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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2’, 뱀이 싫다고 해서 멸종시킬 순 없다

2025.12.08

‘주토피아 2’, 뱀이 싫다고 해서 멸종시킬 순 없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핵심적인 소재는 ‘선입견’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동물에 대한 선입견이다. <주토피아>는 그런 선입견의 장벽을 뚫고 꿈을 이루려는 이야기를 기둥으로 놓았지만, 동시에 선입견을 깨버리거나 오히려 더 공고하게 만드는 방식을 활용해 반전과 유머를 만들었다.

영화 ‘주토피아 2’ 스틸 컷

주인공인 주디와 닉은 각각 토끼와 여우다. 주디의 꿈은 멋진 경찰이 되는 것이지만, 경찰은 이미 버펄로나 얼룩말, 하마 등 덩치 큰 동물이 장악하고 있다. 귀엽고 작은 토끼 주디가 이런 세계에서 경찰로 거듭나는 게 이야기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교활하고 잔꾀 많은 동물로 그려져온 여우가 친구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다. 그런가 하면 <주토피아>에서 흑막의 주인공은 초식동물인 양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양은 한국 전래 동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선한 캐릭터거나 피해자였다. 그래서 양을 습격하는 늑대는 언제나 악랄한 가해자의 자리에 있었다. <주토피아>가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져온 선입견을 뒤집으면서 보여준 주제는 명확했다. 크기와 식성, 성격과 본능이 제각각인 동물들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인간 세상을 은유한 메시지였다.

영화 ‘주토피아 2’ 스틸 컷

9년 만에 돌아온 속편 <주토피아 2>는 같은 메시지를 더 깊이 밀고 들어간다. 1편이 ‘함께 살자’는 시대의 구호에 거꾸로 역차별을 느끼는 존재들을 앞세웠다면, 2편은 오래전에 쫓겨나 아예 이름이 지워진 존재들의 역사를 불러온다. 설정에 따르면 주토피아에는 지난 100여 년 동안 뱀이 나타난 적이 없었다. 파충류와 포유류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공존했지만, 파충류가 다른 동물을 해쳤다는 이유로 쫓겨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도시 곳곳에서 뱀 비늘이 발견된다. 비늘의 주인 게리(키 호이 콴)는 할머니가 주토피아를 위해 설계한 기술의 권리를 되찾고, 파충류의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도시로 잠입한 인물이다. ‘주토피아 2’는 이때부터 100년 전, 어느 악독한 기업가가 사업 확장을 위해 세상에 뿌린 뱀에 대한 선입견을 추적한다.

영화 ‘주토피아 2’ 스틸 컷
영화 ‘주토피아 2’ 스틸 컷

제작진은 2편의 서사를 구상하면서 1편에 파충류가 등장하지 않은 사실을 떠올렸다. 1편에서 주토피아는 동물의 습성을 고려한 6개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추운 지역 동물들이 살 수 있는 툰드라 타운, 사막 지역 동물들이 거주하는 사하라 스퀘어, 토끼처럼 번식력이 왕성한 동물들이 사는 버니버로 등이다. 심지어 중심가인 사바나 센트럴은 서로 다른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건물로 들어가는 문이나 지하철 승하차 시스템까지 모든 동물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곳이었다. 기차에서 내리고 오르는 문도 크기에 맞게 3종 세트가 있을 정도다. 그처럼 모든 동물이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는 게 주토피아의 철학이라면, 파충류 또한 이곳 어딘가에 살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이런 의문을 인간 세상에 빗대면 전 지구적인 역사로 확장될 수 있다. 원래 그곳에 뿌리 내렸지만 사라진 사람들, 또 원래는 함께 사는 게 아무렇지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불편해진 사람들. 그들은 왜 사라졌으며 어디로 갔는가.

영화 ‘주토피아 2’ 스틸 컷

유머와 패러디로 가득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주토피아 2>가 세상의 단면을 반영하는 방식은 날카롭다. 1편과 비교하면 훨씬 더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 교과서처럼 정석을 알려준다는 게 아니라 이 정도는 되어야 교과서로 채택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9년 전의 <주토피아>가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주토피아 2>는 그렇게 지탱되는 공존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이야기한다. 인간이 뱀을 혐오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김새가 그렇고, 거의 수천 년에 걸쳐 입에 오르내린 이야기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인간을 향한 혐오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그 감정은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퍼뜨린 이야기, 반복해서 보게 만든 이미지가 마음속에 자리 잡은 건 아닌지… 혐오는 언제나 쉽고 빠르게 번지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또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태도다. 의인화한 동물을 내세운 애니메이션의 주제라고 하기에는 무겁고 아프다.

사진
영화 ‘주토피아 2’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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