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매년 겨울, 15년째 또 꺼내 신는 부츠

2025.12.08

매년 겨울, 15년째 또 꺼내 신는 부츠

이 계절은 참 못됐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어제까진 버틸 만했는데, 오늘은 갑자기 바람이 뺨을 때리죠. 그렇게 겨울의 횡포가 시작되면, 저는 늘 같은 신발을 꺼냅니다. 많은 유혹을 뒤로하고, 해마다 꺼내 신는 스웨이드 앵클 부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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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저는 신발에 미쳐 있습니다. 샌들, 스니커즈, 로퍼, 메리 제인, 부츠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죠. 해마다 겨울이면 으레 ‘이번엔 뭔가 새롭게!’를 외치며 쇼핑몰을 순례했고, 그 짜릿한 도파민에 몸을 맡겼습니다. 제 옷장이랑 어울리는지, 발은 편한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죠. 하지만 사람은 변합니다. 옷장을 정리하다 마주친 신발의 수, 그 안에 남은 가치, 한계를 보게 되면서요.

그렇게 알게 됐습니다. 계절의 유행이 아무리 요란하게 바뀌어도 끝내 살아남는 진짜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걸요. 저는 그걸 열다섯 살 때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오래 신을지 몰랐습니다.) 프린지 장식이 달린 스웨이드 앵클 부츠였죠. 엄마가 사준 그 부츠는 끝내 못 잊은 제 첫사랑 같았습니다. 닳고 닳을 때까지 신고, 결국 밑창이 떨어져 나가 같은 모델의 블랙 컬러로 다시 샀습니다. 사회 초년생이 돼서는 월급으로 브라운 버전을 장만했습니다. 지금도 꽤 멀쩡한 상태로, 신발장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죠.

@anoukyve
@selezneva.kat

겨울이 되면 또다시 마음이 흔들립니다. 이번엔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나 묵직한 워커를 사볼까? 하지만 시선을 돌려보면 결국 그 익숙한 앵클 부츠를 집어 들고 있죠. 이 부츠만큼 어떤 룩에도 무심하게 스며드는 신발이 없거든요. 청바지는 말할 것도 없고, 테일러드 팬츠나 원피스에도 딱 좋습니다. 굽이 낮아 편하고, 발끝이 살짝 뾰족해 밋밋하지 않죠. 옷 잘 입는 비결은 이 ‘어디든 어울리는 아이템’의 힘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내일 아침에도 고민 없이 신을 수 있는 부츠. 열다섯 살 겨울부터 함께한 부츠는 아마 앞으로도 제 겨울을 몇 번이고 더 지켜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여러분의 겨울을 위한 앵클 부츠 리스트를 공개합니다. ‘지금 당장 뭐 살까?’ 고민 중이라면, 그 답은 생각보다 익숙한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Tatiana Ojea
사진
Getty Images, Instagram, Courtesy Photos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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