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보그 월드: 할리우드’를 앞두고, 디자이너 9인이 추천하는 인생 최고의 영화!
패션 디자이너들은 영화를 사랑합니다. 수많은 디자이너가 쇼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컬렉션에 대해 설명하며 주된 영감의 원천으로 영화를 꼽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누구는 덜 알려진 컬트 영화를 보며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이야기하고, 또 누구는 <화양연화>처럼 패션계가 사랑하는 영화가 컬렉션의 테마였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패션과 영화가 짝사랑 관계인 것도 아닙니다. 영화계 역시 패션을 사랑하죠.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에 출연했던 르네 루소는 당시 셀린느를 이끌던 마이클 코어스에게 의상 제작을 의뢰했고, 리처드 기어와 로렌 허튼은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각각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보테가 베네타를 입었습니다.
‘2025 보그 월드: 할리우드’는 패션과 영화의 관계를 조명합니다. 10월 26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네 번째 보그 월드를 앞두고 <보그>가 9명의 디자이너에게 ‘최애 영화’를 물었습니다.
션 맥기르, 맥퀸

영화는 제 창의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무한한 영감의 원천입니다. 스토리텔링에 능했던 리 맥퀸 역시 영화에서 영감받아 다양한 실루엣, 컬러, 그리고 프린트를 개발하기도 했고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꼽는 건 늘 어려운 일이지만, 저는 평소 다양한 상징주의로 가득한 포크 호러 영화를 즐겨 봅니다. 2026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며 레퍼런스 삼았던 <위커맨(The Wicker Man)>처럼 말이죠.
도메니코 돌체 & 스테파노 가바나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 사조는 영화계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미학적인 부분은 물론, 영화감독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까지 말이죠. 루키노 비스콘티, 비토리아 데 시카, 로베르토 로셀리니, 페데리코 펠리니, 그리고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같은 감독들은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던 이탈리아의 정체성을 꾸밈없이 포착했습니다. 저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갈등하던, 당시의 이탈리아에 목소리를 입혔던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그중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네오 리얼리즘 사조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표범(Il Gattopardo)>입니다. 루키노 비스콘티는 탁월한 디렉션을 통해 고대와 현재, 그리고 당시의 대중문화와 귀족문화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영화를 만들어냈죠. 1988년, 우리는 이 영화의 제목을 딴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파리 그랑 팔레와 로마의 팔라초 델레 에스포시치오니(Palazzo delle Esposizioni)를 거쳐 곧 미국에도 상륙하는 돌체앤가바나의 전시, <From the Heart to the Hands: Dolce & Gabbana>에서는 한 섹션 전체를 이 영화에 할애했죠.
케이트 & 로라 멀리비, 로다르테

저희는 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왔습니다. 첫 번째 컬렉션부터 그랬죠. 2026 봄/여름 컬렉션을 구상하며 로버트 올트먼(Robert Altman)의 <세 여인(3 Women)> 속 색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참고했습니다. 저희 어머니 빅토리아 멀리비에게 영화의 배경인 사막과 어울리는 아트워크, 그리고 주요 주제 중 하나인 심리학과 어울리는 벽화 제작을 의뢰했죠.
스튜어트 베버스, 코치

무얼 하든, 늘 이 영화로 돌아오는 느낌입니다.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의 영화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요. 출연진의 의상 대부분은 빈티지 숍의 옷 바구니 맨 밑에서 건져내기라도 한 듯,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죠. 실제로 영화에 쓰인 의상 대부분을 그런 식으로 구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읽은 적도 있습니다. 영화 속 리버 피닉스와 키아누 리브스는 더없이 ‘미국적인’ 모습입니다. 모터사이클 재킷, 시어링 재킷, 낡은 부츠, 그리고 물이 빠진 데님… 전부 코치의 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아이템이죠.
토리 버치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1968년 작 <테오레마(Teorema)>를 꼽고 싶습니다. 영화 속 독특한 색감에서 영감받아 2026 봄/여름 컬렉션의 컬러를 구상하기도 했습니다. 빛이 바랜 듯한 컬러와 강렬한 컬러의 대비감, 밝은 원색과 파스텔 톤의 배치, 그리고 쿨한 그레이 컬러와 자연적인 색의 대립처럼 말이죠.
엘리 러셀 리네츠, ERL

<빅 웬즈데이(Big Wednesday)>는 캘리포니아의 서프 문화를 상징하는 영화입니다. 감독 존 밀리어스는 본격적인 ‘현대기’가 시작되기 직전, 남부 캘리포니아만의 천진난만함을 담아냈죠. 특히 도피주의와 리얼리즘이 공존하는 영화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의상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느껴지면서도, 구시대적이지는 않죠.
패션은 단순히 옷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패션이란 인생을 구성하는 의상인 동시에, 우리가 처한 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존재죠. 제가 ERL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비슷합니다. ERL의 디자인은 늘 어떤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착용자가 그 이야기 속 인물이 될 수 있도록 돕죠.
이브 카마라, 오프화이트

제가 가장 재밌게 본 영화는 <클라우드 아틀라스(Cloud Atlas)>입니다. 다양한 문화 속 인물이 등장해, 보편적인 야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죠. 시각적으로도 아름답습니다.
니콜라스 애번, 아레아

영화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이 생각나는군요. 주인공 바베트는 오갈 곳이 없던 와중 한 바닷가 마을에 정착합니다. 어느 날 복권에 당첨된 그녀는 모든 금액을 사용해 연회를 열고, 마을 사람들을 초대하죠. 즐거움과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바베트의 만찬>을 보며 본능적이고 인간적인 디자인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죠. 지금도 영화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립니다.
에르뎀 모랄리오글루, 에르뎀

<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은 언제나 저를 매료합니다. 2016 가을/겨울 컬렉션의 사운드트랙에 영화 속 대사를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올드 할리우드’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쇼가 열렸던 올드 셀프리지 호텔을 영화 세트장처럼 꾸미기도 했고요. 영화 속 화려함과 글래머와 퇴락 사이의 묘한 긴장감, 그리고 ‘장엄함의 몰락’이라는 주제 의식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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