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스니커즈의 종말이 임박한 걸까요?

2025.11.19

스니커즈의 종말이 임박한 걸까요?

며칠 전 아침, 하이버리 & 이즐링턴 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몇 미터 앞에 아는 사람이 걸어가고 있더군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에게 다가가 ‘스몰 토크’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그와 마주치는 걸 피하려고 했지만, 출근 인파가 몰리는 탓에 결국 스토커처럼 그의 뒤를 밟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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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피하고 싶었던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제 추레한 행색 때문이었죠. 닳을 대로 닳은 운동화를 신은 채, 거대한 가방의 무게에 짓눌려 걷는 제 모습은 흡사 한 마리의 트롤을 연상시켰을 겁니다. 반면 디스트레스트 디테일을 가미한 밀리터리 봄버와 진한 컬러의 부츠컷 데님을 입고, 발렌시아가 로데오 백의 입을 크게 벌린 채 지하철역을 걷는 지인은 ‘위풍당당’ 그 자체였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는 확신에 가득 찬 ‘또각’ 소리까지 들렸죠. 그가 신은 부츠 덕분이었습니다. 그 순간, 집에 있는 모든 운동화를 불태워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근엄하게 걸을 것이며, 방에 들어가기 전 모두 내 존재를 알아차리게 만들리라고 다짐했습니다.

충동적인 결심도 아닙니다. 사실 저는 ‘열성 스니커즈파’에 가까웠습니다. 스니커즈 트렌드 관련 기사를 작성하는 게 제 일이었으니까요. 아디다스 삼바의 ‘왕좌 등극’부터 드리스 반 노튼의 ‘홀쭉이 스니커즈’까지, 돌이켜보니 최근 몇 년간 참 다양한 스니커즈를 다뤘더군요. 하지만 결국, 운동화는 운동화일 뿐입니다. 소재는 천이나 가죽이고, 밑창은 고무로 되어 있으며 끈이 달려 있는 운동화 말이죠. 캐주얼하고 실용적이지만, 어떻게 신어도 옷을 ‘차려입은’ 느낌은 줄 수 없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구시대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저뿐만이 아닙니다. “운동을 하거나 오래 걸어야 할 때를 제외하면, 스니커즈를 안 신은 지 6개월이 넘은 것 같다”고 얘기하는 한 틱톡커의 영상이 큰 인기를 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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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의 요지는 ‘절대, 절대 운동화를 신지 마세요!’가 아닙니다. 2026 봄/여름 시즌에만 해도 수많은 브랜드가 독특한 디자인의 스니커즈를 선보였거든요. 마틴 로즈는 또 한 번 나이키 샥스 붐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고, 발렌티노와 루이 비통의 쇼에는 ‘사치스러운’ 디자인의 운동화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거리에서는 분명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보그 비즈니스>는 스니커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죠. 당장 제 주변 친구들도 운동화 대신 부츠, 로퍼, 더비 슈즈, 몽크 슈즈 등 구두를 꺼내 신고 있습니다. 확실한 존재감을(그리고 발소리를!) 뽐내고, 땅을 더욱 힘차게 박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발 말이죠.

탈리아 바이어(Talia Byre) 쇼에서는 디자이너 에런 에쉬와 아트 디렉터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이미 리드(Jamie Reid)를 마주쳤습니다. 둘 다 스웨이드 소재의 첼시 부츠를 신고 있더군요. 해리 스타일스, 다코타 존슨, 제이콥 엘로디, 그리고 조이 크라비츠 역시 최근 운동화를 버리고 생 로랑이나 더 로우의 로퍼를 신고 있고요. 운동화가 멸종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패션 피플의 시선은 분명히 보다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구두와 부츠를 향해 있습니다.

Aaron Esh 2026 S/S RTW
Aaron Esh 2026 S/S RTW

네, 지금은 ‘드레스업’의 시대입니다.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는 행위의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울 때라는 이야기죠. 딱딱한 굽과 나무 밑창이 땅바닥과 부딪히며 발생하는 그 마찰음만큼 확실한 기분 전환도 없습니다. 올겨울에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큰 발소리와 함께 당당하게 걸어보세요!

Daniel Rodgers
사진
Getty Images, GoRunway, Courtesy Photos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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