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봄/여름 런던 패션 위크 DAY 3
런던 패션 위크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3일 차에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졸업 직후였던 2022년, 브랜드를 론칭한 에런 에쉬를 비롯해 ‘신진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원숙미를 자랑하는 파울린 두얀코트, 그리고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록산다가 각자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선보였습니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패션을 바라보는, 세 브랜드의 컬렉션을 확인해보세요.

에런 에쉬(@aaron.esh)
에런 에쉬는 이스트 런던에서 나고 자란 디자이너입니다. 클럽과 파티에 뿌리를 둔, 런던의 하위문화에서 영감받아 디자인을 완성하는 그는 2024 봄/여름 컬렉션으로 데뷔한 뒤 런던에서도 손꼽히는 젊은 아티스트로 성장했죠. 리 알렉산더 맥퀸의 조력자였던 슈퍼 스타일리스트, 케이티 잉글랜드(Katy England) 역시 2025 봄/여름 컬렉션부터 에런 에쉬 쇼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며 힘을 보태고 있고요. 지난 시즌 정식 컬렉션을 선보이는 대신 소규모 디너 파티를 개최한 에런 에쉬가 1년 만에 런웨이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도 ‘런던의 멋’을 성공적으로 표현했죠.
쇼의 시작은 밴드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 멤버 바비 길레스피와 케이티 잉글랜드의 아들이자 모델로도 활동하는 럭스 길레스피가 열었습니다. 타이트한 핏의 레더 봄버를 입은 그는 이스트 런던의 자그마한 클럽에서 열리는 파티를 밤새 즐긴 뒤 터덜터덜 귀가하는 듯한 모습이었죠. 에런 에쉬의 주특기 중 하나인 드레이핑이 돋보이는 슬립 드레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저렴한 아이템과 값비싼 아이템을 섞어 입는, 런던 특유의 ‘하이 앤 로우’ 스타일링 역시 반복적으로 등장했는데요. 스웨이드 소재 트렌치 코트에 때 묻고 찢어진 청바지를 매치한 룩, 그리고 더블브레스트 재킷에 볼캡을 쓰는 스타일링은 우리의 데일리 룩에 영감을 주기에도 충분했죠. “귀가 터질 듯 음악을 틀어놓고 노는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진짜 사람들이 입는 ‘진짜 옷’을 선보이고 싶었죠.” 쇼 직후, 에런 에쉬가 남긴 코멘트 그대로였습니다.




파울린 두얀코트(@paulinedujancourt)
파울린 두얀코트는 독창적인 니트웨어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리며 2024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명단에 오른 디자이너입니다. 2022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한 뒤 올해 2월 첫 번째 정식 컬렉션을 선보였죠. 데뷔 쇼와 마찬가지로, 2026 봄/여름 컬렉션 역시 신출내기 디자이너라고는 믿기지 않는 노련미와 완벽한 만듦새가 돋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요. 그녀가 시몬 로샤, 몰리 고다드, 맥퀸 그리고 로로피아나 등 다양한 브랜드를 오가며 니트웨어 디자이너와 프리랜스 컨설턴트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디자이너라는 뜻이죠.
파울린 두얀코트는 이번에도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전부 수작업으로 완성해, 보드라운 촉감과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는 니트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했죠. 동시에 브랜드를 하나의 틀에 가두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도 있었습니다. 지난 컬렉션과 달리 아이템의 가짓수가 훨씬 다양해졌거든요. 스파게티 스트랩 드레스와 퍼프 숄더 드레스는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아가일 패턴과 크로셰 공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피스들도 눈에 띄었고요.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면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인 ‘섬세한 여성성’을 잃지 않은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록산다(@roksandailincic)
록산다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세르비아 출신 디자이너, 록산다 일린칙(Roksanda Ilinčić)은 과감한 컬러와 기하학적인 패턴을 앞세워 2005년 런던 패션 위크에 혜성처럼 데뷔했는데요. 이후 수많은 신성 디자이너가 등장하고, 그녀와 비슷한 시기에 주목받은 동료 디자이너들은 브랜드 확장을 위해 밀라노나 파리로 떠나갔습니다. 지만 록산다는 묵묵히 런던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이제 록산다는 런던 패션 위크 공식 캘린더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됐죠.
록산다는 20년 동안 쌓아 올린 자신의 모든 유산을 자랑스레 내보이며 론칭 20주년을 자축했습니다. 그녀의 ‘고향 친구’인, 세르비아 출신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역시 프런트 로에 앉아 축하를 전했고요. 록산다는 컬렉션의 주된 영감으로 영국 출신 조각가 바바라 헤프워스(Barbara Hepworth)를 꼽았는데요. 특히 헤프워스의 조각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공적이지 않은 곡선’의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에 등장한 드레스는 대부분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곡선 형태였죠. 코쿤 형식의 하이넥 코트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나 무슈 디올이 만든 꾸뛰르 피스 못지않은 신비로움을 자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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