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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인사이더들이 추천하는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BEST 8

2025.09.06

미술계 인사이더들이 추천하는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BEST 8

아트 위크가 끝나도 예술은 계속된다. 올해는 특히 여러 공간에서 높은 완성도의 전시가 줄을 이었고, 자연스럽게 연결된 전시는 새롭고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한 권의 책처럼 이어지며, 의미 있는 대화를 이끄는 미술계 인사이더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시 추천.

#1.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아트선재센터 2026년 2월 1일까지
<재, 꽃잎, 풀림의 의례> @민주화운동기념관 9월 28일까지

쏟아지는 전시가 당장 현실을 바꾸지는 못해도 미술은 여전히 과거를 흔들고 미래를 새롭게 상상하게 만든다.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와 <재, 꽃잎, 풀림의 의례>는 바로 그런 미술이 지닌 전복과 회복의 힘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설치 전경.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2025.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설치 전경.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2025.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Artist Adrián Villar Rojas. Photo by Seowon Nam.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2025.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2017), 파리 피노 컬렉션(2024) 등에서 장소 특정적인 조각과 설치 작업으로 두각을 드러낸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개관 30주년을 맞은 아트선재센터의 견고한 화이트 큐브를 해체하며 자신만의 디지털 시뮬레이션 ‘타임 엔진(Time Engine)’과 한국의 식생을 결합해 독특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 환경은 스팀펑크 세계관을 연상시키며, 로비를 가득 채운 흙더미와 천장을 휘감은 식물, 오래된 미래 문명의 파편처럼 느껴지는 기계 조각이 섬세한 조율 속에서 하나의 완결된 생태계를 이룬다.

이 전시가 디스토피아적 질문을 오늘로 끌어온다면 <재, 꽃잎, 풀림의 의례>는 1970~1980년대 한국 독재 정권 아래 숨어 있던 근현대사의 상흔을 마주하며, 과거에 대한 치유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림, 노래, 연희를 통해 불법을 전파하며 반세기 넘게 지화(紙花)를 만들어온 예술적 수행자 다여 스님의 지화 작품 100여 점은 남영동 대공분실의 오명을 뒤로하고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탈바꿈한 공간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 헌화는 고통을 애도하고 승화시키려는 예술의 태도와 방식을 온전히 보여준다. 송고은 독립 큐레이터

#2. <재, 꽃잎, 풀림의 의례> @민주화운동기념관 9월 28일까지

민주화운동기념관(구 남영동 대공분실)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 그 이상이다. 이곳은 국가 폭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적 증언이자, 오늘날 우리 정서와 깊이 연결된 구조물이다. 계단 각도부터 문이 닫히는 방식, 채광의 밀도까지 어떤 요소도 중립적이지 않으며, 전시의 긴장감 위에 작동하는 생생한 공간이다.

민주화운동기념관 내부 모습. 사진 최인선.
민주화운동기념관 내부 모습. 사진 최인선.

전시는 이 긴장감에 행위를 더하며, 참여 작가 다여 스님이 함께한다. 그는 고대 불교 포교법인 ‘땅설법’의 전승자이자, 50여 년간 지화를 제작해온 장인이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그 자체로 교리의 상징이자, 시간의 잔류물을 감각화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각각의 작품이 독립적일 뿐 아니라 역할을 전환하며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지화는 공간을 관통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공간 역시 지화를 통해 다시 말할 수 있는 구조로 변형되는 듯하다.

