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 이토록 ‘쿨한 부르주아’
새 시대를 연 셀린느! 마이클 라이더의 데뷔 컬렉션은 창의적인 동시에 실험적이었으며, ‘쿨한 부르주아’를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7월 6일 공개된 마이클 라이더(Michael Rider)의 셀린느 데뷔 쇼는 일종의 복귀 무대 같았다. 쇼는 하우스의 유산을 적절히 활용하고 발전시키면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라이더는 피비 파일로가 셀린느를 이끌던 시절, 10년 동안 레디 투 웨어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적 있다. 지난해 10월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으며, 올 초부터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6년간 폴로 랄프 로렌의 정체성을 강화해 하우스의 쿨한 이미지 부활에 일조했다.
셀린느의 수장으로서 라이더가 져야 할 책임은 막중하다. 전임자 에디 슬리먼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6년 동안 LVMH 그룹 소유 브랜드의 매출을 거의 세 배 가까이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슬리먼은 클래식한 실루엣의 고급스러운 의상과 액세서리로 우아한 상류층 고객을 겨냥하는 동시에 남성복과 향수, 코스메틱 라인까지 론칭했다(2018년 모건 스탠리 추정 10억 유로를 밑돌던 매출은 2024년 HSBC 추정 24억9,000만 유로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패션계가 계속 역풍에 직면하는 가운데, 흔들림 없이 브랜드를 지켜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
데뷔 쇼 공개일을 사람들이 붐비는 여성복 시즌 시작 직전, 오뜨 꾸뛰르 패션 위크 전날로 정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9월과 10월에 열댓 명의 디자이너들이 데뷔 쇼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찌의 뎀나, 샤넬의 마티유 블라지, 지난 6월 27일 파리에서 선보인 남성복 쇼에 이어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여성복도 공개될 것이다. “시작하기 딱 좋은 때라고 느꼈어요.” 라이더는 쇼가 끝난 후 백스테이지에서 말했다. “우린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조금 여유 있을 때 선보이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요.” 앞으로는 기존 패션 위크 스케줄에 맞춰 쇼를 선보일지에 대해 집요하게 묻자 그가 이렇게 답했다. “당연하죠. 패션 위크를 신뢰해요. 여성과 남성 패션 위크 일정을 따를 겁니다.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더 마음 가는 쪽으로, 직관에 따라 계획을 세울 거예요.” 이후 하우스 홍보 팀은 공식 답변을 내놨다. “아직 결정하진 않았지만, 기존 패션 위크 스케줄에 따를 생각입니다.”
첫 출전에서 라이더는 남녀 통합 쇼를 선보였다. “기초를 세우는 데 성별을 나눌 필요가 없다고 여겼습니다”라고 라이더가 설명했다. “그리고 셀린느는 지난 6년 동안 남녀를 비롯한 다른 모든 범주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쳐왔으니까요.” (슬리먼은 2019년 1월 단독 남성복 쇼를 선보였다.)
쇼는 셀린느의 스튜디오와 아틀리에가 있는 파리 비비엔 거리 16번지에서 열렸다. “10년을 보낸 이 건물로 다시 돌아오는 것,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죠.” 안뜰에는 브랜드의 트리옹프 로고 형태로 좌석이 배치돼 있었고 거대한 스카프가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프런트 로에는 셀린느 자전거를 타고 도착하며 사람들의 환호를 받은 방탄소년단의 뷔, 배우 크리스틴 위그, 나오미 왓츠(성전환 수술을 한 그녀의 딸 카이 슈라이버(Kai Schreiber)가 모델로 런웨이에 섰다), 지난 6월 글래스턴베리에서 공연한 가수 앨라니스 모리셋,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과 라프 시몬스,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와 안나 윈투어도 있었다.
라이더는 2026 봄/여름 컬렉션에 파일로와 슬리먼에 대한 오마주를 담는 동시에 새로움을 가미했다. 예를 들면 슬리먼이 여러 해 동안 사용한 더블 C 트리옹프 로고를 컬렉션 전반에 다양하게 활용했다. “창립자인 셀린느 비피아나가 이끈 몇 년, 내가 파일로와 일한 10년, 슬리먼의 지난 6년이 각기 다른 의미로 뛰어났다는 것이 하우스의 특징이라고 봅니다”라고 라이더가 말했다. “전부 토대처럼 느껴져요. 지워버리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습니다. 셀린느는 이미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고, 그 기반은 동시대적이고 윤리적인 인상이 강합니다.”
새로운 시작에서 돋보인 건 이브닝 웨어였다. 클래식한 리틀 블랙 드레스, 슈라이버가 입은 화이트 드레스, 아름답게 재단된 코트 등. 스카프(쇼 초대장은 실크 스카프로 싸여 있었다) 같은 작은 액세서리도 많이 등장했다. 그중 에어팟 케이스는 접근 가능한 가격대로 더 폭넓은 고객에게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잘될 겁니다.” LVMH 회장 겸 CEO 베르나르 아르노의 수석 고문 시드니 톨레다노가 <보그 비즈니스>에 말했다. “마이클은 파리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파리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 알죠.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파리 사람들 말입니다.”
로고를 다양하게 사용한 것에 대해 라이더는 이렇게 설명했다. “패션계엔 가벼움과 유머 감각이 빠져 있어요. 비꼬거나 냉소적으로 비치고 싶진 않지만, 럭셔리에 유머 감각을 더하는 건 아름다운 일이죠. 로고는 1960~1970년대에 마담 비피아나가 자주 사용한 것으로 그 방식은 언제나 시크했습니다. 로고의 높은 활용도를 좋아해요. 아주 고상한 것부터 정반대 지점까지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CEO 아르튀르 르무안(Arthur Lemoine)은 이렇게 평했다. “마이클 라이더는 하우스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에디 슬리먼의 순수함을 발전시키면서 블루와 레드 같은 컬러를 더했어요. 주얼리, 스카프, 백 참 같은 액세서리를 보강했고요.”
파리의 프랑스 패션학교 IFM 교수 벤자민 시메나워(Benjamin Simmenauer)도 동의했다. “여러 가지 비율을 시도해서 다양한 실루엣을 제시하며 오프닝 룩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태도로 일관되게 표현했습니다. ‘쿨한 부르주아’라는 셀린느의 정체성을 전달하기에 충분했어요. 의도적인 모방으로 일종의 브랜딩을 도모했고요. 빅 브랜드에서 이렇게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컬렉션을 본 건 오랜만입니다. 뭔가 엇나간 듯한 룩도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좋았어요.” VK
- 글
- Laure Guilbault
- 사진
- Carraro-Grillo-Scarpato, Gorunway.com, Courtesy of Celine
- 삽화
- Jessica Rose Bird
추천기사
-
워치&주얼리
에디터 푼미 페토와 함께한 불가리 홀리데이 기프트 쇼핑
2025.12.04by 이재은
-
뷰티 트렌드
변화가 필요할 때, 2025년 마지막에 시도해볼 만한 헤어 커트 5
2025.12.03by 김주혜, María Diez
-
패션 뉴스
비욘세부터 니콜 키드먼까지, 2026 멧 갈라 공동 의장
2025.12.11by 오기쁨
-
패션 아이템
한겨울엔 치마를 못 입는다? '이 아이템'은 예외입니다
2025.12.11by 소피아, Paulina Berges
-
아트
색과 점으로 나눈 고요한 대화, 김환기와 아돌프
2025.12.05by 하솔휘
-
패션 아이템
매일 닳도록 들 검정 가방! 한 끗 차이로 결정됩니다
2025.12.11by 하솔휘, Julia Storm, Peter Bevan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