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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부산 찾은 거장 자파르 파나히

2025.09.18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부산 찾은 거장 자파르 파나히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9월 26일까지 열린다. 세계적인 배우와 감독, 프로그래머가 찾는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이는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일 것이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2025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임신한 아내와 어린 딸을 태운 채 밤길을 달리던 남자가 타고 가던 차가 개를 친 뒤 고장 나고, 근처 정비소에서 우연히 정비공을 만난다. 정비공은 남자의 의족 소리를 듣고 자신을 고문한 정보관이라 확신해 납치한다. 그러나 확신이 흔들리면서 억울하게 납치, 고문당한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조사하지만, 그들도 당시 안대를 했던 탓에 남자의 정체를 단언할 수 없다.

제목처럼 ‘그저 하나의 사고’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우연한 충돌이 어떻게 인간 내면의 트라우마와 도덕적 딜레마를 불러내는지 되짚는다. 부산을 찾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영화제 기자 간담회에서 짧은 소회를 밝혔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2025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세계 최초로 10월 1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 만나는 중이기도 하다.

영화 배급을 도와준 이들이 앞으로도 더 힘써주길 바라며,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시간 낭비는 아니리라 믿는다.

2026년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 부문에 이 작품이 출품됐다.

다른 영화제와 달리 이란 영화를 아카데미에 출품하려면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현재 영화 제작자가 허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이 영화는 프랑스와 공동 제작한 작품이기에 그 점을 강조할 듯싶다. 기억하기로는 2006년 영화 <오프사이드> 역시 배급사 소니픽처스가 방법을 강구하다 출품을 포기한 적 있다. 앞으로 나를 비롯해 독립적인 영화 제작자들이 연대해 이런 문제를 마주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어제 당신의 스레드를 봤는데 고(故)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묘를 찾았다. 그를 비롯해 부산영화제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부산에는 세 번 정도 왔다. 첫 방문은 부산국제영화제 첫 회 때로, 아주 오래됐다. (<하얀풍선>(1995)으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후 방문했다.) 그 후에는 내가 출국을 금지당했기에 부산에 오기 힘들었다. 이 영화제의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이란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출국 금지로 이란을 떠날 수 없을 때도 나를 만나러 왔다.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 가장 먼저 기억나는 사람은 그였다. 특히 올해 칸영화제에 가기 전에 그가 우리 집을 방문해 부산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됐다. 그렇기에 이번에 부산에 오면서 내가 그를 찾아간 것이다. 이틀 정도 머물고 출국해야 하는데, 진정 바라건대 다시 와서 아내와 한국을 돌아보고 많은 분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특히 한국의 해산물과 음식 때문에라도.(웃음)

영화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나?

스스로 ‘사회적인 영화 제작자’라고 여긴다. 사실 나는 20여 년간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았는데, 오히려 내면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였다. 나 자신을 자세히 바라봤고 모든 아이디어가 거기에서 나왔다.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했기에 집에서라도 몰래 시도했고 내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도 했다. 영화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택시 운전을 떠올렸다. 아마 그랬다면 택시에 카메라를 숨겨서 승객이라도 촬영해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것에서 나온 작품이 <택시>(2015)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자는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내고, ‘그럼에도 영화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란 영화계는 어떤 상황인가?

아쉽게도 많은 폐쇄적인 국가의 영화인이 자유를 억압받고 있다. 이란에서는 정부에 각본을 제출해 사전 검열을 받는다. 이런 규칙을 따르고 싶지 않다면 많은 문제를 감내해야 한다. 내가 그랬다. 함께 작업한 각본가가 감옥에 갔다가 이틀 전에 풀려났고, 나의 소중한 동료는 인생의 4분의 1을 감옥에서 보냈다.

가장 힘든 시기와 기쁜 시간을 꼽는다면?

어떤 영화인이라도 영화를 만들 때 살아 있는 느낌을 받을 것이며, 그럴 수 없다면 정말 우울에 빠질 것이다. 5년간 스크립트를 준비했지만 허가를 받을 수 없던 적이 있는데, 그렇게 영화를 만들 수 없었던 시기가 늘 후회된다. 그리고 영화를 준비하며 무고한 피해자들을 떠올릴 때면 괴로웠다.

저항의 힘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부분은?

내 힘은 아내로부터 온다.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아내가 나를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만들 수밖에.(웃음).

부산을 비롯한 한국의 영화인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

지금 젊은 세대가 누리는 기술은 내 세대에는 없었다. 많은 가능성이 주어지고 있기에 더 혁신적인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 거라 여긴다. 영화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관객을 쫓아가는 영화로 전 세계 영화 산업의 95%가 거기에 집중한다. 또 다른 하나는 관객이 따라오는 영화다. 당신이 한번 따라와보라는 식인데 내가 이런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영화 제작자라면 이 두 가지 중 어떤 유형을 선택할지 정한 다음 시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첫 스텝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
    피처 디렉터
    김나랑
    포토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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