시각예술 언어로 쉽게 포착되지 않는 결이 건물의 동선과 층위, 그 안에 흐르는 서사를 입으며 극대화된다. 이 복잡한 층위와 서사를 온전히 체험하려면 하루 세 차례 진행되는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개인의 감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깊은 정서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홍철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사진 홍철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사진 홍철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재, 꽃잎, 풀림의 의례>는 지나간 시간을 다시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로 전하기 어려운 감정을 조용한 형식으로 담아내며, 종교적 상징과 역사적 장소, 조형 언어와 침묵 사이에서 충분한 응답을 만들어낸다. 폭력의 흔적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그 자리에 머물며 우리가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묻는다. 최인선 아트 디렉터

#3.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1월 2일까지

아트 위크 기간에 한국을 찾은 미술 순례자들에게 추천한 전시가 있다. 바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이 ‘타이틀 매치’는 매해 두 작가를 링 위에 올려 맞붙이는, 꽤 유서 깊은 연례 전시다. 올해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부터 웹페이지를 매체 삼아 작업하며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아티스트 듀오 장영혜중공업과 사진 매체를 통해 정치·사회 아카이브를 탐구해온 홍진훤이 링에 올랐다.

장영혜중공업, ‘우아!’, 2025, 오리지널 텍스트와 음악 사운드트랙, 5채널 비디오, 컬러, 철 프레임, 대나무, 5분 32초, 가변 크기,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홍진훤, ‘엑타크롬은 매주 금요일에 현상됩니다’, 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32분 58초;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45×30cm(39), 110×165cm,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두 팀 모두 예술가로서 의견을 내는 데 한 치의 두려움이 없기로 유명한데, 예컨대 홍진훤 작가는 전시 오프닝에서 계엄 사태에 ‘사진’과 ‘이미지’가 미친 영향을 언급하며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심지어 장영혜중공업은 현장에 직접 등장하지 않고, 가상의 캐릭터와 합성된 음성이 등장하는 영상으로 대신했다.

전시는 미술관의 두 층에 걸쳐 펼쳐지며, 두 작가만큼 고집스럽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시 제목처럼 ‘중간 지대는 없다’. 이런 광경을 미술관에서 목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드물고 흥미로운 경험이다. 박재용 통번역가, 비평가·저널리스트, 교육자·조직가

#4. <PANORAMA> @송은 10월 16일까지
현남 <필드 안의 둥지> @휘슬 10월 18일까지

강남 한복판, 스위스 건축 듀오 헤르조그 & 드 뫼롱이 설계한 거대한 단일 블록 같은 건물의 송은아트센터. 그곳에서 열리는 단체전 <Panorama>를 추천한다. 제목 그대로 한국 동시대 미술의 풍경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는 사진부터 영상, 대형 설치, 조각, 회화까지 오늘날 한국 미술의 다채로운 면모를 고루 담아낸다. 특히 작품의 폭넓은 스펙트럼이 인상적이었다. 강렬한 한선우의 회화, 유쾌한 영상 작업을 선보인 이끼바위쿠르르, 빛과 시간을 섬세하게 다룬 박민하의 작업, 변주하는 사운드 작업을 선보인 권병준까지, 다양한 표현과 감각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딘 나에게 동시대 한국 미술의 다양성과 생동감을 아쉬움 없이 느끼게 했다.

‘파노라마’전이 열리는 송은아트센터 전경.
Installation view of Nest in the Field, Whistle, 2025.

또한 휘슬에서 열린 현남의 개인전 <필드 안의 둥지>도 매우 인상 깊었다. 이 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예리하고 시의성 있게 비추는 새로운 조각 시리즈를 선보이며, 예술이 일상과 교감하는 방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김근 롤렌드 그래픽 디자이너

#5. 안토니 곰리 <불가분적 관계> @ 화이트 큐브 10월 18일까지 @ 타데우스 로팍 11월 8일까지
이불 <이불: 1998년 이후> @리움미술관 2026년 1월 4일까지

Antony Gormley, Inextricable, White Cube Seoul, 2 September18 October, 2025.
Antony Gormley, Inextricable, Installation view, Thaddaeus Ropac Gallery, Seoul, 2 September8 November, 2025.

