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것이 꼭 무질서할 필요 있나요? 2일 차 밀라노 패션 위크는 단정한 유머를 이야기했습니다. 시모네 벨로티는 질 샌더에 구조적인 귀여움을 가미했죠. 작게 축소하거나 조이거나 살짝 부풀리는 약간의 변화로요. 펜디 쇼에는 기묘한 뒤틀림이 있었죠. 얌전한 룩에는 동화 같은 컬러를, 활기찬 룩에는 진중한 소재를 더하고, 아름다운 꽃밭은 사실 달걀프라이였다는 식이었어요. 그 약간의 위트가 룩을, 그리고 삶을 신선하게 만듭니다.

질 샌더(@jilsander)

시모네 벨로티의 질 샌더 컬렉션이 공개되었습니다. 15년간 구찌에서 보낸 뒤 브랜드 첫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리의 이름을 각인시킨 그였기에, 쇼를 기다리는 이들의 기대감도 남달랐죠. 저 또한 ‘제발 멋지게 만들어줘’라고 빌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질 샌더 여사의 길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구조, 테일러링, 클래식함, 그리고 모던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미묘하게 몸매를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질 샌더는 항상 이 두 가지 요소에 집중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죠. <보그>와의 인터뷰에서도 순수함의 본질을 탐구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질 샌더 특유의 기본 아이템을 선보였죠. 더블 페이스트 코트, 어깨 라인이 똑 떨어지는 수트, 기본 셔츠와 스웨터 같은 것들이요. 벨로티는 구멍을 뚫어 살을 드러내는 것으로 자신의 터치를 더했습니다. 질 샌더에서 살을 드러내는 건 매우 오랜만이었죠. 이탈리아 화가이자 조각가 루초 폰타나 스타일로 스커트를 대각선으로 분할하고, 드레스에 구멍을 내 브라가 드러나도록 연출했습니다. 스커트 안으로 말려 들어간 듯 밴딩 처리한 화이트 셔츠, 종이접기 같은 스커트, 단추가 앙다물어지도록 디자인한 코트와 셔츠는 미니멀한 스타일링도 구조감을 달리해 재미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모두가 똑같은 미니멀을 내세울 때 그 근본까지 파고들어 완성해낸 벨로티만의 테일러링 미학을 함께 즐겨보세요.

Jil Sander 2026 S/S RTW

Jil Sander 2026 S/S RTW

Jil Sander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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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fendi)

사운드를 맡은 프레데릭 산체스는 이번 쇼를 ‘환각적인 산책로’라고 표현했다죠. 실제로 83개의 룩은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했습니다. 컬러풀한 옷감은 조각나고 갈라지고 수많은 꽃밭을 거닐다 종국에 아스라한 실루엣 속에 스며드는 이야기였죠. 이에 대해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WWD>에 “그저 일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다”라고 밝혔을 뿐입니다. 스포츠웨어를 접목한 건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스포츠 룩을 오뜨 꾸뛰르와 레디 투 웨어 중간 개념인 드미꾸뛰르 수준으로 끌어올려 우아하고도 세련된 무드를 연출했죠. 트랙 수트에는 사토리얼 울을 사용하고, 여성복에는 오간자를 활용했는데, 지퍼 테이프에까지 공을 들였습니다. 스포츠 점퍼에 사용할 법한 드로스트링을 주름 드레스 중앙에 사용한 건 위트 있는 발상이었고요. 또 단추를 직접 잠그지 않고 이중 잠금 블록을 밖으로 꺼내서 엮은 스타일링 또한 눈에 띄었습니다. 펜디가 사랑하는 꽃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달걀을 닮았다고 해서 ‘튀긴 꽃’이라고 명명한 모티브들을 꽃 프린트와 함께 오간자 드레스 안쪽에 배치해 시스루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죠. 세밀한 디테일은 피카부 가방에서도 빛났습니다. 파란 스팽글로 물결이 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어떤 것은 풀이 돋아난 듯 초록 프린지로 뒤덮여 있었죠. 꼬이고 묶인 샌들과 가방, 운동화까지 모든 것이 경쾌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봄은 그렇게 다가오죠.

Fendi 2026 S/S RTW

Fendi 2026 S/S RTW

Fendi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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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di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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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S/S MILANO FASHION WE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