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가지만 파고드는 것을 칭송하는 시대는 이제 갔어요” – 미우라 코타

2025.09.15

“한 가지만 파고드는 것을 칭송하는 시대는 이제 갔어요” – 미우라 코타

간결하고, 거침없다. 도쿄에서 만난 미우라 코타는 옥타곤 안에서의 모습 그대로였다. 타고난 스타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일본을 넘어 태국과 한국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팬을 끌어모으는 격투기 선수 미우라 코타가 〈보그〉와의 만남을 100% 즐겼다.

헤링본 코트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레이어드 쇼츠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네온 컬러 스니커즈는 로에베×온(Loewe×On).
레이스 소매의 블랙 니트 톱은 펜디(Fendi).
프린트 자카드 니트 톱은 버버리(Burberry), 데님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더블 버튼 스트라이프 수트는 톰 브라운(Thom Browne).
다크 그린 컬러의 레더 후드 블루종은 페라가모(Ferragamo), 네이비 컬러 레더 팬츠는 버버리(Burberry).
위빙 디테일 블루종과 데님 쇼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부츠는 버버리(Burberry).

미우라 코타(Miura Kota)의 최근 경기가 지난 5월 31일 ‘라이진 월드 시리즈 인 코리아’에서 펼친 권용철 선수와의 만남입니다. 한국 선수와는 처음으로 겨룬 기회였죠. 경기에서는 패배했지만, “결코 아쉬움만 남은 경기는 아니었다”고 말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나라인 한국에서의 경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경기 전부터 많은 한국인이 한국에 와달라고 했는데, 때마침 부름에 응할 수 있어 기뻤죠. 결과는 아쉬웠지만, 저는 아직 젊으니까 괜찮습니다.(웃음) 패배에서 얻은 배움으로 다음에는 승리하는 모습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지난 연말에는 원주 ‘MMA 스포츠 페스티벌’에 쿠로이 카이세이의 세컨드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어요. 권용철 선수와 경기를 치른 후 “한국이 더 좋아졌습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는데,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활약을 기대하나요?

격투기뿐 아니라 <보그> 화보 촬영처럼 모델로도 활약하고 싶고,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패션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되는 것도 좋고, <피지컬: 100>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재밌겠죠. 어머니가 한국을 너무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집에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봤어요. 특히 <도깨비>와 <진짜 사나이>를 좋아하셨죠.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많이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여러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MMA 데뷔 4년 차죠. 프로 데뷔전에서 사쿠라 유시를 상대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첫 승리를 거뒀을 때의 희열을 여전히 기억하나요?

그럼요. 살면서 그렇게 흥분할 일은 별로 없잖아요. 처음 느껴본 그 감정 덕분에 계속 이기고 싶고, 그 순간을 또 만끽하고 싶어 격투기를 계속하게 돼요.

축구를 관두고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일찍부터 격투기에 매달린 건 어떤 확신이 있었기 때문인가요?

재능을 확신했다기보다 격투기가 그냥 너무 재미있었어요. 축구도 좋아했지만, 왠지 프로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진 않더라고요. 마이크 타이슨을 보고 격투기의 매력에 빠져 일단 복싱을 배우러 도장을 찾았는데, 마침 그곳이 MMA 도장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거죠.

격투기 선수로서 당신의 재능을 가장 먼저 인정해준 이는 누구였나요?

저 자신이요.

아버지인 전 일본 축구 국가대표 미우라 가즈요시에게서 물려받은 선천적인 재능도 격투기 선수가 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 됐으리라 짐작합니다.

아버지의 멘탈을 닮은 것 같아요. 아버지처럼 주변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에만 집중하거든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지켜가고 싶어요.

경기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 따로 없죠? 사람들은 당신을 ‘고양이(The Cat)’라 부르며 순발력과 동체 시력을 칭찬합니다.

몰랐어요.(웃음) 기쁩니다. ‘코타’가 러시아어로 ‘코시키(Кошки)’인데, 그게 고양이라는 뜻이래요. 그래서 확산된 별명이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닉네임을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일본 브레이브 짐에서 레슬링 기반의 그라운드 기술을, 시범 경기에서 맞붙은 적 있는 태국 무에타이의 전설 부아카오 포 프라묵(Buakaw Por Pramuk) 밑에서 타격을 수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훈련은 얼마나 하나요?

