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 지금 가장 새로운
“동묘, Wassup 홍대, Wassup I make them famous I call that, Fashion” ─ 코르티스(CORTIS) ‘패션(FaSHioN)’
이제 막 데뷔한 마틴, 제임스, 주훈, 성현, 건호 코르티스 멤버 다섯 명과 <보그>가 만났다. 이 첫 만남은 그들의 노래 ‘패션(FaSHioN)’에서 시작했다. 음악과 패션이 하나가 된 서울의 중심에서.
















음악부터 패션까지, 모든 면에서 가장 ‘코르티스다운’ 것을 고민하는 다섯 소년에 대한 첫 번째 기록.
새로움, 자유분방, 크리에이티브, 도전 정신, 아이코닉, 변칙적, 열정, 에너지, 아티스트, 주체성, 엉뚱함, 장난기, 청춘, 소년미, 승부욕, 다재다능, 순수성, 성장, 몽상가, 창조력, 흡수력, 자신감, 잠재력, 혈기, 솔직함, 진정성, 목표 의식, 실험 정신, 자기 확신, 자연스러움, 역동성···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이어 빅히트 뮤직에서 6년 만에 공개한 보이 그룹 코르티스(CORTIS)를 알아가고 마주하는 동안 머릿속에 많은 단어가 무작위로 떠올랐다가 흩어졌다. 이 그룹의 핵심적 정체성은 좀처럼 간추려지지 않았다. 평균 나이 17세에 불과한 다섯 소년도 확실한 답을 모르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자신이 무엇을 가졌으며 어떤 페르소나로 완성되어갈지 말이다.
코르티스의 첫 타이틀곡 ‘What You Want’ 퍼포먼스 영상은 내가 맨 처음 목격한 이들의 활약상이다.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사막,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 의상으로 맞춰 입은 소년들은 땅에 깔린 수많은 트레드밀 위를 가뿐하게 오가며 날아갈 듯 춤을 췄다(코르티스는 멀미약을 먹어가며 이 안무를 직접 구상했다). 기분 좋은 색깔이 눈앞에서 ‘팡팡’ 터졌다. ‘월클’ 선배들의 뒤를 잇는다는 부담감, 데뷔의 무게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편안한 미소와 넘치는 에너지로 대자연(처럼 보이는 공간)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코르티스는 ‘COLOR OUTSIDE THE LINES(선 밖에 색칠하다)’라는 문장에서 알파벳 여섯 자를 임의로 따서 지은 팀명이다. “세상이 정한 기준과 규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한다”는 포부를 담았다. 이어지는 공식 수식어는 ‘영 크리에이터 크루’. 힙합 정신으로 무장한 인트로곡 ‘GO!’에 이어 붐뱁 리듬에 사이키델릭 록 기타 리프를 접목한 타이틀곡 ‘What You Want’의 음악과 안무, 영상 작업에 멤버 전원이 적극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은 충격에 휩싸였다. 데뷔 무대에서부터 핸드 마이크를 쥐고 무대에 오른 후 줄곧 선보이고 있는 라이브 실력도 출중했다. 이들의 노래, 춤, 퍼포먼스, 영상 편집 역량을 낱낱이 분석한 유튜브 영상은 늘 다음으로 귀결했다. “충격적으로 새로우면서도 지극히 자연스럽다.”
