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타이틀 매치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연례 대표 전시 ‘타이틀 매치’가 12회를 맞이했다. 올해 주인공은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 작가다.


장영혜중공업은 장영혜와 마크 보주(Marc Voge)가 1998년 결성했다. 이번 전시는 2017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국내에서 선보이는 것으로, 7점 모두 신작이다. 장영혜중공업은 자본주의, 이념 갈등, 대기업의 독과점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영상, 텍스트, 서체, 사운드로 재구성해왔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에서도 삼성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
재미있게도 전시실의 영상 작품은 한꺼번에 볼 수 없다. 작가가 지정한 순서에 따라 한 편씩 상영한다. 관람 순서를 제어해 관객이 작품에 더 몰입하길 바란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우아!'(2025)다. 십자가 모양의 화면에서 각종 감탄사가 다양한 서체로 등장한다. 만세, 그치, 어쩜, 오호, 쾌재라, 예옙, 바로 그거야, 어우, 짠 등 우리가 자주 뱉는 말이다. 작가는 이것이 진정한 신념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분위기에 이끌린 반응인지 되묻는다. 과거에 모나코 서체를 쓰던 작가가 이번 작품에선 다양한 서체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특별해요!'(2025)에 등장하는 두 명의 외국인은 장영혜중공업의 아바타 같다. 8월 14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작가는 불참하는 대신 이들 아바타의 이미지로 영상 인사를 보내왔다. 이 작품은 “예술가의 본질은 특정한 신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논쟁의 장을 여는 데 있다”고 말한다.


2층에는 홍진훤 작가의 사진과 영상 작품이 있다. 1980년생인 그는 2009년까지 외신 기자로 근무하다 회의를 느끼고 작가로 전향했다. 작가는 “용산 참사를 촬영하던 중 어느 순간 멋진 이미지를 담아내려고 애쓰는 나를 자각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선 “사진은 내란만큼 세계를 각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지러운 시국인데 더 어지러운 전시를 열게 됐습니다.(웃음) 저는 사진이 세계와 주고받는 것에 관심을 두고, 관성에 저항하는 사진을 남기고자 합니다. 이들 작품은 내란 종식 후 일상을 맞이했지만 각자에게 분명히 도래할 또 다른 지옥도를 말하고자 해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유은순 학예연구사는 “타이틀 매치는 두 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면서 각 작품을 더 명료하게 보게 된다”고 설명한다. 장영혜중공업의 마크 보주는 타이틀 매치를 춤에 비유했다. 물론 직접 발언한 것이 아니라 학예연구사를 통해서다. “홍진훤 작가와 작품은 다르더라도 매우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그렇기에 이것은 대결이 아니라 함께 추는 춤입니다.”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포토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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