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의 종말이 임박한 걸까요?
며칠 전 아침, 하이버리 & 이즐링턴 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몇 미터 앞에 아는 사람이 걸어가고 있더군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에게 다가가 ‘스몰 토크’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그와 마주치는 걸 피하려고 했지만, 출근 인파가 몰리는 탓에 결국 스토커처럼 그의 뒤를 밟게 됐죠.

그 사람을 피하고 싶었던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제 추레한 행색 때문이었죠. 닳을 대로 닳은 운동화를 신은 채, 거대한 가방의 무게에 짓눌려 걷는 제 모습은 흡사 한 마리의 트롤을 연상시켰을 겁니다. 반면 디스트레스트 디테일을 가미한 밀리터리 봄버와 진한 컬러의 부츠컷 데님을 입고, 발렌시아가 로데오 백의 입을 크게 벌린 채 지하철역을 걷는 지인은 ‘위풍당당’ 그 자체였습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는 확신에 가득 찬 ‘또각’ 소리까지 들렸죠. 그가 신은 부츠 덕분이었습니다. 그 순간, 집에 있는 모든 운동화를 불태워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근엄하게 걸을 것이며, 방에 들어가기 전 모두 내 존재를 알아차리게 만들리라고 다짐했습니다.
충동적인 결심도 아닙니다. 사실 저는 ‘열성 스니커즈파’에 가까웠습니다. 스니커즈 트렌드 관련 기사를 작성하는 게 제 일이었으니까요. 아디다스 삼바의 ‘왕좌 등극’부터 드리스 반 노튼의 ‘홀쭉이 스니커즈’까지, 돌이켜보니 최근 몇 년간 참 다양한 스니커즈를 다뤘더군요. 하지만 결국, 운동화는 운동화일 뿐입니다. 소재는 천이나 가죽이고, 밑창은 고무로 되어 있으며 끈이 달려 있는 운동화 말이죠. 캐주얼하고 실용적이지만, 어떻게 신어도 옷을 ‘차려입은’ 느낌은 줄 수 없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구시대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저뿐만이 아닙니다. “운동을 하거나 오래 걸어야 할 때를 제외하면, 스니커즈를 안 신은 지 6개월이 넘은 것 같다”고 얘기하는 한 틱톡커의 영상이 큰 인기를 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제 이야기의 요지는 ‘절대, 절대 운동화를 신지 마세요!’가 아닙니다. 2026 봄/여름 시즌에만 해도 수많은 브랜드가 독특한 디자인의 스니커즈를 선보였거든요. 마틴 로즈는 또 한 번 나이키 샥스 붐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고, 발렌티노와 루이 비통의 쇼에는 ‘사치스러운’ 디자인의 운동화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거리에서는 분명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보그 비즈니스>는 스니커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죠. 당장 제 주변 친구들도 운동화 대신 부츠, 로퍼, 더비 슈즈, 몽크 슈즈 등 구두를 꺼내 신고 있습니다. 확실한 존재감을(그리고 발소리를!) 뽐내고, 땅을 더욱 힘차게 박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발 말이죠.
탈리아 바이어(Talia Byre) 쇼에서는 디자이너 에런 에쉬와 아트 디렉터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이미 리드(Jamie Reid)를 마주쳤습니다. 둘 다 스웨이드 소재의 첼시 부츠를 신고 있더군요. 해리 스타일스, 다코타 존슨, 제이콥 엘로디, 그리고 조이 크라비츠 역시 최근 운동화를 버리고 생 로랑이나 더 로우의 로퍼를 신고 있고요. 운동화가 멸종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패션 피플의 시선은 분명히 보다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구두와 부츠를 향해 있습니다.
네, 지금은 ‘드레스업’의 시대입니다.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는 행위의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울 때라는 이야기죠. 딱딱한 굽과 나무 밑창이 땅바닥과 부딪히며 발생하는 그 마찰음만큼 확실한 기분 전환도 없습니다. 올겨울에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큰 발소리와 함께 당당하게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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