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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목소리,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샤넬

2025.11.05

부드러운 목소리,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샤넬

“여성은 언제나 세상의 강인한 존재였다.” 그레이시 에이브럼스는 가브리엘 샤넬의 문장을 부드러운 노랫말로 다시 증명합니다.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그 안엔 단단한 회복의 힘이 있죠.

‘2025 보그 월드: 할리우드’ 무대에 선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Courtesy of Chanel
Chanel 2026 S/S RTW

지난 10월 그레이시 에이브럼스는 산불 피해를 입은 고향 로스앤젤레스의 복구 기금 모금을 위해 ‘2025 보그 월드: 할리우드’ 무대에 섰습니다. 마티유 블라지의 뉴 샤넬, 2026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버건디 트위드 투피스를 입고 있었죠. 불타버린 땅 위에 다시 핀 작은 꽃 같았습니다. “저는 팰리세이즈(Palisades)에서 자랐어요. 제 마음은 이웃과 함께 있어요.” 에이브럼스는 산불 직후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있다면 꼭 마스크 쓰고, 부디 조심하세요”라고 인스타그램에 남겼고, 산불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자선 콘서트 ‘파이어 에이드(Fire Aid)’에도 동참했죠.

@gracieabr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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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는 지난해 정규 2집 <The Secret of Us>를 발매한 후 월드 투어를 이어가며, 지난 4월 서울 공연으로 국내 팬들과 만났습니다. 공연 중간에 손 편지를 건네던 따뜻한 광경은 샤넬이 말하는 ‘부드러운 강인함’을 보여줬죠. 에이브럼스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노래합니다. 단단하지만 유연하고, 우아하지만 솔직한 태도. 샤넬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여성의 얼굴입니다. 그래서 이제 막 여정을 시작한 에이브럼스에게서 미래의 샤넬을 봅니다.

지난 9월 샤넬 소피아 코폴라 북 론칭 파티에서 에이브럼스는 새틴 레드 라펠이 달린 트위드 재킷과 블랙 브라 톱, 하이 웨이스트 팬츠를 매치했습니다. 코코 샤넬의 흑백사진집을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브랜드 아카이브를 즐기는 태도에서 샤넬의 정신을 이해하는 에이브럼스의 태도가 돋보였죠.

샤넬 소피아 코폴라 북 론칭 파티 현장에서 만난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지난 1월, 샤넬 2025 봄/여름 프리 컬렉션 캠페인에서는 한층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줍니다. 블랙 퀼팅 재킷과 그레이 데님, 투톤 슈즈를 매치해 클래식한 룩을 경쾌하게 풀었죠. 또 다른 컷에서는 트위드 셋업 위로 캐주얼한 캡을 써서, 샤넬의 단정함 속에 스포티한 리듬을 불어넣었습니다. 커다란 리본 헤어 액세서리나 분홍빛 트위드 재킷을 매치한 장면에서는 소녀 같은 순수함이, 블랙 가죽 원피스에 숄더백을 든 컷에서는 시크함이 드러났죠.

2025 S/S Pre-Collection
2025 S/S Pre-Collection
2025 S/S Pre-Collection
2025 S/S Pre-Collection
2025 S/S Pre-Collection

2월에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즈 레드 카펫에서는 커스텀 샤넬 드레스를 선택했습니다. 아이보리 시폰 드레스에 베일을 길게 드리웠고, 가슴께에는 까멜리아 장식이 피었습니다. 블랙 리본이 허리선을 따라 실루엣을 또렷이 잡았죠. 움직임에 따라 은은하게 빛을 머금은 베일 덕분에 에이브럼스의 고요한 존재감이 배가됐습니다. 베일 아래 드러난 표정은 부드럽되 눈빛만은 강렬했습니다. 에이브럼스가 가진 힘이자, 샤넬이 말하는 강인함의 현대적 얼굴이죠.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포착된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Courtesy of Chanel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포착된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Courtesy of Chanel

지난 3월, 2025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어워즈에서는 블랙 새틴 소재의 원 숄더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한쪽 어깨엔 리본이 단정하게 묶여 있었지만, 조명을 받아 살아 움직이듯 빛났죠. 5월 칸영화제 <더 히스토리 오브 사운드> 프리미어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블랙 새틴 드레스로 등장했어요. 얇은 스트랩과 은은한 광택, 각도마다 달라지는 음영이 차분한 분위기를 극대화했습니다. 드레스 두 벌의 특징은 모두 절제된 실루엣이었고요.

2025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어워즈에서는 블랙 새틴 소재의 원 숄더 드레스를 입었다. Courtesy of Chanel
2025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어워즈에서는 블랙 새틴 소재의 원 숄더 드레스를 입었다. Courtesy of Chanel
2025 칸영화제 레드 카펫에 선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Getty Images

7월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샤넬 2025 가을/겨울 오뜨 꾸뛰르 쇼에서는 짧은 화이트 트위드 드레스 차림이었습니다. 스파게티 스트랩과 플리츠 스커트가 어우러진 룩은 에이브럼스의 젊은 에너지를 끌어올렸죠. 비즈 장식이 빛을 받을 때마다 에이브럼스의 미소도 반짝였습니다. 그리고 10월, 샤넬 2026 봄/여름 컬렉션 쇼에서는 화이트 셔츠 위로 블랙 니트를 걸치고 새틴 팬츠와 투톤 슈즈를 매치했습니다. 격식은 갖추되 경직되지 않은 프렌치 시크의 정석이었습니다. 샤넬을 지금의 캐주얼로 해석하는 법을 보여줬죠.

Chanel 2025 F/W Couture
Chanel 2026 S/S RTW
Chanel 2026 S/S RTW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와 샤넬은 ‘말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는 법’을 압니다. 가브리엘 샤넬은 이렇게 말했죠.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은 스스로 생각한 것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다.” 에이브럼스는 그 용기를 노래로 증명합니다. 부드러움은 약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른 형태의 힘이자, 이 시대를 현명하게 이끄는 방식입니다. 이제 마티유 블라지의 손으로 새롭게 써 내려갈 샤넬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부드럽고 단단한 목소리의 주인공 그레이시 에이브럼스가 있습니다.

뉴욕에서 열린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단독 콘서트 ‘The Secret of Us’. Courtesy of Chanel
뉴욕에서 열린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단독 콘서트 ‘The Secret of Us’. Courtesy of Chanel
포토
Courtesy of Chanel, GoRunway, Instagram, Getty Images
섬네일 디자인
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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