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봄/여름 파리 패션 위크 DAY 8
“위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하늘, 달, 나는 별을 믿습니다.”
2026 봄/여름 패션 위크는 가브리엘 샤넬의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마티유 블라지가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하늘을 관찰하고, 나는 그것이 우리가 느끼는 같은 감정을 자극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입니다. 미지의 세계에 관해서는 대체로 공통된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요. 부질없는 희망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지금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겠죠. 샤넬은 외부에서, 미우미우는 과거에서 희망의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우주와 현실, 내면과 외면, 쓰다 보니 사실 이 두 가지는 모두 하나를 향하는군요. 다행히 내년 봄에는 아름답겠죠.

샤넬(@chanelofficial)
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컬렉션이 공개되는 밤, 그랑 팔레 천장에는 태양계를 연상케 하는 행성이 빛났습니다. 100년이 넘는 샤넬 역사에서 네 번째 수장이 된 마티유를 기념하기 알맞은 분위기였죠. “처음엔 압도됐어요. 너무 아름다워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모두가 끄덕일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트위드 수트부터 리틀 블랙 드레스, 까멜리아와 CC 로고까지, 샤넬은 아주 유명한 데다 아름답고, 그래서 어렵죠. 그럼에도 아카이브 없이는 샤넬이 아닙니다. 마티유 블라지도 잘 알고 있었고요.


마티유는 보이 카펠(Boy Capel)의 옷장을 차용해 실용적인 남성의 테일러링을 자기 방식으로 재해석했던 그 옛날 코코 샤넬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쇼 오프닝을 장식한 크롭트 수트는 마티유가 입었던 재킷을 바탕으로 허리 부분을 자르고 단추를 수선한 것이었죠. 이건 코코 샤넬이 여성에게 자유를 선사하던 방식 그대로를 따르겠다는 마티유 블라지의 선서와 다름없습니다. 자신의 것을 더하더라도 마음만은 변치 않겠다는 다짐으로 해석하겠습니다. 그래서 눈에 띈 것은 트위드에 가져온 혁신입니다. 그는 해체를 통해 가볍고 신선한 트위드를 만들어냈죠. “비스코스를 사용했어요. 원단에 생동감을 주고, 수트가 훨씬 경쾌해집니다.” 정체성은 유지하되 더 가볍고 활동하기 좋은 옷을 만드는 거죠.
관습 깨기는 로우 라이즈 스커트와 팬츠 위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골지 코튼 밴드에서도 나타납니다. “코코 샤넬이 처음으로 저지 원단을 발견해 마리니에르(Marinière) 톱을 만들었을 때, 그 소재는 원래 속옷용이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이유도 있죠. 제 할아버지가 남성 속옷 공장에서 일했거든요.” 속옷 디테일은 컬렉션의 중추에 현대적인 감각도 더했죠. 2.55 백의 플랩 안에 와이어를 넣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형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죠. 블라지는 이 백을 낡지 않은 것처럼, 오랫동안 사랑받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해체했지만, 모든 것을 샤넬로 보이게 했죠. 아주 간단하게, 자신의 방식으로요.








미우미우(@miumiu)
워크 재킷의 여자 버전이 있다면 그것이 앞치마일까요? 미우치아 프라다가 불릿 브라 대신, 앞치마를 선택했습니다. “패션은 늘 화려함이나 부유층의 이야기를 하죠. 하지만 우리는 인생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인정해야 해요. 앞치마는 공장에서부터 가정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여성의 고단한 삶을 담고 있습니다.” 런웨이의 세트는 공장 구내식당을 연상시켰습니다. 관객들은 멜라민 상판의 테이블 위에 걸터앉았고, 바닥은 붉은 고무로 덮여 있었죠.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공기에는 세제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습니다.

쇼 오프닝은 배우 산드라 휠러가 장식했습니다. 그녀는 공장 노동자가 입는 유틸리티 앞치마를 두르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등장했죠. 보이지 않는 손길의 청소 노동자와 가사 도우미에게도 주목했고요. 부엌에서 일하던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 사랑받았지만 그럼에도 종종 인정받지 못한 여성도 있었죠. 미우치아 프라다는 그런 현실을 런웨이에 올려 ‘패션’으로 만들었습니다. 튼튼한 워크 재킷과 코트부터 인더스트리얼 드릴 소재 팬츠로 시작해 익숙한 모습의 꽃무늬 앞치마, 식당 웨이트리스가 입을 법한 더블 니트 셔츠와 스커트까지, 크리스털이 달린 앞치마를 보면서 저는 한 가지가 우려됐습니다.
수백만원을 호가할 저 앞치마 룩이 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증표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미우미우 청바지와 내 청바지의 가격이 차이 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앞치마 가격에서 오는 괴리감을 대중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미우치아 프라다는 “지금은 그 점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요. 그래서 앞치마를 패션으로 승화하는 것이 더 어려웠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도구는 이것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걸 사용했어요.” 미우치아 프라다는 패션계의 대표적인 지성인이자 페미니스트이며, 정치가의 면모도 지녔죠. 악용할 우려가 있음에도 자신의 도구를 이용해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합니다. 노동력에 대한 인정, 여성의 노고에 박수를 치는 것이죠. 그것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요. 엄마에게 예쁜 앞치마를 선물하는 것이 더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예쁜 옷을 입는 것과 같아지는 순간을 기대하면서요.











#2026 S/S PARIS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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