온라인을 통한 만남과 소비가 일상화된 시대에 아트 위크는 서울이라는 물리적 장소에 모여 감각적 경험을 직접 나누는 의미를 새롭게 일깨운다. 이는 화면 너머 간접적인 이미지 소비를 넘어 몸이 공간 속에서 작품과 마주해야만 얻을 수 있는 예술의 본질을 환기한다. ‘직접적인 접촉’이라는 맥락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신체를 해석하는 두 작가의 개인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타데우스 로팍화이트 큐브가 공동으로 주최한 안토니 곰리의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는 도시환경과 인간의 신체가 맺는 긴밀한 모습을 탐구한다. 곰리의 조각은 인간의 몸을 도시 건축의 일부처럼 구성하며, 신체가 환경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고,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드러낸다. 여기서 신체는 단순한 개인적인 정체성의 표지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 조건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곰리의 작업은 관객에게 ‘몸과 세계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물리적 실체를 통해 체험하게 하며, 나아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의미를 성찰하게 만든다.

이불, 애프터 브루노 타우트(사물의 달콤함을 경계하라), 2007.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이불 작가. 리움미술관, 2025, 사진 윤형문.

리움미술관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 <이불: 1998년 이후>는 기술과 권력, 사회적 규범이 교차하는 장으로 신체를 드러낸다. ‘사이보그’, ‘노래방’과 ‘몽그랑레시’ 연작 등으로 이어지는 작품 세계를 통해 근대적 유토피아의 열망과 좌절, 신체가 그 속에서 어떻게 균열되고 재구성되는지 탐구한다. 전시는 연대기에 따르지 않고, 주요 사건과 역사적 참조, 개인의 기억이 뒤섞인 알레고리의 풍경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불 작품의 신체는 완전성을 잃은 불안정한 존재지만, 바로 그 불완전성이 현대인이라는 조건의 본질을 드러내는 힘으로 작용한다. 정소영 <월간미술> 기자

#6. 우한나 <품새 POOMSAE> @지갤러리 9월 27일까지
<양혜규: 얇은 도약의 나날들> @구 양혜규 스튜디오 9월 7일까지

건물 지하에 자리한 지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땅과 공중으로 이파리를 펼쳐 보이는 기괴한 생명체가 우리 앞에 선연히 나타난다. 우한나는 개인전 <품새>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개념적 구조를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의 패브릭을 활용한 비정형적 형태로 허물어내며, 한국 전통 무술의 감각을 더한 작품을 선보인다. 무술의 품새가 보여주는 신체의 움직임은 작가의 손을 거쳐 거침없이 표현된 비인간 객체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품새’ 전시 전경. ©우한나. 제공 지갤러리, 사진 이승헌.
‘품새’ 전시 전경. ©우한나. 제공 지갤러리, 사진 이승헌.
‘품새’ 전시 전경. ©우한나. 제공 지갤러리, 사진 이승헌.
‘양혜규: 얇은 도약의 나날들’ 전시 전경.
‘양혜규: 얇은 도약의 나날들’ 전시 전경.

우한나가 감각한 천과 솜, 실과 같은 재료의 양감, 전통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관심사는 나의 시선을 종로구 연건동의 양혜규 작업실로 이끈다. 이전 작업실에서 열리는 전시 <양혜규: 얇은 도약의 나날들>은 2020년대 초반부터 작가가 선보인 평면 작업 ‘황홀망 Mesmerizing Mesh’ 연작을 참고 문헌, 미공개 소형 조각, 주요 연대기와 함께 소개하는 자리다. ‘황홀망’은 세계 곳곳의 제의와 관련된 작가의 오랜 관심, 종이의 가능성과 특징, 문화사적 맥락을 탐구하며 탄생한 작품이다. 관람객은 세심하게 자르고 겹친 한지의 반투명한 층 뒤로, 무한 확장되는 상상의 공간을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다. 박지형 한화문화재단 큐레이터

#7. 안 베로니카 얀센스 개인전 <9월의 서울 September in Seoul> @에스더쉬퍼 갤러리 10월 25일까지

아트 페어 시즌이 되면, 늘 그렇듯 작품을 소장한 작가들의 근황이 더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올해는 기쁘게도 안 베로니카 얀센스의 서울 첫 개인전 <9월의 서울>이 열린다는 소식에 기대가 컸다. 벨기에의 교외 자연에서 살아가며 SNS와 이메일을 멀리하는 작가를 나는 늘 ‘요정 할머니’라고 불렀다. 그런 요정 같은 작가가 서울, 그것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전시작 설치를 위해 방한한 작가를 직접 만나니 더 팅커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로니카 얀센스의 ‘9월의 서울’ 전시 전경.
베로니카 얀센스의 ‘9월의 서울’ 전시 전경.
베로니카 얀센스의 ‘9월의 서울’ 전시 전경.

