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이야기, 2026 봄/여름 밀라노 패션 위크 하이라이트

스펙터클한 무대 연출은 사라졌지만, 2026 봄/여름 밀라노 패션 위크는 그 어느 때보다 영화적 서사를 보여주었습니다. 단편영화를 통해 자신의 첫 행보를 알린 뎀나의 구찌 상영회가 그 시작이었죠. 황금빛 드레스 차림의 데미 무어를 비롯해 엘리엇 페이지, 케케 파머 등 등장인물 모두가 스크린 안팎에서 새 구찌 의상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영화제 레드 카펫에 온 기분이 듭니다. 진짜 메타적인 순간은 떠들썩한 파자마 파티를 연 돌체앤가바나 쇼장에서 포착됐습니다. ‘미란다’ 스타일로 꾸민 메릴 스트립이 ‘나이젤’과 함께 프런트 로에 앉았거든요. 런웨이를 중간에 두고 안나 윈투어와 서로 마주한 채! <보그 런웨이>에서는 두 편집장의 특별한 만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정통 런웨이 쇼에서 벗어난 브랜드도 있습니다. 실험 영화처럼 말이죠. 도시 곳곳에서 새로운 룩을 전시한 알 형태의 투명 캡슐을 찾는 디젤의 ‘에그 헌트’ 이벤트는 SF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매 시즌 기발한 아이디어로 주목받은 써네이는 크리스티와 협업해 진행한 경매 퍼포먼스와 함께 브랜드 종료를 알렸습니다. 이들의 부재는 굉장히 아쉽지만, 3년 만에 런웨이로 돌아온 스텔라 진처럼 반가운 얼굴이 마음을 달래주기도 합니다. 런던에서 밀라노로 건너온 노울즈는 쿨한 애슬레저 룩으로 도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죠. 젠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디아티코도 오버사이즈 테일러링과 란제리라는 대담한 조합으로 여기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평점이 가장 높았던 부문은 시모네 벨로티, 루이스 트로터, 다리오 비탈레의 데뷔작이었죠. 1990년대를 대표하는 모델 기네비어 반 시네스(Guinevere Van Seenus)가 오프닝을 장식한 질 샌더는 옷의 구조와 질감만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보테가 베네타는 조용하면서도 압도적인 우아함을, 베르사체는 젊고 반항적인 1980년대 미학을 선보였죠. 셋 모두 하우스 유산을 온전히 이해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솜씨 좋게 해석했습니다. 이처럼 패션의 진정한 힘은 런웨이의 화려함이나 숫자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들에게서 생겨나죠. “늘 새로운 것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과거로의 회귀는 피할 수 없습니다.” 옷을 통해 자유를 외친 프라다 라프 시몬스의 말처럼, 미래를 위해 과거에서 힌트를 얻을 뿐이죠.




유일하게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은 마지막 날에는 9월 4일 타계한 ‘패션 황제’를 기리는 다큐멘터리가 펼쳐졌습니다. 그의 50주년과 마지막 인사를 겸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쇼가 대미를 장식했으니까요. 이탈리아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o Einaudi)의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총 128벌에 달하는 의상을 공개했습니다. 피날레에는 아르마니와 인연이 깊은 모델 아그네스 조글라(Agnese Zogla)가 자신의 얼굴을 새긴 푸른색 의상을 입은 채 홀로 등장했으며, 실바나 아르마니(Silvana Armani)와 레오 델오르코(Leo dell’Orco)가 아르마니 왕국의 세대교체를 전했습니다. 그렇게 패션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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