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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해변에서 푹 빠져들 만한 책 11권

2025.07.24

올여름 해변에서 푹 빠져들 만한 책 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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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는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까요? 밝은색 표지가 있는 책? 모래사장에 수영복 입은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진 책? 이른바 ‘칙릿(Chick-Lit)’ 소설에 단순히 재미를 위해 쓴 이야기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처럼 ‘여름휴가를 위한 책 추천 리스트’ 역시 가벼운 흥밋거리로 채워져 있을 거라는 시선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소개할 책은 바닷가에서 순수하게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겁니다. 샌타모니카에서 ‘지비의 책방(Zibby’s Bookshop)’을 운영하는 지비 오웬스(Zibby Owens), 브루클린 ‘로프티 피전 북스(Lofty Pigeon Books)’의 공동 소유주 브리아나 파커(Briana Parker), 미국 <보그> 에디터들이 선정한 11권은 독특하면서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읽는 사람을 완전히 몰입하게 만듭니다. 휴가지에서 펼치기 좋은 책이란 결국 독자들이 이미 환상적인 해변에 앉아 있더라도 읽는 동안에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처럼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이니까요. 여름 한가운데, 휴가를 앞두고 있다면 다양한 책 중에서 엄선한 <보그> 추천 리스트를 참고해 몇 권 챙겨 보는 건 어떨까요?

#1. 제스 월터의 <아름다운 폐허(Beautiful Ruins)>

이 책 표지에는 공교롭게도 전형적인 여름 풍경이 그려져 있군요. 그 풍경은 하이킹 코스로 연결된 이탈리아 리구리아 해안의 다섯 마을, 친퀘테레입니다. 제스 월터가 쓴 작품 중에서 가장 햇살 가득하고 가장 화려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죠. (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작가가 태평양 연안 지역을 배경으로 써온 거칠고 현실주의적인 작품의 팬이었어요. 그렇지만 <아름다운 폐허>는 작가의 다른 작품과 달리 반짝이며 문체가 명랑합니다.) 소설은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1963년 영화 <클레오파트라> 촬영 당시 테일러와 상대 배우 리처드 버튼의 로맨스를 다룹니다. 이런 유의 할리우드 로맨스가 취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 소설은 독자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며 몰입하게 만드는 호소력이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 읽었을 때 완전히 사로잡혔거든요. 친퀘테레가 아닌 어느 해변에서도 읽기 좋은 이 책을 강력 추천합니다. —클로이 샤마

#2. 샐리 루니의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Beautiful World, Where Are You)>

이 소설은 샐리 루니의 작품 중에서 가장 희망적일 겁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소설에선 여전히 작가 특유의 우울감이 묻어납니다. 소설은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 두 편을 따라가는데, 사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우정과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철학적인 내용의 이메일입니다. 한 친구는 이 소설을 두고 “아일랜드, 실존주의, 열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정도면 읽을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표지에서 쌀쌀한 아일랜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그래도 루니의 책 중에서는 가장 ‘해변 같은’ 표지라는 겁니다.) —브리아나 파커

#3.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Bonjour Tristesse)>

70년 전 첫 출간 당시 이 소설은 찬사를 받았지만 비도덕적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슬픔이여 안녕>은 방탕한 아버지와 함께 프랑스 남부에서 여름을 보내는 10대 소녀 세실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어린 여자 친구, 죽은 아내의 친구와 일종의 삼각관계에 빠져 있는 동안 세실은 세실대로 연상의 법대생과 사랑을 키워나갑니다. <가디언>지가 <슬픔이여 안녕>의 60주년을 기념하는 기사에서 썼듯 “한여름의 안개 속에 감싸인 이 소설”은 읽는 이들의 감각을 깨우면서 이들을 매혹적이고도 복잡하게 얽힌 로맨스의 파도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사강은 10대에 이 책을 썼으며, 당시부터 써온 사강이라는 필명은 프루스트의 소설 속 인물에게서 따온 것입니다.) 얇은 책이기 때문에 햇살 좋은 날이면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몇 년 동안 소설 속 구절을 일기에 적어서 들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나는 모래 위에 몸을 쭉 뻗고 누워, 모래 한 움큼을 쥐어 내 손가락 사이로 그 노란빛의 물줄기가 흘러나가도록 내버려두었다. 나는 모래가 마치 시간처럼 흘러간다고 혼잣말을 했다. 한가한 생각이었지만, 한가한 생각을 하는 게 즐거웠다. 여름이었으니까.” 정말이지 해변에서 읽기 가장 좋은 책이 아닐까요? —클로이 샤마

#4.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컬러 오브 워터: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The Color of Water: A Black Man’s Tribute to His White Mother)>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이 소설은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능숙한 문체로 자신의 어머니의 삶과 브루클린 레드훅 지역에서 열두 남매 중 하나로 빈곤하게 살았던 자신의 성장기를 이야기합니다. 1921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작가의 어머니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은 가족과 함께 나치스의 박해와 학살을 피해 미국 버지니아로 이주해 정착했으며, 이후 건너간 뉴욕에서 흑인 목사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백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대신 자신은 ‘피부색이 밝은 사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작가 자신의 경험과 어머니의 경험을 겹쳐 쌓으며 전개되는 이 소설은 사랑, 정체성, 가족이 함께하는 집에 관한 아름답고 진심 어린 이야기입니다. —지비 오웬스

