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2026 봄/여름 파리 패션 위크 DAY 7

2025.10.09

2026 봄/여름 파리 패션 위크 DAY 7

키키 스미스는 신체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이자, 각자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 말했습니다. 우리의 몸은 오랜 세월 진화를 멈췄지만, 욕망은 여전히 그 한계를 넘어 변화하려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몸으로는 다 담지 못한 욕망을 옷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죠. 옷은 몸을 감싸면서도 바깥으로 확장되는 언어입니다. 더 멀리 가고 싶은 마음과 지금에 머물고 싶은 두려움이 한 벌의 태도 안에서 공존합니다. 그래서 파리 패션 위크 일곱 번째 날의 무대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그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장 폴 고티에는 몸의 형태를 낯설게 바꾸며 신체를 새롭게 바라보게 했습니다. 끌로에는 유연함과 강인함 사이에서 현실적인 여성상을 그려냈고요. 셀린느는 절제된 차림에서 새어 나오는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발렌티노는 빛과 그림자를 오가며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맥퀸은 질서와 본능이 맞서는 순간의 에너지를 포착했죠. 발전이라 믿었던 움직임이 결국 우리 안의 오래된 욕망으로 되돌아가듯, 이번 시즌의 패션도 그 순환을 품었습니다. 지금, 그 아이러니한 진화를 살펴보시죠.

섬네일 디자인 허단비

장 폴 고티에(@jeanpaulgaultier)

빛이 닿지 않는 지하, 금속 냄새가 스민 공기 속에서 첫 모델이 걸어 나왔습니다. 이번 시즌 내내 기다리던 ‘교란’은 그렇게 시작됐죠. 듀란 랜팅크의 첫 장 폴 고티에 쇼는 공상 과학의 꿈에서 막 깨어난 듯했습니다. 펌프처럼 부풀린 실루엣이 공기를 밀어 올리며, 매끈함보다 불완전한 생명력이 런웨이를 지배했죠. “아카이브에 잠수하기보다 장 폴 고티에에 대한 내 기억을 한데 모아 판타지를 만들었어요.” 랜팅크의 말처럼 이번 무대는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재구성이었습니다. 콘 브라와 마리니에르 스트라이프, 타투 메시 같은 장 폴 고티에의 상징이 유연하게 뒤틀렸고, 라텍스 보디수트는 신체를 숨기기보다 드러냈습니다. 트롱프뢰유, 즉 ‘눈속임 효과’를 준 프린트 톱은 피부 위에 새로운 부위를 그렸고, 잘려나간 트렌치 코트와 천 조각으로 이어진 팬츠는 인간의 신체를 벗어나 욕망의 형태로 움직였죠.

랜팅크의 상상력은 결국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열두 살 생일, 장 폴 고티에의 ‘악마 뿔 비니’를 선물 받은 소년은 처음으로 자신이 세상과 다르다는 걸 자각했죠. 몇 년 뒤, 보수적인 학교로 첫 등교한 날에는 힌두교의 신 가네샤(Ganesh)가 프린트된 메시 셔츠를 입었습니다. 신성함과 금기를 동시에 걸친 그날, 그는 몸으로 세상과 맞서는 자유를 배웠습니다. “그날 이후 유두를 감추지 않게 됐어요.” 이번 쇼는 그 기억의 감각을 다시 불러낸 자전적 선언이었습니다. 1980년대 남성에게 스커트를 입히며 세상을 뒤흔든 장 폴 고티에가 여전히 반항의 상징으로 남아 있듯, 랜팅크는 그 유산을 더 본능적으로 해석했습니다.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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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Jean Paul Gaultier 2026 S/S RTW

끌로에(@chloe)

셰미나 카말리는 ‘끌로에 걸’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하지만 카말리가 만든 여성은 과거의 몽상가가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존 인물이었죠. 카말리는 가비 아기옹(Gaby Aghion)의 1950~1960년대 실루엣을 되짚으며 코르셋과 페티코트를 걷어냈습니다. 규율을 버린 자리에 남은 건 자연스러운 볼륨과 몸의 움직임이었습니다. 밝은 플로럴 프린트와 곡선 드레이핑은 여성성을 다시 ‘가볍게’ 만드는 시도처럼 보였죠. “더 가볍게, 더 즉흥적이고 덜 경직된 옷을 만들려고 했어요.”

이번 쇼는 1950년대 카페 드 플로르에서 열린 끌로에의 첫 프레젠테이션을 닮았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옷처럼,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는 옷. 카말리는 원점을 기억하며 ‘가볍고 자발적인 무드’를 탐구했습니다. 복고적인 프린트 원단을 주름 잡고 묶어, 오늘의 소녀들이 다시 입을 수 있는 드레스와 스커트로 재탄생시켰죠. “오늘 끌로에 걸이 꾸뛰르 드레스를 입는다면 어떻게 입을까요? 면으로, 라이닝 없이요.” 꾸뛰르의 격식을 데일리로 낮춘 발상은 현실의 여성에게 가장 실용적인 낭만을 제안했습니다.

