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봄/여름 밀라노 패션 위크 DAY 1
밀라노의 첫날은 시작부터 달아올랐습니다. 뎀나의 런웨이를 2월로 미룬 구찌가 기습 컬렉션을 공개했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세상이 패션 이야기로 흘렀어요. 설렘과 놀라움, 우리가 원하던 패션 위크의 모습이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만으로도 충분했던 첫날의 패션 위크 풍경을 둘러보세요.

구찌(@gucci)
구찌는 쇼를 대신했던 단편영화 시사회 36시간 전, 뎀나가 구찌 2026 S/S 컬렉션 ‘구찌: 라 파밀리아(Gucci: La Famiglia)’를 깜짝 공개했습니다. ‘라 파밀리아’는 가족이라는 의미로 뎀나가 새롭게 정의한 구찌 문법을 정리한 것이죠. 뎀나의 구찌 입문서이기도 하고요. 총 38장의 사진은 1921년부터 현재까지 구찌의 가족사진을 찍어놓은 것입니다. 브랜드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여행용 트렁크 발리제리아부터 프리다 지아니니, 톰 포드와 알레산드로 미켈레까지 전임 디자이너들의 시그니처 룩을 재해석했죠. 뎀나 특유의 부풀린 어깨, 높이 솟아 있는 칼라, 화려함과 절제미를 오가며 구찌를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새로운 룩이라고 할 순 없었죠. 중요한 건 룩마다 뎀나가 이름을 붙였다는 겁니다. 요즘 말로 ‘너의 추구미(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대로 골라봐’ 하는 식으로요. 사랑에 빠진 남녀, 파리지엔, 옆집 소년과 학생에서 귀부인과 폭탄, 파티 보이, 심장을 훔치는 자, 후원자에 이르기까지 뎀나는 우리에게 구찌의 일원 중 누가 되고 싶은지 선택하라고 합니다. 모두가 아이콘이 되고 싶어 하는 시대의 욕망을 읽고, 결국 옷을 고르는 건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과 다름없음을 말합니다. 스크롤을 내려 골라보세요. 구찌 가족 중에서 누가 되고 싶은지.






디젤(@diesel)
사람들이 달걀 찾기로 분주했습니다. 모두 디젤 때문에? 아니 디젤 덕분이었죠. 메종 마르지엘라 컬렉션 준비로 바쁜 글렌 마르탱이 디젤 컬렉션을 쉬어 가기로 하면서 이벤트를 준비했거든요. 이름하여 디젤 에그 헌트! 디젤은 모델 55명을 34개의 투명 달걀 안에 두었습니다. 3,000명의 사전 등록자는 밀라노 곳곳에 배치된 달걀을 찾아야 했죠. 각 달걀에 부착된 QR 코드를 통해 가장 먼저 모든 달걀을 찾는 5명에게 컬렉션 룩을 맞춤 제작해주고, 다음 5명에게는 디젤 데님 룩을, 나머지 10명은 액세서리를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행운의 주인공이 총 20명인 데다 보물찾기는 늘 흥미로우니, 시내가 소란스러웠죠. 게다가 모델들이 입은 룩은 런웨이에 올리지만 않았을 뿐 새로운 요소가 눈에 띄었죠. 특히 마르탱이 자랑스럽게 여긴 새로운 소재가 있었어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새틴과 데님을 엮은 뒤 디스트레스트 가공한 것으로 은은한 무지갯빛이 돌아 드레스를 극적으로 만들었죠. 니트로 짠 패널과 연결한 드레스와 점프수트는 아슬아슬하면서도 액세서리가 따로 필요 없어 보였고요. 테일러링 룩은 이중 네오프렌 소재로 제작했으며, 표백제를 바르고 옷 표면의 거친 윤곽을 스텐실로 표현하는 엑스레이 기법으로 패턴을 만들어 데님의 확장을 도모했죠. 두 브랜드를 건사하려면 역시 이 정도는 돼야 하나 봅니다.







알베르타 페레티(@albertaferretti)
“과잉 노출보다는 프라이버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낭만적인 태도죠.” 로렌조 세라피니는 삶을 굳이 드러내지 않고 지키려는 여성을 떠올리며 이번 컬렉션을 구상했다고 전했죠.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파티를 여는 여주인공에게 헌정한 컬렉션이라고요. 그가 염두에 둔 절제와 여유는 가볍게 흩날리는 케이프, 나른한 카프탄, 손수건 모양으로 흩날리는 드레스 밑단으로 표현되었습니다. 팔레트는 편안한 미색에서 출발해 깊은 톤으로 가라앉았다가 대담한 레오파드 프린트로 이어졌고요. 포르투니풍의 주름 잡힌 달콤한 드레스는 1970년대 뮤즈 티나 초우(Tina Chow)의 사진이 무드보드에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죠.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여성성이 로렌조의 손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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