고 정해졌다. 그 과정마저 보테가 베네타다운 절제된 우아함과 맞닿은 듯했다. 트로터는 첫 번째 컬렉션을 공개하기 전까지 모든 것을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해왔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밀라노 북쪽 니구아르다 지역에 자리 잡은 귀족풍 건물 빌라 클레리치였다. 웅장한 문을 지나자 비밀 정원이 펼쳐졌다. 이탈리아식 넓은 정원 곳곳에 조각상이 놓여 있었고, 또 다른 정원에는 원형극장이 두 군데 있었다. 실내는 18세기 프레스코화와 트롱프뢰유 장식에 코퍼드 천장으로 섬세하게 꾸며놓았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초현실적인 공간이었다. 조용한 오후, 계단을 올라가자 긴 회랑 끝에 1970년대 까시나(Cassina)의 라파엘 라펠(Raphaël Raffel) 소파에 앉아 있는 트로터를 발견했다. 보테가 베네타 가죽으로 제작된 소파 뒤 커다란 창 너머에는 아치형 안뜰이 펼쳐져 있었다. “인터뷰는 여기서 할 수밖에 없겠어요.” 트로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에게는 타고난 재치와 지성이 어우러진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파리에서는 모든 것이 대담하고 분명하지만, 밀라노에서는 자신의 보물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녀의 말은 온갖 소음에도 보테가 베네타가 지켜온 정체성을 관통한다. 1966년 렌초 첸자로(Renzo Zengiaro)와 미켈레 타데이(Michele Taddei)가 설립한 보테가 베네타는 ‘진정한 럭셔리는 속삭인다’는 철학을 오래전부터 고수해왔다. 트로터는 빈티지 보테가 베네타를 수집하며, 고객으로서 브랜드와 첫 인연을 맺었다. “보여주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었죠.” 로고 하나 없이 정체성을 드러내는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회상했다.

‘노멘 오멘(Nomen Omen)’은 이름이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라틴어 표현이다. 그녀 역시 자신의 이름처럼 전 세계를 누비며 커리어를 쌓았다. 갭, 캘빈클라인, 타미 힐피거, 직소, 조셉 등 미국과 영국 브랜드를 거치며 세련된 테일러링과 미니멀리즘을 선보였다. 2018년에는 라코스테 최초의 여성 디렉터가 되었고, 2023년에는 까르벵을 이끌었다.

그녀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파괴자가 아니라 재창조로 유산을 기리는 창의적이고 활력 넘치는 창조자였다. 이 같은 태도는 급변하는 지금의 패션계에서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대 패션 하우스를 이끄는 여성 디렉터는 드물다. “디자인뿐 아니라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더 많은 여성 리더가 나오길 바랍니다.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결과물로 평가받고 싶어요.”

트로터는 현재 보테가 베네타 아카이브와 장인들이 있는 이탈리아 북부 몬테벨로 비첸티노(Montebello Vicentino)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십 년 전 작품이 지금 봐도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50년 된 피스를 보더라도 당장 갖고 싶어지죠.” 다만 지금은 ‘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웃으며 고백했다. 그녀는 기존 시스템을 배우고 자신의 감각을 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관찰하고 개입하죠.” 과거를 기반으로 하되 거기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우스의 뿌리를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첫 보테가 베네타 디자인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줄리안 무어는 트로터가 디자인한 보테가 베네타 드레스를 입고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했다. 등 뒤로 긴 태슬 장식이 더해진 검정 드레스는 우아한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비키 크립스(Vicky Krieps)는 흰색 와이드 팬츠에 인트레치아토 짜임의 백리스 가죽 상의를 착용했다. “이번 작업은 여성과 여성, 창조성과 창조성 간의 대화였습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말하는 동시에 그 존재를 존중하는 방식이죠.”

가죽을 엮는 전통은 이탈리아 장인 정신의 유산으로, 오랜 세월 피렌체에서 이어졌다. 하지만 보테가 베네타의 혁신은 직조를 대각선으로 비튼 것이다. 이 획기적인 변화는 부드러운 가방 구조로 살아 있는 듯한 우아함을 선사했다. 가방이 몸에 밀착되어 착용자가 자신의 일부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그녀의 사명이다. 자전거를 타고 파리 곳곳을 누비는 트로터는 도시 속 여성을 관찰하며 영감을 얻는다. “패션은 예술이라기보다 삶에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훌륭한 옷은 자신감을 심어주고,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요.”

그녀의 창의력은 영국 북부 해안 도시 선덜랜드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서 비롯됐다. 거친 아름다움과 불황의 기운이 공존하는 곳. 트로터를 본격적인 패션의 길로 이끈 건 재봉사로 일하던 할머니였다. 어린 트로터는 할머니의 재봉틀로 인형 옷부터 커튼, 식탁보, 교복까지 만들었다. “가난한 어머니에게 딸은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교복을 사주면 일주일 만에 완전히 분해했거든요. 저에게 옷은 도피와 변화의 수단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죠.” 본능적인 반항심은 그녀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었다. 뉴캐슬의 노섬브리아 대학교에서 패션을 전공한 뒤, 1990년대 런던에서 ‘광란의 시대’를 만끽했다. 비밀스럽고 뜨거운 파티 문화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 시기였다. “무엇보다도 그 시절엔 ‘즐거움’이 중요했죠. 날것 그대로의 문화였어요.” 그 시절의 생생한 에너지는 여전히 삶과 작업에 스며들어 있다. 최근 10대 딸과 함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인생을 즐기는 딸을 보는 일이 정말 기쁩니다. 춤추고, 노래하고, 자유로운 모습이요.”

밀라노에서 처리할 업무가 없을 때는 남편, 세 자녀와 함께 파리에서 지낸다. 최근 그녀는 각종 음악 다큐멘터리부터 베니스 팔라초 그라시에서 열린 이탈리아 시각예술가 타티아나 트로우베(Tatiana Trouvé)의 전시, 뉴욕 디아 비콘(Dia Beacon)에 설치된 스티브 맥퀸의 작품 ‘Bass’까지 두루 섭렵했다. 올여름은 시칠리아의 라구사와 모디카에서 수영, 요리, 테니스, 야외 영화 관람을 즐기며 보낼 예정이다. 삶의 리듬이 조금 느려질지 몰라도, 디자인과의 대화는 계속될 것이다.

트로터와 내가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오래된 돌 위로 담쟁이덩굴이 구불구불 자라고, 아치 구조물이 타일 바닥 위로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작별 인사를 나누던 순간, 나는 올가을에 펼쳐질 그녀의 데뷔 컬렉션에 관찰력 있고, 현실적이며,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길 것이라 확신했다. 트로터의 장난기 어린 미소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뜻밖의 아름다움이 곧 다가올 거예요.’ VK

루이스 트로터의 보테가 베네타 드레스를 입고 2025년 칸영화제에 참석한 줄리안 무어. 트로터의 보테가 베네타 디자인이 처음 공개된 순간이었다.
    Chiara Barzini
    사진
    Venetia Scott, Courtesy of Bottega Veneta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