얀센스의 작품을 처음 소장한 건 2019년이다. 그로부터 2년 전, 북유럽의 아름다움에 빠져 종종 여행을 떠나던 시절, 핀란드 헬싱키 키아스마 미술관에서 열린 얀센스의 개인전을 우연히 보고 반한 것이 계기였다. 스위스 바젤 아트 페어의 에스더쉬퍼 갤러리 부스에서 만난 ‘아쿠아 시리즈’는 투명 유리 박스에 파라핀 오일을 채워, 보는 각도에 따라 계속 달라지는 신비로운 작품이었다. 페어 마지막 날까지 계속 감상하며 ‘이 작품을 집에 설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실제로 얀센스의 ‘아쿠아 시리즈’를 개인이 소장한 것도 내가 처음이며, 작품 설치에 거의 9시간 동안 공들인 경험이 있다.

개인전은 얀센스 특유의 빛과 공간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투명 유리 블록과 옵티컬 글라스를 활용한 작품이 주를 이루며, 빛 반사와 투과 과정을 통해 색채와 형태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빙하를 연상시키는 큐브 모양의 투명한 조각이 설치되어 있는데, 큐브의 개수(4개, 16개 등)에 따라 색감과 구성이 달라진다. 이 작품은 내구성이 강해 야외 정원이나 마당 같은 곳에도 설치 가능하며, 갤러리 내부에서는 미니멀한 기하학적 구조물을 배치해 관람자가 직접 이동하며 빛의 변화와 순간성을 체험하게 만든다. 또 시각적 경험과 물질의 특성을 동시에 탐구하며, 강렬한 감각적 몰입을 이끄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안 베로니카 얀센스의 작품은 반드시 직접 보고, 자기만의 감각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전시를 강력 추천하는 이유다. 이소영 미술교육인, 아트 컬렉터

#8.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1월 23일까지

8월 말 개막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서울시립미술관을 예술적 강령이 흘러넘치는 신전으로 바꿔놓았다. 이번 비엔날레는 호주 빅토리아 영성주의 연합, 일본 오모토 재단, 독일 루돌프 슈타이너 아카이브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모은 작품으로 구성했으며, 흔히 접하기 어려운 특별한 맥락을 품고 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전시 전경.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전시 전경.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전시 전경.

1층 전시장에는 루돌프 슈타이너가 공개 강연 중에 그린 액션 페인팅, 조지아나 하우튼이 여러 영혼과 교신하며 제작한 수채화, 데구치 오니사부로가 기도문을 읊으며 만든 ‘빛나는 찻잔’, 엠마 쿤츠의 ‘에너지 장’을 묘사한 기하학적 드로잉 연작 등이 전시된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격변의 시기,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 속에서 사람들은 영성주의, 오컬트, 신비주의 등을 정서적 탈출구로 삼았고, 예술가는 기존 지식 체계를 넘어 새로운 비전을 창조하며 방향성을 모색했다.

이들의 예술과 실천하는 삶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비엔날레는 동시대 예술가의 다양한 작품을 더해 오늘날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가짜 현실’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정체성의 혼란을 성찰하게 한다. 예술 경험이 해방과 치유의 길이 될 수 있을까? 흰 벽과 회색 바닥, 미니멀한 디자인의 전형적인 전시 관습을 과감히 뛰어넘는 다채롭고 감각적인 ‘세앙스로서의 전시’. 이번 비엔날레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느끼기 어려운 감각을 일깨우고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이른바 ‘경험’ 그 자체다. 안동선 미술 전문 기자

안동선(미술 칼럼니스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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