보통 3개월 단위로 훈련 스케줄을 짜는데 주 5~6회는 하루 2~3회로 나누어 훈련을 해요. 경기가 끝나면 조금 쉬는 편이고요. 집중력을 기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훈련하고 있습니다.

경기 영상을 자주 모니터링하는 편인가요? 어떤 이유에서건 가장 많이 돌려 본 당신의 경기는?

모니터링은 안 해요. 너무 부끄럽거든요.(웃음) 그나마 가장 많이 본 경기 영상은 부아카오와의 시범 경기였어요. 졌지만, 존경하는 선수와의 만남이었으니까요.

무하마드 알리와 마이크 타이슨을 동경하던 당신이 요즘 가장 눈여겨보는 선수는?

킨타로요. ‘라이진 월드 시리즈 인 코리아’에도 함께 출전한 형제 같은 사이예요. “그때 잘하더라”라는 식으로 서로 종종 피드백도 주고받죠. 패션 스타일도 너무 멋있어요.

경기장 안에서 늘 무던하고 침착해 보입니다. 경기 시작 전에는 무슨 생각을 하나요? 맨 처음 상대 선수와 인사할 때 상대의 눈을 보지 않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긴장은 잘 안 합니다. 데뷔 무대도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는데, 오히려 긴장감은 그 후로 점점 더 커지는 듯해요. 링 위에서 상대의 눈을 보지 않는 건, 바깥 환경에 동요하지 않고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예요. 감정이 동요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거든요. 지금까지 훈련해온 것을 온전히 발휘하는 데만 신경 쓰고 싶어요.

승리를 기대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물론 파이터에게 연이은 패배는 그리 드문 일은 아니죠. 당신은 이 패배의 시기를 어떤 마음으로 이겨내고 있나요? 조급하진 않은지···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가고 있어 불안하지만, 승패가 전부는 아니니까요. 매번 치르는 경기를 소중한 기회로 여기며 다음에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늘 링 위에 섭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끝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저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거라 믿어요.

태국 분차이 푼성노엔(Bunchuai Phonsungnoen) 선수와 치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직후 기뻐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부모님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위험을 수반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기든 지든 부모님은 늘 저를 걱정하세요. 그래도 경기에서 이길 땐 한시름 놓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웃음) 말로 격려하는 것보다 늘 곁에 있어주려고 하시는 부분이 정말 감사해요.

틈틈이 모델로 활약하고, 직접 브랜드를 론칭할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죠. 풍성한 모피 아이템이나 화려한 색상과 패턴의 의상도 능숙하게 착용하는 당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뭐든 다른 사람과 비슷한 건 싫어요. 저만의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시도하기 위해 노력하죠. 이번 <보그> 촬영에서 입은 스트라이프 패턴 수트는 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옷인데, 그런 스타일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새로운 영감을 받았습니다.

패션, 모델, 연기 등 격투기 외의 분야에 대한 관심이 당신의 삶에 어떤 활력을 선사하나요?

한 가지만 파고드는 것을 칭송하는 시대는 이제 갔어요. 여러 가지를 능숙하게 잘해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SNS를 통해 새로운 도전과 협업을 시도하기도 훨씬 수월해졌고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 그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싶어요. 한국어도 배워야죠!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거든요.

선수로서는 어떤 목표로 나아갈 건가요?

똑같아요. 다시없을 유일무이한 격투기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VK

J ISSUE

한국과 일본이 수교 60주년을 맞았다. 가깝고도 먼 우리지만 대중문화에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생해왔다. 〈보그〉가 주목한 동시대 일본 문화 예술인들이 간극을 더 좁혀가리라 믿는다. 배우 안도 사쿠라, 영화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배우 히다카 유키토, 종합 격투기 선수 미우라 코타, 뮤지션 크리피 너츠, 소설가 무라타 사야카,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 패션 디자이너 이와이 료타가 K에 보내는 J 컬처.

피처 에디터
류가영
포토그래퍼
고원태
컨트리뷰팅 패션 에디터
김봉법
헤어 & 메이크업
Yoshikazu Miyamoto
프로덕션
Tomoko Og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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