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감정의 바다에 풍덩! 마음을 자극하는 전시 3

2025.09.11

감정의 바다에 풍덩! 마음을 자극하는 전시 3

불순물 없는 기쁨, 심연의 슬픔, 회피 중인 불안까지. 이곳에서는 모두 괜찮아요.

<무라카미 다카시: 해피 플라워>

순수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면 9월 29일까지 열리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해피 플라워>를 주목하세요.

‘꽃의 부자(Ohanano Oyako)’, Murakami Takashi, 2019. 오아르미술관 제공
'무라카미 다카시: 해피 플라워' 전시 전경. 오아르미술관 제공
'무라카미 다카시: 해피 플라워' 전시 전경. 오아르미술관 제공

알록달록 웃음을 머금은 ‘해피 플라워’를 보다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일제히 관람객을 향해 웃고 있는 꽃들은 “이래도 안 웃을 거야?”라며 능청을 떠는 것도 같죠. 그런데 더 나아가 슬픔이나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크게 웃을 때도 있으니까요. 강박적으로 반복된 꽃의 미소는 소비사회가 강요한 행복을 풍자합니다. 이렇게 평평하지 않은, 다층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무라카미의 ‘해피 플라워’는 그의 미학 ‘슈퍼플랫(Superflat)’을 상징해요. 이는 우키요에에서 애니메이션, 오타쿠 미학으로 이어지는 ‘평면성’이 강조된 일본의 시각문화 정체성이죠. 또한 예술과 소비문화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것을 하나의 평면 위에서 동등하게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예로 루이 비통과의 협업으로 제작된 한정판 가방 3점과 대표 판화 작품 27점까지 총 30점을 선보입니다. 장소 오아르미술관 예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oar_museum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 보존용 폴리우레탄 수지, 목재, 천, 붉은 조명, 237.8×362.3×248.6cm, 1974~2017. Ron Amstutz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SACK, Korea
‘커플(The Couple)’, 알루미늄, 365.1×200×109.9cm, 2003, 개인 소장, 뉴욕. 사진: 조너선 라이언후브우드 ©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SACK, Korea

깊이 묻어두었던 마음과 이제는 마주하고 싶거나, 반대로 끝없이 떠오르는 괴로운 감정을 털어버리고 싶다면 루이즈 부르주아의 전시 <덧없고 영원한>을 추천합니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기억, 신체, 시간을 일생 탐구하고 복잡한 심리를 조형 언어로 번역해 20세기 현대미술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구축한 작가죠.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중 ‘아버지의 파괴’는 정면만 열린 구조로 심리 극장을 보는 듯해,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작가의 응축된 분노와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또한 두 개의 알루미늄 나선이 공중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는 조각 ‘커플’에서는 성적 끌림과 의존에 대한 두려움 등 예상치 못한 감정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르죠. 이번 전시에서는 우울증을 겪었던 작가의 일기와 정신분석 기록을 작품과 병치해, 작가의 내면과 작품 형상 사이의 연결 고리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회화, 조각, 설치 등 총 106점을 소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루이즈 부르주아 회고전 <덧없고 영원한>은 내년 1월 4일까지. 장소 호암미술관 예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leeummuseumofart

<Dear morning>

김허앵 개인전, ‘Dear morning’.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제공
김허앵, ‘The Explorer’, Acrylic on canvas, 100×30cm, 2025.
김허앵, ‘돌머리의 여행’, Acrylic on canvas, 41.3×53cm, 2024.

불안은 쾌락 추구를, 이는 중독을 낳습니다. <도파민네이션>의 저자이자 스탠퍼드대학교 정신의학 교수인 에나 렘키는 “고통을 찾아내어 삶에 끌어들여야” 중독을 끊을 수 있다고 말하죠. 김허앵 작가는 회화적 상상을 통해 자신의 두려움을 직면합니다. 산기슭 작가의 집에 수시로 출몰하는 곤충을 캔버스에 끌어들인 거죠. 그렇게 혐오의 대상이었던 곤충은 의인화되어 귀여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한편,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곤충들은 희망의 미래로 우리를 이끄는 듯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지류는 지구상 최초로 육상에 올라온 동물로, 실제 강한 생명력을 지녔죠. 작가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과거에서 현재, 미래를 횡단하는 생명체로 이들을 그려냈습니다. 작가의 이전 전시 <나의 지구를 지켜줘>가 암울한 미래를 비췄다면, 이번 <Dear morning>은 다시 아침을 기대하게 하는 새로운 영감을 줄 것입니다. 전시는 9월 21일까지. 장소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예매 무료 인스타그램 @space_willingndealing

포토
오아르미술관, 호암미술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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