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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으로 살까, 올해를 되돌아볼 책 4

2025.12.08

우리는 무엇으로 살까, 올해를 되돌아볼 책 4

@maralafontan

우리는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살아왔고,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올해의 마음과 시간,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 네 권을 골랐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로 인간세계를 탐구해온 톨스토이는 중년에 이르러 성취와 명예가 죽음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깨닫고 깊은 혼란에 빠진다. 그 방황의 끝에서 그가 다시 붙잡은 질문은 단 하나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추운 길가에 쓰러진 낯선 이를 집으로 데려온 구두장이 부부, 그리고 인간세상에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다시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 타락한 천사 미하일라의 이야기. 그가 풀어야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사람들 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과연 인간세계에 떨어진 미하일라는 어떤 답을 얻게 되었을까? 연말, 누군가와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

‘가능한 한 많이’, ‘가능한 한 빠르게’가 기준이 된 시대. 여행도, 문화생활도, 독서도 어느새 휴식이 아니라 경쟁하듯 소비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어느 순간 우리는 고양이와 놀아주는 일, 연인과의 데이트까지 투두 리스트에 올려놓고 지워가며 하루를 촘촘히 쓰고 있지 않나. 올 한 해 이런 기분을 단 한 번이라도 느껴본 적 있다면 12월, 더 늦기 전에 헤세의 ‘잡도리 처방’을 받아보자.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싶을 때, 열심히 살수록 이상하게 지치기만 할 때 다시 꺼내 읽게 되는 책.

“낮 시간을 살아가면서 하늘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하루 동안 기분 좋고 생기 넘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도 없다.”

모모 | 미하엘 엔데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는 비밀. 그 비밀은 바로 시간이다. 어린 시절 <모모>를 읽고 모모처럼 잘 들어주는 사람, 기꺼이 시간을 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던 아이는 자라서 어느새 점심을 천천히 먹는 동료를 채근하고, 가족과의 식사나 돌봄을 뒤로 미뤄가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시간을 ‘저축’하듯 살아가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저축되지 않는다. 쓰면 쓸수록 더 빠르게 사라질 뿐. 날이 갈수록 하루가, 일주일이, 1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끝없는 성장과 성공을 위해 현재를 유보하는 삶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다시 한번 ‘지금’이라는 감각을 되돌려주는 책.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지.”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또 다른 모모의 이야기다. 파리 벨빌의 오래된 건물에서 전직 창녀였던 로자 아줌마는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살고, 열 살 남짓의 소년 모모는 그 집에서 자란다. 정확한 나이도 알 수 없고, 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처지지만 가난과 차별, 세상의 온기로부터 멀어진 그곳에서 모모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배워간다. 그리고 치매가 찾아온 로자 아줌마의 마지막을 어린 모모가 지켜내는 과정은 다시 한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깨닫게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둔 만남으로 분주해지는 연말, 오랜만에 만난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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