Chloé 2026 S/S RTW
Chloé 2026 S/S RTW
Chloé 2026 S/S RTW
Chloé 2026 S/S RTW
Chloé 2026 S/S RTW
Chloé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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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celine)

마이클 라이더의 첫 셀린느 남녀 통합 컬렉션은 파리 외곽 생클루 국립공원(Parc de Saint-Cloud)의 숲속에서 열렸습니다. 이른 아침 산책처럼 시작된 무대에서 셀린느가 가진 질서, 절제, 그 안의 인간적인 온도를 탐색했죠. 네이비 블레이저, 실크 스카프, 페미닌한 드레스와 테일러드 팬츠 등 데뷔의 기조를 이어가며, ‘이상화된 파리지앵 복식’의 답답함을 걷어냈습니다.

컬렉션은 익숙했습니다. 의도된 선택이었죠. “첫 번째와 크게 다르지 않게, 여전히 ‘기초’를 생각했습니다.” 데뷔 때 마련한 템플릿, 즉 에디 슬리먼과 피비 파일로 시대의 ‘베스트’를 취하고 폴로 랄프 로렌에서 보낸 6년의 아메리칸 시선을 더했습니다. ‘피비의 여성’과 ‘에디의 소년’이 성별을 가로질러 교차했죠. “셀린느가 가진 장점은 여전히 셀린느의 일부입니다.”

Celine 2026 S/S RTW
Celine 2026 S/S RTW
Celine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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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ine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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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티노(@maisonvalentino)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반딧불이’를 주제로, 빛과 어둠 사이의 인간적인 감정을 그렸습니다. 쇼 초반, 배우 파멜라 앤더슨의 내레이션이 울려 퍼졌죠. “이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빛을 꺼서는 안 된다.” 미켈레는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에세이에서 영감을 얻어, 희망과 저항의 상징으로 반딧불이를 소환했습니다. “세계가 벼랑 끝인데 우리가 단지 헴라인을 논한다고?” 쇼를 준비하며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었죠.

이번 컬렉션에서 미켈레는 드라마를 뒤로 물리고, ‘아름다운 옷’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평소의 맥시멀리즘을 벗고 검은 무대 위에 미니멀리즘의 조명을 더했죠. 반딧불이를 대신하는 회오리 모양의 빛 아래, 헤어와 메이크업조차 생략한 듯한 모델들이 등장했습니다. “요즘 제 주위에서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서, 잠시 멈춰야 한다고 느꼈어요. 저 자신도 아주 절제된 순간에 있다고 느낍니다.” 말 그대로 이번 컬렉션은 절제된 아름다움의 연습이었습니다. “지금 같은 때일수록 사람들에게 더 꿈을 밀어붙여야 해요. 현실의 한계뿐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끔 꾸는 꿈을요.” 사파이어 블루와 루비 레드, 블랙과 화이트의 대비는 그런 의지를 드러냈죠. 이번 시즌 발렌티노는 마구 뻗는 화려함보다 진심으로, 인간 내면의 온기를 되살렸습니다.

Valentino 2026 S/S RTW
Valentino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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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퀸(@alexandermcqueen)

션 맥기르의 이번 컬렉션은 영화 <위커 맨>(1973)의 한 장면처럼 어딘가 불길하면서 원초적이었습니다. 불안과 신앙, 본능과 질서가 교차하는 세계에서 그는 다시 ‘범스터’를 꺼내 들었습니다. 리 맥퀸이 1990년대에 인체의 경계를 드러내기 위해 허리선을 극단적으로 낮춘 바로 그 팬츠죠.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었습니다. 신체 노출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형태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실험이었죠.

맥기르는 범스터를 다시 꿰매며 인간의 진화가 꼭 위를 향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과거 맥퀸이 해부학적 완벽함을 해체했다면, 맥기르는 그 파편을 다시 봉합하며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찾았죠. 미묘하게 비틀린 허리선, 거칠게 봉제한 가죽 케이지 톱, 다리 선을 따라 이어지는 재단선은 몸 선을 숨기지 않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불완전하게 완벽한 걸 좋아합니다. 그래야 옷에 생기가, 에너지가 깃드니까요.” 범스터의 리덕스 버전은 그 말의 증거처럼 즉각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완벽하게 재단된 수트보다 약간 어긋난 라인이 훨씬 생생했으니까요. 범스터는 다시 인간의 신체가 가진 가장 솔직한 욕망의 형태로 돌아왔고, 그 순간 맥퀸은 다시 한번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McQueen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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