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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에게 모성애가 있을까?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2025.09.09

사이코패스에게 모성애가 있을까?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SBS 드라마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사마귀)>은 여성판 <양들의 침묵> 같은 드라마다. 천재 살인마가 다른 연쇄살인범을 프로파일링한다는 설정은 이제 낯설지 않다. <사마귀>는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 관습화된 설정에 변주를 일으킨다. <밀애>와 <화차>에서 고혹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보였던 변영주 감독, 광기 어린 카리스마를 표현하는 데 탁월한 배우 고현정 조합이 든든하다. 프랑스 드라마 <사마귀(La Mante)>가 원작이다.

SBS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컷

주인공 정이신(고현정)은 2002년 남성 다섯 명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피살자는 모두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정이신은 그들을 거세했다. 그래서 정이신은 ‘사마귀’라는 별명을 얻었다. 암컷 사마귀는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다고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그를 체포했지만 증거가 부족했다.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빨리 사태를 해결하고 싶었던 정부는 거래를 했다. 정이신은 살인을 인정하는 대가로 감옥 대신 주택에 홀로 연금되어 커피와 음악을 누리며 살았다. 국민들은 그가 죽은 줄 안다. 그런데 2025년 사마귀의 범죄를 고스란히 재연한 모방 범죄가 벌어진다.

과거 사마귀 사건을 담당했던 최중호(조성하)는 정이신에게 도움을 청한다. 정이신은 또 한 번 거래를 제안한다. 자신의 아들인 정호/차수열(장동윤)을 통해서만 얘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그는 이름을 바꾸고 경찰이 된 상태다. “엄마가 다섯 명을 죽였으니 네가 다섯 명을 살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중호의 권유가 있었다. 수열은 자신이 사마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밝혀질까 봐 두렵고, 자신이 평생 부정하고 혐오해온 정이신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싫다.

SBS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컷
SBS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컷
SBS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컷

정이신과 차수열이 20여 년 만에 상봉하는 장면은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정호구나” 하는 정이신의 목소리가 떨린다. 손도 떤다. 수열이 가족 상봉이나 하자고 온 게 아니다, 자신은 경찰이라며 거리를 두자 이신은 미묘하게 표정이 바뀌더니 범죄자로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 “톱날이 사람 목뼈를 좌우로 가르면서 들어갈 때 사람 몸통이 울려요. 드르륵 드르륵. 이놈은 뭐 그런 재미는 모르는 것 같고…” 거기에 반발심을 느낀 수열이 피 냄새가 흥분되냐고 빈정거리자 정이신이 폭발한다. “피 냄새? 난 좋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나던 냄새잖니.”

정이신이 죽인 게 여성 학대범들이었다는 점, 그가 아들을 대하는 태도, 차수열이 과거 사건과 어머니에 대해 모르는 게 있다는 뉘앙스는 시청자들이 주인공 캐릭터를 부득이 정의 구현에 나선 모성애 강한 인물이라 인식하고 싶게 만든다. 동시에 정이신은 살인에서 쾌락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후자는 차수열이 지금껏 생각해온 정이신의 이미지다. 그렇기 때문에 수열은 마약반 시절 약에 절어 자식마저 위험에 빠뜨리는 범인을 쫓을 때 살인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그런 자신의 충동에서 어머니의 흔적을 보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정이신이 주변의 기대에 맞춰 악인을 연기하는 선인인지, 아니면 오롯한 악인인지, 혹은 사이코패스지만 모성은 있는 인물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게 이 드라마의 중요 미스터리다. 고현정은 미묘한 표정 변화와 카메라 너머까지 전해지는 위압감으로 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문제는 이 연기가 앙상블이 아니라 독주곡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SBS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컷
SBS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컷
SBS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컷

아쉽게도, 고현정과 조성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출연진이 뉘앙스가 부족하고 피상적인 연기를 하고 있다. 특히 정이신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차수열의 복잡한 심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장동윤은 가능성이 많은 배우지만 강력반 팀장 역을 맡기에는 젊은 이미지다. 감정 연기에 무게감이 실리지 않다 보니 차수열이 더 미숙하고 어려 보인다. 평범한 범죄 액션 드라마라면 무난했을지 모르지만 이 우아한 스릴러에는 잘 반영되지 않는 연기다. 조연과 단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정이신이 등장하는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의 긴장 강도가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형사들이 범인을 쫓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필요한 스릴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인상이다.

그렇더라도 여성 연쇄살인범 캐릭터, 그의 비밀스러운 서사,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메시지, 날카로운 대사는 매 순간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변영주 감독 특유의 우아하고 서늘한 분위기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이야기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원작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더 지켜보고 싶다.

SBS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컷
이숙명

이숙명

칼럼니스트

영화 잡지 <프리미어>, 패션 잡지 <엘르>, <싱글즈>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2018년부터 발리에 거주 중이며 대중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칼럼을 주로 씁니다. 저서로는 <패션으로 영화읽기>, <혼자서 완전하게>, <사물의 중력>, <나는 나를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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