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렬한 데뷔, 마티유 블라지의 새로운 샤넬
패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새 빛이 있었다. 패션의 새 시대를 아우르는 14개 브랜드의 데뷔 컬렉션에 대한 〈보그〉의 기록.

패션의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그 순간이 도래했다. 10개월의 준비 기간과 14개 브랜드의 2026 봄/여름 데뷔 컬렉션 공개 후, 마침내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의 첫 샤넬 컬렉션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쇼 시작 시간인 저녁 8시를 조금 넘긴 시각, 거의 모든 사람이 자리에 착석했고 머리 위로는 하나의 태양계를 구성할 만한 규모의 행성이 빛나고 있었다. 칼 라거펠트가 수없이 많은 샤넬 컬렉션을 선보인 그랑 팔레는 이제 블라지가 크게 도약할 거대한 무대이자 시각적인 상징이 되었다. 115년 전 코코 샤넬이 설립한 하우스의 수장 자리를 채운 네 번째 디자이너로서 말이다. 기대가 컸다는 말로도 부족했지만, 41세의 벨기에 출신 프랑스계 디자이너가 기대 이상이었다는 표현 또한 충분치 않았다. 블라지의 첫 샤넬 컬렉션은 이번 시즌 가장 강렬한 데뷔 쇼였다. 자신감 있고, 동시대적이며, 밀라노와 파리의 유서 깊은 전통을 계승하는 컬렉션이 거의 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캐주얼했다. 그렇다고 해서 하우스의 본질과도 같은 정교함과 노하우를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패션계에서 코코 샤넬 하우스의 상징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리틀 블랙 드레스, 트위드 수트, 움직임이 자유로운 니트 저지, 까멜리아, 더블 C. 그럼에도 블라지는 출근 첫날, 하우스의 아카이브로 향했다. “완전히 압도됐습니다. 너무 아름다웠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본능적으로 샤넬이 연인 아서 에드워드 ‘보이’ 카펠의 옷장과 전통적인 남성복의 기능성을 응용한 파격적인 방식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오프닝 룩인 크롭트 재킷 팬츠 수트는 허리 아랫부분을 잘라내고 단추 위치를 조정한 블라지 자신의 재킷에 기반한 것이었고, 후에 나온 박시한 실루엣의 셔츠는 방돔 광장의 유명한 셔츠메이커 샤르베(Charvet)와 협업해 완성한 것이었다. 그는 하우스의 재킷과 마찬가지로 셔츠 끝단 안쪽에도 샤넬의 시그니처인 금속 체인을 달아 실루엣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동일한 효과를 시도했다.
블라지는 3년 정도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소재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혁신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가 첫 보테가 베네타 쇼에서 선보인 탱크 톱과 데님 팬츠 룩은 누구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데님 원단 같지만 사실은 가죽이었던 룩 말이다. 샤넬에서도 그의 우선순위는 소재 혁신이었다. 보통 트위드 원단은 묵직하고 둔해 보이기 쉬운 데 반해 블라지의 트위드 재킷은 매우 가벼워 보였다. “비스코스를 사용했습니다. 훨씬 활동적인 느낌을 주죠.”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매우 가볍고요.”
라거펠트는 2000년대에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샤넬의 크롭트 트위드 재킷이 큰 인기를 끌고 수많은 복제품을 양산하며 전설적인 아이템이 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블라지는 그 아이템을 다시 패션의 범주로 불러들였다. 아랫단에 레이어드한 셔츠가 살짝 보이는 브이넥 니트 톱과 랩 스커트 룩도 못지않게 만족스러웠다. 끝단을 까멜리아로 장식한 스웨터와 스커트 세트도 마찬가지였다.
실용성과 독창성에서도 코코 샤넬에게는 독특한 면이 있었다. 그녀는 신념으로 전통에 도전했고 그 신념은 점차 전통이 되었다. 예를 들면 스트라이프 톱과 밧줄처럼 볼드한 진주 목걸이는 하우스의 상징이자 그녀의 브랜드를 넘어선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마티유 블라지 또한 전통을 부수고자 한다. 골반에 걸친 스커트와 팬츠 허리선 위로 드러난 리브 조직의 면 속옷처럼 말이다. “코코 샤넬이 마린 룩을 제작하기 위해 발견한 첫 저지 소재가 원래 속옷용 원단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그가 설명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사연도 담겨 있죠. 할아버지가 남성용 속옷 공장에서 일하셨거든요.” 언더웨어 디테일은 컬렉션에 쿨하고 동시대적인 현실성을 더했으며, 이 특징은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도록 와이어를 넣은 새로운 2.55 백으로 더 강화되었다. 블라지는 그 디테일에 대해 낡기보다는 사랑받은 것처럼 보이기 위한 의도였다고 말했다. “시간의 흐름과 소중히 여기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의 새로운 브랜드 앰배서더 니콜 키드먼과 아요 어데버리가 프런트 로에서 쇼를 관람하고 있는데도 레드 카펫 드레스 같은 전통적인 룩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새틴 티셔츠에 풍성한 깃털 장식 스커트를 매치한 룩을 내보냈다. 살짝 들린 스커트 아래 업그레이드된 캡토 슈즈가 엿보였다. “샤넬 코드의 좋은 점은 덜어내도 여전히 샤넬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블라지가 첫 쇼에 담은 메시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VK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 글
- NICOLE PHELPS
- COURTESY OF
- CHANEL
- SPONSORED BY
-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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