두 다국적 멤버의 존재만으로 이미 설득력은 충분하다. 캐나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리더 마틴(Martin)은 아일릿의 ‘Magnetic’,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Beautiful Strangers’, ‘Deja Vu’, 엔하이픈의 ‘Outside’ 등 하이브 소속 여러 아티스트의 곡 제작에 참여했고, 대만과 방콕에서 성장해 벌써 한국 생활 5년 차에 이른 맏형 제임스(James) 역시 아일릿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곡과 안무 작업에 참여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입사 후 연습생 친구들과 즐겁게 음악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음악과 음악을 둘러싼 예술을 만드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더라고요.”(마틴) “제가 만든 퍼포먼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입니다. 우리의 아이디어를 멋지게 표현하는 것만큼 관객이 우리 무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지도 깊이 고민하려 해요.”(제임스)
마틴과 제임스가 마련한 기틀 위에서 주훈, 성현, 건호는 무서운 성장으로 코르티스라는 작은 별을 은하계로 키워갔다. 데뷔 앨범 <COLOR OUTSIDE THE LINES>의 제작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의 시작과 끝만 봐도 세 멤버가 얼마나 가파르게 성장하는지 알 수 있다. 앨범 작업을 위해 미국에서 진행한 송 캠프 내내 마틴과 가장 자주 의견을 나눈 성현은 코르티스의 메인 프로듀서의 말에 따르면 포인트를 귀신같이 짚어내는 ‘재능파’다. “연습생 시절 ‘재능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요. 그 말이 어느 순간 ‘잘한다‘로 바뀌었을 때 실력을 인정받은 기분이었어요. 그 후론 저만의 스타일을 자신 있게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타이틀곡 ‘What You Want’의 톱 라인을 직접 만들었을 때 정말 뿌듯하더라고요.”(성현) 원래 국가대표 수영 선수를 꿈꿨으나 3년에 걸친 회사의 설득 끝에 입사하며 아티스트의 길로 전향한 막내 건호 역시 지금은 모든 승부욕을 음악에 발휘하고 있다. “멤버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면서 하루하루 더 진심이 쌓여가는 기분이에요. 우리 노래 ‘Lullaby’ 뒷부분에 제 개인기인 부엉이 소리가 들어갔는데 노래가 유니크해진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건호) 많은 광고와 뮤직비디오에서 키즈 모델로 활약한 주훈은 코르티스의 마지막 퍼즐로 합류했다. 팀의 ‘브레인’을 자처하는 그는 마틴이 본 사람 중에 “가장 성장이 빠르고”, 제임스의 표현에 의하면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돌처럼” 음악 작업에 매진한다. “회사 들어오기 전 단기 연습생으로 멤버들과 함께 교류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들었던 멤버들의 음악이 멋있다고 느꼈고, 저도 한 팀이 되고 싶었죠. 수록곡 ‘Lullaby’의 뮤직비디오에서 휴대폰을 음료 캔에 부착해 촬영해보자는 제 아이디어가 채택됐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주훈)
‘어떤 음악이 우리를 상징할 수 있을까.’ 이 의문을 안고 새하얀 도화지에서 시작한 여정은 서로 왕성한 자극을 주고받는 동안 차차 색깔을 더해갔다. 에이셉 라키(마틴), 퓨처(제임스), 유재하와 이문세(성현과 건호), 릴 테카와 다니엘 시저(주훈) 등 송 캠프 내내 각자가 즐겨 들었던 노래도, 본능적인 취향과 추구하는 작업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솔직함과 진정성을 무기로 꿋꿋하게 전진했다. 첫 앨범에 담긴 다섯 곡의 수록곡은 그런 격동의 성장기를 함께 거치며 지난 2년간 만들어낸 300여 곡 중에서 고르고 고른 가장 ‘코르티스다운’ 기록이다.
꿈 많은 소년들의 인생 첫 화보 촬영을 기획한 <보그>는 코르티스다운 또 하나의 기록을 위해 패션 그 자체를 내세우기로 했다. 패션은 의상과 복식이자 태도와 방식이며 사회적 양식이자 시대적 유행을 가리키는 총체적 개념이므로. 이번 화보를 진행한 <보그> 디지털 에디터는 코르티스의 ‘FaSHioN’이란 노래에서 ‘패션이 된 음악, 음악이 된 패션’이란 화보 주제를 떠올렸다. “패션은 태도를 입는 행위이고, 음악은 그 태도를 드러내는 행위잖아요. 워낙 틀을 깨는 것도 좋아하고 자신 있어 하는 그룹이니 서울의 중심인 동묘와 청계천에서 인생 첫 패션 화보를 마음껏 즐기게 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우스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 빈티지 아카이브를 모두 아울러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의상을 준비한 이유죠.”
