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라는 이름의 땅, 발리에서
여행은 조용히 멈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3년 만에 발리행 비행기를 탔다. 발리를 찾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 서핑을 비롯한 액티비티를 즐기거나 힐링을 위해서다. ‘집순이’ 성향을 가진 나는 무조건 후자다. 그렇기에 발리에서도 특히 우붓을 사랑한다. 약을 뜻하는 인도네시아어 오밧(Obat)에서 유래한 우붓은 그 이름처럼 건강과 치유에 대한 전통을 자랑한다. 숲에 둘러싸여 자연스럽게 생겨난 웰니스 문화를 바탕으로 명상, 예술, 자연이 공존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도착을 알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나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될 수 있을까.
대형 호텔 체인이라는 익숙한 선택지 대신 로컬 리조트를 찾았다. 다소 낯선 이름의 ‘아비세나 우붓(Abisena Ubud)’이다. 올해 공식 오픈한 럭셔리 리조트로, ‘유산의 아름다움을 변화시킨다’는 철학 아래 전통 미학과 현대 감성이 조화롭다. 이곳의 특별함은 탁월한 뷰에서 시작된다. 앞쪽으로는 울창한 정글이, 뒤쪽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어 눈에 닿는 모든 것이 초록이다. 머무는 내내 비가 왔지만, 자연 속에 있다는 느낌은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곳곳에 설치된 분수 조각상을 보니 생명을 주는 신성한 물 티르타 카만달루(Tirta Kamandalu)를 발견한 힌두 신화 속 비마(Bima)의 용감한 탐험 이야기가 떠오른다. 물론 멋진 경관이 전부는 아니다. 아비세나 우붓은 본질적으로 오감을 위한 안식처다. 프라이빗 풀과 자쿠지가 마련된 일부 객실을 비롯한 총 31개 공간은 편안함과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올데이 레스토랑 루나라(Runara)와 라운지 사다(Sadha)는 휴식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셰프 한스(Hans)가 선보이는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발리 특유의 향과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발리의 진짜 웰니스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리조트 운영부터 마케팅까지 직접 총괄하는 유니아르 위라타(Yuniar Wiratha) 대표의 말처럼 아비세나 우붓의 진정한 매력은 웰니스 체험으로 완성된다. 웰니스 센터 디라샤(Dirasha)는 발리 전통 치유 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힐링 공간으로, 자연의 다섯 원소(물, 불, 공기, 땅, 공간)를 테마로 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고 내면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식단부터 발리 전통 마사지, 선셋 요가, 쿠킹 클래스, 다양한 마인드풀 프로그램까지. 비 덕분에 아비세나 우붓의 대부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비록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전거를 타고 정글을 달리진 못했지만,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요가를 통해 호흡을 가다듬는 사람들, 맨발로 논길을 걷는 이들, 무엇보다 고요한 자연에 자신을 맡기는 여행자들. 우붓은 휴식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땅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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