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비합리성의 아름다움, 뎀나가 이끄는 ‘뉴 구찌’

2025.12.04

비합리성의 아름다움, 뎀나가 이끄는 ‘뉴 구찌’

“패션은 포모(FOMO)를 자극해야 합니다.” 뎀나는 패션이 ‘포모’, 즉 유행에 뒤처지거나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을 유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삶에서 패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소비자로서 ‘내가 필요로 하지 않는 물건’을 볼 때 기분이 좋아지곤 하죠. 이걸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불안감도 생기고요.” 뎀나는 패션에 합리성을 부여하려는 일부 목소리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그 비합리성이야말로 패션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핵심은 소비자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불필요한’ 욕구를 들끓게 만드는 것입니다.”

Gucci 2026 Pre-Fall

내년 2월 있을 첫 런웨이 쇼를 앞두고, 뎀나가 룩북 형태의 구찌 2026 프리폴 컬렉션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포모 공식’을 가다듬었다. 지난 3월, 사바토 데 사르노의 뒤를 이어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된 그는 줄곧 ‘창의적 R&D’에 매진해왔다. 뎀나가 구찌에서 처음으로 펼쳐 보인 비전, ‘라 파밀리아(La Famiglia, 가족)’는 하우스를 이루는 핵심 요소를 분류하는 작업에 가까웠다(그는 컬렉션의 본래 목적이 일종의 ‘연구용 프로젝트’였다고 말한 바 있다). 톰 포드의 전설적인 구찌 1996 가을/겨울 컬렉션을 연상시키는 조명 세팅 아래에서 촬영한 그의 프리폴 컬렉션은 ‘뎀나적 색채’가 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해, 그냥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었죠.” 뎀나는 이번 컬렉션을 완성하며 자신이 느낀 감정에 최대한 집중했다고 말했다.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구찌의 2026 프리폴 컬렉션은 뎀나의 ‘렌즈’에 의해 두 번 여과되어 탄생한 결과물이다. 어디론가 급히 향하는 모습의 모델들을 포착한 사진가가 바로 뎀나 본인이기 때문이다. “보그 런웨이에 업로드되어 있지 않은, ‘유실된’ 구찌 컬렉션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거예요.” 그는 구찌가 포모를 자극하는 데 성공한 바로 그 순간(톰 포드의 구찌 1996 가을/겨울 컬렉션이다)으로 되돌아간 듯한 감정을 유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뎀나가 참고한 것은 톰 포드 특유의 슬림한 실루엣과 날렵한 테일러링뿐만이 아니다. 1970년대 이전의 구찌, 그리고 21세기의 구찌를 모두 참고하며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그는 프리다 지아니니의 ‘이탈리아스럽고 여성적인 관능미’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다.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그럼에도 이번 컬렉션이 ‘중구난방’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뎀나가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적인 접근법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자그마한 지갑 정도가 겨우 들어갈 크기의 루네타 폰+(Lunetta Phone+) 백이 좋은 예다. “조금은 이기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 자신을 위해 디자인했습니다.” 구찌 특유의 줄무늬 패턴이 들어간 레이서 스타일의 레더 재킷 역시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참고하되, 뎀나만의 취향을 더해 완성한 아이템이다. 대담한 디자인의 브이넥 티셔츠는 청소년 시절, 뎀나가 직접 느낀 포모의 감정에서 비롯되었다.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얼핏 평범해 보이는 옷을 도발적으로 재구성하고 배치해 포모를 유발하는 것은 뎀나의 오래된 기법 중 하나다. 뎀나가 이끄는 ‘뉴 구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루엣과 그 안에 숨어 있는(혹은 드러나 있는) 몸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그는 “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여성복, 남성복 모두 말이죠.” 그는 최근 자신의 신체를 보다 주의 깊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이 새로운 접근 방식의 시작점 역시 ‘본인’이라고 고백했다. “창작이라는 게 결국 그런 것 같아요. 반드시 ‘나 자신’이라는 렌즈를 통과해야만 하죠.” 그래서인지, 이번 컬렉션에서는 특히 다채롭고 ‘신체 긍정적인’ 핏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디자인 과정과 개발 및 생산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밀라노 오피스 근처에 자그마한 아틀리에를 마련했다. “마케트(축소 모형)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죠. 저처럼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나 할 법한 선택입니다.” 뎀나는 바로 이 아틀리에에서 보다 보편적이고 정교한 사이즈의 옷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간은 전부 다른 비율을 지니고 태어나잖아요. 모델들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면, 어떻게 제가 ‘좋은 디자이너’라고 자부할 수 있겠어요?”

Gucci 2026 Pre-Fall

뎀나가 지금 천착하고 있는 주제는 사이즈와 핏뿐만이 아니다. “가벼운 옷, 가방, 그리고 슈즈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지금 패션이 너무 경직되어 있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튼튼한 옷은 무겁고 뻣뻣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는 ‘럭셔리란 가볍고 경쾌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며, 부피가 커다란 코트의 끝자락을 잡아 들춰 보였다. 깃털로 뒤덮인 그 코트는 놀라울 정도로 가벼웠고, 몸을 구속하는 듯한 디자인의 스쿠버 톱은 기이할 만큼 부드러웠다. 뎀나는 불필요한 디테일을 제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청바지의 옆 솔기나 주머니(허리선 부근에 숨겨놓았다)를 생략하는 것처럼 말이다.

“패션에는 ‘에지’가 있어야 합니다.” 뎀나가 내년 2월 공개할, 구찌라는 이름의 ‘날카로운 모서리’는 어떤 모습일까?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Gucci 2026 Pre-Fall
Luke Leitch
사진
Courtesy of Gucci
Sponsored by
Gucci
출처
www.vogue.com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