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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봄/여름 런던 패션 위크 DAY 1~2

2025.09.22

2026 봄/여름 런던 패션 위크 DAY 1~2

‘런던 패션 위크 위기론’이 시작된 것은 약 1년 전의 일입니다. 세인트 마틴, LCF, RCA 등 세계 최고의 패션 스쿨이 배출한 새로운 재능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다른 도시로 떠나가는 일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주장에 신빙성을 실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지난 2월 말 열린 런던 패션 위크의 공식 캘린더에는 JW 앤더슨, 노울스, 몰리 고다드 등 주요 브랜드들의 이름이 빠져 있었습니다. 성대한 패션쇼 대신 소박한 디너파티를 주최한 에런 에쉬와 16알링턴 같은 브랜드들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런던 패션 위크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선 8개월 전, 영국 <보그> 패션 피처 에디터 출신 로라 위어(Laura Weir)가 영국패션협회 CEO로 새로이 임명됐죠. 오래전부터 신진 브랜드가 무상으로 쇼를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온 영국패션협회는 젊은 디자이너를 후원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존 갈리아노와 알렉산더 맥퀸 등 전설적인 디자이너를 배출한 런던 패션 위크는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린 해리스 리드, 초포바 로위나, 그리고 디 페차의 컬렉션을 만나보세요.

섬네일 디자인 허단비

해리스 리드(@harris_reed)

2026 봄/여름 컬렉션은 해리스 리드의 열 번째 시즌이었습니다. 2021년 2월, 6개의 룩으로 구성된 컬렉션을 선보이며 데뷔한 그는 어느덧 런던을 대표하는 꾸뛰리에로 성장했죠. 니나 리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한 그는 대학 시절, 퀴어 아트에서 영감받은 화려한 의상을 만들며 “이런 옷을 사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제 그런 의구심이 말끔히 사라졌다며, 에디터와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충성 고객층까지 컬렉션에 초대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무척 흡족하다고 이야기했죠.

이번 컬렉션의 타이틀은 ‘디 에이비어리(The Aviary)’, 즉 새장이었습니다. 쇼가 있기 이틀 전, 해리스 리드는 브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새장 모양 드레스를 입은 나오미 캠벨의 사진을 업로드했는데요. 그는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빅토리아 시대의 크리놀린 드레스에 푹 빠져 있었다며, 실루엣이 과장된 드레스만이 줄 수 있는 자신감과 진중함의 힘을 늘 믿어왔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처럼, 해리스 리드의 2026 봄/여름 컬렉션 역시 볼륨감 넘치는 크리놀린 드레스로 가득했죠. 이번 쇼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화려한 컬러와 패턴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해리스 리드가 선보인 쇼 중 가장 다채로운 컬러를 활용했으며, 빈티지 벽지를 활용해 만든 스커트가 등장하기도 했죠. 궤도에 오른 독립 브랜드에도 변화와 진화는 필수라는 걸 런던의 동료 디자이너들에게 알리려는 듯했습니다.

Harris Reed 2026 S/S RTW
Harris Reed 2026 S/S RTW
Harris Reed 2026 S/S RTW
Harris Reed 2026 S/S RTW
Harris Reed 2026 S/S RTW
Harris Reed 2026 S/S RTW
Harris Reed 2026 S/S RTW
Harris Reed 2026 S/S RTW
Harris Reed 2026 S/S RTW
Harris Reed 2026 S/S RTW

초포바 로위나(@chopovalowena)

특정 브랜드의 이름을 들었을 때 즉시 떠오르는 아이템이 있다는 것은 때론 짐이 되곤 합니다. 시그니처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그 상징은 때때로 브랜드를 제한하는 일종의 족쇄처럼 작용하기도 하죠. 엠마 초포바(Emma Chopova)와 로라 로위나(Laura Lowena) 듀오가 이끄는 초포바 로위나 역시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카라비너 스커트라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지만, 초포바 로위나에 필요한 것은 이에 안주하지 않는 태도였죠. 한마디로, 브랜드를 다음 단계로 이끌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이번 컬렉션의 주된 영감은 미국 중·고등학교 특유의 치어리더 문화였습니다. 듀오는 학창 시절 속칭 ‘잘나가는’ 부류인 치어리더들에게 괴롭힘을 받곤 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럼에도 학생 치어리더의 복장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일인 디자인을 통해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지금도 어딘가에서 치어리더들에게 괴롭힘을 받고 있을 ‘초포바 로위나 걸’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었죠. 컬렉션에서는 평소 초포바 로위나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스포티한 레퍼런스가 돋보였습니다. 미식축구 선수의 보호 장비를 연상시킬 만큼 과장된 실루엣의 어깨 라인, 그리고 물병을 손에 든 채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이 연달아 등장했죠. 무엇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유의 펑크적인 패턴, 그리고 반항적인 스타일링은 그대로였거든요.

Chopova Lowena 2026 S/S RTW
Chopova Lowena 2026 S/S RTW
Chopova Lowena 2026 S/S RTW
Chopova Lowena 2026 S/S RTW
Chopova Lowena 2026 S/S RTW
Chopova Lowena 2026 S/S RTW
Chopova Lowena 2026 S/S RTW
Chopova Lowena 2026 S/S RTW
Chopova Lowena 2026 S/S RTW
Chopova Lowena 2026 S/S RTW

디 페차(@dipetsa)

디 페차’라는 이름이 처음 <보그> 웹사이트에 등장한 것은 2021년 3월의 일이었습니다. 체형과 관계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는(지지 하디드는 디 페차의 드레스를 입고 만삭 화보를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웨트 룩(Wet Look)’이 큰 주목을 받을 때쯤이었죠. 그로부터 4년이 지났고, 디 페차는 브랜드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2026 봄/여름 컬렉션은 디 페차가 영국패션협회의 공식 신인 디자이너 후원 프로그램인 뉴 젠(New Gen)을 떠나 선보이는 최초의 단독 컬렉션이었거든요.

디 페차는 아테나에서 나고 자란 디자이너입니다. 그녀는 이번 컬렉션을 완성하며 자신의 뿌리나 다름없는 그리스 문화를 참고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모델들은 흡사 그리스신화 속 인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쇼의 시작을 알린 모델은 그리스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날개를 달고 있었죠. ‘고대 남성상’, ‘아테네의 천사’, ‘포세이돈의 모조품’ 등 위트 넘치는 프린팅 역시 눈에 들어왔고요. 셀럽들의 사랑을 받는 드레스 브랜드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옷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Di Petsa 2026 S/S RTW
Di Petsa 2026 S/S RTW
Di Petsa 2026 S/S RTW
Di Petsa 2026 S/S RTW
Di Petsa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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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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