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애매한 이 구두!

“여성이 곧바로 변신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신발을 바꾸는 거죠.” 마놀로 블라닉이 한 말입니다. 여기서 그가 말한 ‘신발’이란, 캐리 브래드쇼를 유명하게 해준 동시에 통장 잔고를 가난하게 만든 스틸레토 힐일 거예요. 발목을 꺾을 듯 굽이 얇고 높은 그 구두 말이에요.
저 역시 그가 말한 구두의 변신 능력을 백분 이해합니다. “발 모양은 변하지 않으니 신발은 늘 사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족을 둔 덕분에 수십 년간 신발을 수집하기도 했죠.
하지만 굳이 ‘변신’을 위해 높은 힐을 꺼내 신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여성이 공감할 거예요. 캐리 브래드쇼의 구두는 드라마 밖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결코 일상적인 신발이 아니기 때문이죠. 게다가 오락가락하는 10월 날씨를 생각해보세요! 스틸레토 힐을 신고 울퉁불퉁한 대도시의 콘크리트 거리를 걷는 건 우리의 발에 못할 짓이잖아요.
다행히 패션계는 멋과 아픔 사이, 실용적 대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바로 ‘중간쯤에 있는’ 신발이죠. 여름 샌들보다 발을 더 가려주지만 부츠보다는 땀이 덜 차는, 그런 신발 말이에요. 하루 1만 보쯤 걸어도 끄떡없을 만큼 편하지만, 운동화보다는 세련된 디자인의 신발을 원하는 이들에게 아주 이상적이죠. 가을 비즈니스 캐주얼 룩의 구원자라고나 할까요?

사실 ‘중간쯤에 있는’ 신발은 특정한 종류의 신발을 일컫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유형의 신발을 통칭하죠. 검은색이고, 발의 상당 부분을 덮으며, 약간 엉뚱하게 변주한 디자인의 신발이요. 예를 들어 실용적이지만 일부러 세련되지 않게 만든 두꺼운 힐, 발등 라인이 묘하게 어색한 각도로 파인 구두 같은 것들이죠.
개인적으로 중간쯤에 있는 신발 중 요즘 계절에 가장 잘 맞는 건 피비 파일로의 클럽 슬리퍼인 듯해요. 피비만큼 지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묘하게 관능적인 오피스 룩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몇 없기도 하고요. 클럽 슬리퍼를 즐겨 신는 셀러브리티라면 알렉사 청이 있습니다. 할머니 스타일 파자마와 함께 신거나 청바지, 티셔츠와 함께 매치했죠. 카미유 샤리에르 역시 이런 ‘비서 스타일’ 신발을 신은 모습이었고요.


이 밖에 또 어떤 신발이 있을까요. 질 샌더의 각진 실루엣, 아크네의 블록 힐 브로그, 애니 퍼디의 늘어진 스퀘어 토 플랫, 디올 조나단 앤더슨이 선보인 번쩍이는 스톰퍼, 그리고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스포트막스의 가느다란 마이크로 힐 등이 떠오르는군요.
스타일링만 잘한다면, 중간쯤에 있는 신발은 보풀투성이 카디건이나 애매한 길이의 스커트만큼 섹시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블라닉의 스틸레토 힐만큼 극적인 변화를 줄 순 없겠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해요. 우리의 발은 중간쯤에 있는 신발을 훨씬 좋아할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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