#5. 이민진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

주인공 케이시 한은 뉴욕 퀸스의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한 후 맨해튼의 엘리트 사회에 자리 잡게 된 한국계 미국인 여성입니다. 소설 속 그녀는 퀸스와 맨해튼이라는 두 세계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으려 애쓰죠. 그 과정에서 자식으로서 감당해야 할 의무, 연인과의 관계, 진로의 압박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길을 찾아나갑니다. 소설 <파친코>의 저자인 이민진 작가는 자신의 데뷔작인 이 소설이 “감정 면에서 완전히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스러운 문체와 신속한 이야기 전개의 이면에는 작가가 이 작품을 위해 노력한 10년의 시간이 감춰져 있습니다. 소재는 다르지만 작가의 후기작 <파친코>처럼 이 책 역시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로 독자가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브리아나 파커

#6. 아니 에르노의 <탐닉(Se Perdre)>

노벨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는 <탐닉>에서 한 소련 외교관과 영혼까지 빨려들 듯 격렬한 불륜 관계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연하의 유부남인 외교관과 1년 반 동안 밀회를 즐기며 기록한 일기를 엮은 것입니다. 작가는 어지러울 만큼 매혹적인 글솜씨를 보여줍니다. 10대처럼 키스를 하고, 1시간에도 몇 번씩 뜨거운 섹스를 이어가며, 성스러운 것을 대하듯 알몸을 숭배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그녀가 혼자가 되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길고 격정적인 그녀만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에르노는 이때의 일을 <단순한 열정>이라는 작품에서도 소설화했지만, <탐닉>은 읽는 사람이 작가의 무의식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이런 문장도 읽을 수 있습니다. “콘택트렌즈를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성기 위에서 찾았다.” —안나 카폴라

#7. 타나 프렌치의 <살인의 숲(In the Woods)>

아일랜드 경찰국을 소재로 한 <더블린 살인수사과> 시리즈는 타나 프렌치가 미스터리 작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작품으로, 휴가지에서 이런 작품을 정주행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작가의 데뷔작 <살인의 숲>을 먼저 펼쳐 보는 건 어떨까요? 프렌치가 쓰는 소설 장르는 일종의 아일랜드 심리 누아르입니다. 작가는 역사 속 어두운 사건을 고스란히 응축된 형태로 끌어오면서 현재에도 충실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힐러리 켈리가 <애틀랜틱>지에 기고한 글에서 말했듯, 프렌치 작품의 주인공들은 “단순한 탐정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면밀하게 읽는 사람들”입니다. —클로이 샤마

#8. 루만 알람의 <세상을 뒤로하고(Leave the World Behind)>

도피를 위해 떠난 여행이 꼬이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여름에 보고 싶은 두 종류의 소재를 모두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 내용은 이렇습니다. 뉴욕에 사는 중산층 가족이 롱아일랜드에 있는 집을 빌려 휴가를 떠납니다. 하지만 갑자기 그 집 주인이라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자신들이 그 집에 피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뒤로하고 떠나온 ‘현실 세상’에서는 무언가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악몽의 정체는 서서히 드러납니다. 불안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의 서스펜스 소설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클로이 샤마

#9. 앤드루 숀 그리어의 <레스(Less)>

실패한 비운의 소설가 아서 레스는 어느 날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습니다. 그의 결혼식에 가지 않을 핑계를 만들기 위해 레스는 자신이 초대받은 각지의 문학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세계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중 레스는 우습고 어이없는 사건 사고를 겪게 되는데요, 누구나 즐겁게 읽을 만한 내용입니다. 그런 한편 인생과 사랑에 대해 레스가 가진 생각과 거기에서 전해지는 울림과 통찰, 레스가 퀴어 사회의 비극적인 전형성에 대해 내뱉는 풍자는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브리아나 파커

#10. 크리스 클리브의 <리틀 비(Little Bee)>

출간된 지 15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이 책을 읽을 때 발에 닿던 모래의 촉감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리틀 비>는 영국의 난민 센터에서 막 나온 나이지리아 출신의 열여섯 살 고아 소녀의 삶을 따라가는 소설입니다. 달리 갈 곳이 없었던 소녀는 해변에서 한 번 만난 적 있는 영국인 부부의 집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소녀가 도착한 그들의 집에서는 부부 중 남편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중이었죠. 혼자 남은 아내 새라와 소녀 리틀 비는 각자 다른 삶의 단계에서 동시에 어른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뜻밖의 유대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갈 만한 위기가 다가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겁니다. —지비 오웬스

#11. 릴리 킹의 <작가와 연인들(Writers & Lovers)>

소설 주인공은 31세 여성으로, 친구와 동료 대부분이 더 현실적인 삶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에 그들과 달리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한 인물입니다. 젊은 시절에 갖는 이상주의에서 다 큰 어른들의 현실주의로 넘어가는 지점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그녀는 소설 속에서 두 남성과 사랑에 빠집니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연상의 남성,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운 예술가 타입의 남성. 이 두 사람은 ‘예술과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그녀가 겪는 딜레마의 여러 단면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사랑스럽고 가벼운 터치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흥미진진하고 생기 넘치는 소설에서는 진심이 느껴집니다. —클로이 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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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 월터의 <아름다운 폐허>

샐리 루니의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컬러 오브 워터: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이민진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아니 에르노의 <탐닉>

타나 프렌치의 <살인의 숲>

루만 알람의 <세상을 뒤로하고>

앤드루 숀 그리어의 <레스>

크리스 클리브의 <리틀 비>

릴리 킹의 <작가와 연인들>

Chloe Schama, Zibby Owens
사진
Backgrid, Courtesy Photos, Getty Images, Yes24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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