모든 준비가 끝나고, 마침내 <보그> 촬영장에 실체를 드러낸 코르티스는 예상한 대로 음악만큼 패션을 즐기는 눈치였다. 릭 오웬스의 톱과 팬츠에 마수의 베스트와 리빙턴 르아 레비스 123의 슬리브리스 톱을 매치한 마틴이 190cm에 달하는 길쭉한 신체를 유려하게 활용하며 가장 먼저 모두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튀고 불편한 옷이 누군가에겐 가장 편안한 복장일 수 있듯 사람마다 자기표현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패션이 재미있게 여겨져요.” 이국적인 인상의 제임스는 첫 번째 착장을 유난히 흡족해했다. 앤 드멀미스터와 준태 킴, 메종 마르지엘라의 아카이브 아이템을 레이어드한 스타일이었다. “시크한 남자로 변신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제임스) 위풍당당한 표정의 제임스는 간단한 영상 촬영에서도 매번 몸이 부서져라 에너지를 발산하며 촬영 분위기를 돋웠다. 하얀 피부와 나른한 눈빛에서 귀공자 이미지가 흘러나오는 주훈은 “평소에는 절대 입지 않을 듯한” 맥퀸의 하늘거리는 재킷과 셔츠를 입자 뿜어져 나온 새로운 아우라를 만족스럽게 음미했다(“아주 마음에 들더라고요.”). 보조개가 매력적인 성현도 강렬한 메이크업과 스타일로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적당한 센스를 추구하지만 내심 센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숨겨진 욕망을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 <보그>에 감사드립니다.”(성현) 자신의 패션에서 이너 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호에게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을까? “새깅(바지를 허리선보다 아래로 내려 속옷이 살짝 보이도록 연출하는 것)을 좋아해요.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속옷은 특히 중요하죠.”(건호) 선 굵은 인상 때문에 어디서든 눈에 띄는 건호는 다행히 촬영 중 시선이 닿을 때마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서로 다른 그림체를 타고난 다섯 소년이 한 프레임에 담겼을 때 보여준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조화미다. 성수동 건물 옥상에서, 청계천 영도교의 돌다리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둘러앉은 동묘의 어느 상가에서 이들은 서로 유연하게 어우러지며 전무후무한 그림을 완성했다. 리더 마틴이 든든한 선배 RM으로부터 귀중한 조언을 건네받은 후 꿈꾸게 된 이상적인 팀워크였다. “늘 한배를 타고 있어야 한다. 전부 다른 방향을 바라볼 때도 있을 거다. 망원경을 보며 ‘저기로 가야 해’라고 소리치는 리더 옆에 바다 물결이 곱다고 감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딴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나 중요한 건 모두 같은 목표를 위해 한배에 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걸 되새기며 서로 팀워크를 맞춰가야 한다. 목적지에 닿기까지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말이다.” RM에게 그 말을 들은 후로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사람이 아니라, 멤버들과 하나가 되어 각자의 역할을 잘하도록 돕는 리더상을 그리게 됐죠.”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다행히 마틴의 바람대로 코르티스는 한 팀이 되어가고 있다. 10년 뒤 모습을 상상하면 평화로운 곳에서 함께 음악을 만드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말이다. “10년 후에도 다섯 명이 음악과 창작에 열중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쯤이면 각자 솔로곡도 선보이겠죠?”(주훈) “다음 앨범에 넣을 음악을 만드느라 다들 무섭게 집중하고 있을 거예요.”(성현) “코르티스 음악은 무조건 계속 만들 것 같고 멤버들도 당연히 옆에 있겠죠. 여유롭게 작업하고 소소하게 놀고 즐기면서 지내고 있을 것 같아요.”(건호)
‘유스(Youth)!’ 동묘 거리에서 갑작스러운 폭우를 맞닥뜨렸을 때, 코르티스는 ‘이것이 젊음’이라 웃어넘기며 예상치 못한 상황을 함께 만끽했다. 이 화보의 13~14페이지에 고스란히 박제된 그 순간의 기록에 맏형 제임스가 들려준 이야기가 자막처럼 스며든다. “가장 ‘나답게’ 모든 순간을 즐기는 것이 우리의 목표예요.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코르티스의 앞날을 기대하면서요.” 지난 9월 8일 열린 데뷔 앨범 발매 기념 릴리스 파티는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또 하나의 장면이다. 모든 멤버는 앨범 전곡을 선보이는 자리이자 팬들을 위한 첫 번째 공식 이벤트였던 그날을 데뷔 후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 꼽았다. 마틴의 주도로, 공연이 시작되기 전 팬들이 직접 꾸민 머천다이즈 티셔츠를 입고 앙코르 무대까지 완수한 코르티스는 낙서로 뒤덮인 자신들의 아지트에서 작업에 골몰할 때만 해도 실감하지 못했던 팬들의 존재를 차곡차곡 눈에 담았다. 그 찰나의 순간에 다섯 소년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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