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봄/여름 뉴욕 패션 위크 DAY 1
‘패션의 달(Fashion Month)’이 시작됐습니다. 앞으로 한 달은 패션계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우선 예정된 데뷔 쇼만 15개에 달합니다. 거리의 사람들이 옷 입는 방식을 바꿔놓은 뎀나는 구찌에서 제2막을 앞두고 있고, 샤넬과 디올은 각자 마티유 블라지와 조나단 앤더슨이라는 신시대를 맞이하죠. 몇 년째 ‘새로운 움직임’을 애타게 기다려온 평론가들은 이번 시즌을 계기로 럭셔리업계가 침체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선봉장으로 나선 건 미국 패션의 대부 랄프 로렌, ‘미국식 세련미’의 정수 마이클 코어스, 그리고 2008년 론칭 이래 줄곧 지속 가능성을 주창해온 콜리나 스트라다였습니다. 어쩌면 거대한 변화의 서막이 될지도 모르는, 세 브랜드의 2026 봄/여름 컬렉션을 만나보시죠.

랄프 로렌(@ralphlauren)
뉴욕 패션 위크가 공식적으로 개막하기 하루 전, 랄프 로렌이 매디슨 애비뉴에 위치한 본사 건물에서 쇼를 선보였습니다. 랄프 로렌은 쇼 직전 “단순함을 유지하고, 옷이 직접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라는 짧은 코멘트를 공유했는데요. 그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무척 미니멀했습니다. ‘랄프 로렌’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아이템인 데님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죠. 컬러 팔레트 역시 단순했습니다. 랄프 로렌이 총 50개의 룩을 선보이며 사용한 컬러는 블랙, 화이트, 레드, 그리고 브라운(초반부에 라피아 소재 모자가 두 번 등장한 것이 전부입니다)뿐이었죠. 룩의 재미는 네크리스부터 브레이슬릿까지, 볼드한 은빛 액세서리가 담당했고요. 스타일링 역시 클래식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새빌 로에서 맞춘 듯한 블레이저에는 통이 널널한 수트 팬츠를 조합했고, 대부분의 드레스는 단독으로 활용됐죠. 패션계가 아무리 새로움을 좇고, 2026 봄/여름 시즌 이후 새 시대가 열리게 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가치란 분명 존재한다는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고전미’의 필요성을 상기시켜줄 인물로, 2년 뒤 브랜드 창립 60주년을 맞이할 랄프 로렌만큼 적합한 인물이 또 있을까요?




마이클 코어스(@michaelkors)
쇼 하루 전날, 마이클 코어스의 인스타그램이 티저로 도배되었습니다. 붉은 흙과 사막의 경관을 담은 영상은 물론 마이클 코어스 본인이 여행 중 직접 촬영한 야자수나 오래된 벽면 사진이 업로드됐죠.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의 테마가 ‘흙빛 엘레강스(Earthy Elegance)’였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코어스는 “자연은 언제나 저를 놀라게 합니다”라며, 모로코와 미국 서부 등을 여행하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이번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밝혔는데요.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 역시 테마에 걸맞은 컬러였습니다.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브라운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거든요.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나 평생을 ‘시티 보이’로 살아온 마이클 코어스는 특유의 도회적인 터치를 가미해 더없이 세련된 올 브라운 룩을 연달아 선보였습니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심상치 않은 기후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지나치게 타이트한 옷의 실용성에 의문을 품게 됐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그 영향인지, 전체적으로 벙벙한 실루엣이 눈에 띄었습니다. 쇼 초반부에 재생된 닉 드레이크의 곡, ‘Day is Done’의 가사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죠. “새가 떠나간 뒤에는, 당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당신이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온데간데없다네.” 어쩌면 마이클 코어스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를 던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콜리나 스트라다(@collinastrada)
콜리나 스트라다의 2026 봄/여름 컬렉션 쇼는 맨해튼 최남단의 헬기 착륙장에서 열렸습니다. 사방이 뚫려 있어, 길을 지나가거나 근처 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람 모두가 쇼를 관람할 수 있었죠. 콜리나 스트라다를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닌,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으로 규정하는 힐러리 테이모어다운 선택이었죠.
쇼의 구성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매 룩마다 2명의 모델이 등장했거든요. 선두에 선 모델은 밝은색의 룩을 입고 있었습니다. 몇 발짝 뒤에서 걷던 모델은 같은 룩의 ‘올 블랙’ 버전을 입고 있었죠. 힐러리 테이모어는 이 올 블랙 룩들을 ‘그림자’라고 불렀는데요. 이 그림자들이 상징하는 것은 우리가 지나온 모든 역사, 시스템, 그리고 정책이었습니다. 지나온 길을 똑바로 응시하는 동시에, 낙관적인 태도로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죠. 동시에 브랜드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콜리나 스트라다의 장기인 화려한 컬러와 프린트를 자랑스레 내보이는 동시에, 그게 브랜드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덤덤하게 증명했거든요.



#2026 S/S NEW YORK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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