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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매력적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쾌한, 피비 파일로의 컬렉션 D

2025.07.23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쾌한, 피비 파일로의 컬렉션 D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컬렉션 D(Collection D)’는 내년 2월부터 매장과 온라인에서 출시합니다. 오는 9월과 10월 공개될 2026 봄 컬렉션의 판매 시기와 맞물리죠. 새롭게 임명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무려 12명!)들이 브랜드를 위한 여성복 비전을 각각 선보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많은 디자이너가 데뷔하고, 정체된 럭셔리 시장에서 새로운 시작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2026 봄 시즌은 분명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패션의 ‘전과 후’를 나누는 시기. 그런 순간은 10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고, 그때가 그런 순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파일로는 패션계의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연출한 주인공입니다. 2009년 10월, 그녀가 셀린느에서 선보인 첫 번째 쇼는 한 세대의 여성들을 성숙한 미니멀리즘의 세계로 이끌었죠.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시작한 지도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새로운 이름의 성장보다 낡은 이름의 명성을 유지하려는 패션계에서 보기 드문 경우입니다. 파일로는 여전히 기존 방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그녀의 든든한 오른팔과 왼팔,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와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가 각각 샤넬과 셀린느를 이끌며 파리 패션 위크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파일로는 당분간 런웨이에 나설 계획이 없습니다.

사실 파일로는 ‘시즌별 컬렉션’이라는 개념 자체를 거부합니다. 대신 컬렉션이 누적되며 켜켜이 쌓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하죠. 그럼에도 그녀는 이번에 공개한 ‘컬렉션 D’를 통해 내년 초 우리가 입게 될 의상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목소리를 냈습니다. 바로 ‘즐거움을 잊지 말자’는 거죠.

그녀가 선보인 ’슈가 톱(Sugar Tops)’은 가장자리에 도톰한 러플을 두껍게 두른 셔츠와 베스트로 구성됩니다. 정교하고 구조적인 형태에 실크 새틴 소재로 만들었죠. 박음질 전후 두 차례에 걸친 워싱으로 오래 입은 옷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감촉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얼룩무늬의 셔닐(Chenille) 소재 원피스(고양이 머리 장식까지!)는 아이들 옷처럼 통통 튀는 순수함과 유머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착용감도 아주 좋죠.

‘컬렉션 D’의 또 다른 부분에선 큼직한 티셔츠 드레스가 장난스러운 팬츠와 대조를 이룹니다. 깃털 자수가 놓인 저지 팬츠나 손으로 빗질해 소용돌이 모양 텍스처를 만든 솜사탕 핑크색 비스코스 팬츠도 등장하죠. 파일로의 ’트레인 톱(Train Top)’은 한쪽 어깨에 걸치거나 이브닝 드레스처럼 뒤로 길게 늘어뜨려도 존재감이 뚜렷합니다. 양면으로 입을 수 있는 것도 무척 매력적이고요.

이번 컬렉션은 유쾌하고 장난기가 넘치며 실용성을 강조합니다. 원하는 대로 탈착 가능한 칼라와 커프스가 있는 셔츠가 대표적이죠. ‘시크함’에 대한 진지한 접근도 여전합니다. 페플럼 장식이 있는 테일러드 블레이저 위에 입는 봄버 재킷부터, 견고한 스탠드업 칼라가 인상적인 건축적인 실루엣의 ‘스와드(Swathe)’ 재킷까지. 다양한 가죽 재킷에서 ‘시크함’을 찾아볼 수 있죠.

특이한 신발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독특함과 일상성의 조화입니다.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거의 보이지 않는 키튼 힐이 달린 스트랩 가죽 샌들입니다. 2026년 첫 번째 피비 파일로 플래그십이 런던에 문을 열면 이 신발이 바로 그곳에 들러야 할 이유가 될 겁니다. 어쩌면 당신보다 이 신발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멋지기에 기꺼이 그 역할을 하도록 할 거예요.

Nicole Phelps
사진
Courtesy of Phoebe Philo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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