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맥퀸, 본능의 균형을 말하다

2025.10.07

맥퀸, 본능의 균형을 말하다

션 맥기르가 완성한 2026 봄·여름 맥퀸의 새로운 리듬.

맥퀸의 2026 봄·여름 컬렉션은 ‘본능’과 ‘질서’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탐구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Seán McGirr)는 “우리는 본능을 억누르고 질서를 위해 자연에 맞선다. 하지만 그 질서를 풀어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으로 이번 시즌의 문을 열었다. 차가운 규율과 뜨거운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 그 경계에서 맥퀸은 다시 한번 인간의 본성을 응시한다.

로빈 하디 감독의 영화 The Wicker Man(1973)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은 억제와 해방, 그리고 욕망과 구원의 순간을 오간다. 한여름의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제복은 해체되고, 재킷은 도시적인 감각으로 재구성된다. 비대칭으로 잘린 포켓, 날카롭게 재단된 라인, 그리고 낮게 걸쳐진 실루엣은 고정된 균형을 흔든다. 유니폼 소재로 완성된 뷔스티에 드레스, 팽팽하게 조여진 포플린 셔츠, 그리고 맥퀸의 상징인 ‘범스터’ 팬츠까지. 이번 시즌의 모든 옷은 규칙을 깨고 몸의 리듬을 따라 움직인다.

이번 컬렉션의 중심은 ‘몸’ 그 자체다. 전통적인 코르셋은 속박이 아닌 해방의 장치로 변주되었고, 자카르 드레스와 부츠에는 금속적인 디테일이 더해졌다. 불에 그을린 듯한 스프레이 페인트 효과, 불꽃 자수, 추상적인 곤충 프린트가 교차하며 감각적인 긴장감을 만든다. 여러 겹의 실크 시폰이 만들어내는 유동적인 실루엣은 억눌린 본능이 천천히 표면으로 떠오르는 장면처럼 보인다.

소재의 조합에서도 맥퀸의 손끝은 섬세하다. 울 모헤어 홉색과 프린트 가죽, 금속 체인 메일이 워시드 코튼 트윌, 플로럴 자카르, 실크 하보타이와 대비를 이루며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질감을 만든다.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질감은 이번 시즌의 핵심 키워드인 ‘자연스러운 균형’을 완성한다.

액세서리 역시 본능과 신비의 언어를 이어간다. 자개, 나무, 수공예 부적 참 장식 등 원초적인 소재로 완성된 백은 자연과 인간, 고대와 현대를 잇는 다리처럼 보인다. 아카이브 백 ‘De Manta’를 새롭게 해석한 ‘Manta’ 백은 코르셋 레이싱과 프린지, 불꽃 디테일로 새 생명을 얻었다. 2003년 시즌의 ‘뿔 모양 힐’을 다시 선보인 신발은 부드럽게 조각된 가죽과 자카르, 스웨이드 소재로 제작되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무대는 민속적인 축제의 장면을 연상시킨다. 8,000m의 헴프 리본과 천연 식물, 코르크로 만들어진 거대한 마이폴 구조물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공동체의 순환을 상징한다. 아일랜드의 예술단체 Armagh Rhymers가 제작한 마이폴 크라운이 그 중심을 완성했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톰 스컷(Tom Scutt), 음악은 그래미상 수상자 A. G. 쿡이 맡았다. 어쿠스틱과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교차하며, 물, 흙, 불에서 영감을 받은 사운드가 테크노 리듬과 만나 긴장과 해방의 순간을 만든다.

맥퀸은 이번 시즌에도 지속가능성을 실천했다. 파리기후협정 10주년을 맞아 NGO ‘ACT1.5’와 협업해, 세트 제작부터 전기 운송, 재생 에너지 사용까지 360도 친환경 접근을 도입했다. 예술성과 책임감이 함께 존재하는 지금의 맥퀸다운 행보다. 이번 컬렉션은 도시와 자연, 규율과 욕망이 만들어내는 긴장 속에서, 다시 태어난 맥퀸의 여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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