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 미식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사이먼 킴과의 끝내주는 대화
전 세계 미식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첫 번째 주인공은? 뉴욕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주목받는 리더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사이먼 킴을 향한다.

사이먼 킴(Simon Kim)의 촬영은 뉴욕에서 가장 사랑받는 만남의 장소, 그가 창조한 레스토랑 ‘꽃(Cote)’에서 진행됐다. 이 만남을 준비하며 이메일로 마주한 스태프들은 한결같이 다정하고 따뜻했다. 그들은 언제나 아낌없이 안부와 감탄사를 건넸고, 별것 아닌 일에도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미식계 리더인 사이먼 킴이 뒤이은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언급한 ‘환대’의 가치를 체감했다. “멋진 공간과 음식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손님을 즐겁게 해야 합니다. 따뜻한 환대, 음악, 분위기, 옷차림, 제가 커플들에게 위트 있게 불어넣는 묘한 기류 등 모든 것이 기쁨을 주기 위해 존재하죠.”
세상에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레스토랑은 많다. 그러나 기억에 남을 순간을 창조하는 레스토랑은 드물다. 그리고 많은 뉴요커가 그런 시간을 꿈꾸며 꽃을 찾는다. 2017년 뉴욕 최초의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으로 문을 연 꽃이 마이애미, 싱가포르 지점에 이어 최근 라스베이거스에 상륙하고, 지난해에는 프라이드치킨 전문점 ‘꼬꼬닭(Coqodaq)’이라는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되기까지, 식문화에 대한 애정과 한국인의 긍지를 품고 가장 럭셔리한 코리안 다이닝을 설계해온 사이먼 킴이 <보그 리빙>을 위해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10월 라스베이거스에 상륙한 꽃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다.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방문객뿐 아니라 주방 스태프, 서비스 팀, 카지노 손님과 지역 주민 모두 우리 레스토랑을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의 목표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내 커리어가 시작된 곳이다.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대학교에서 호스피탈리티에 입문한 나는 이곳을 떠나자마자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거라 믿었다. 한편으로 꽃은 메이저 카지노에 어울리는 레스토랑이라는 생각도 늘 갖고 있었는데, 마침내 더 베네시안 리조트(The Venetian Resort)라는 최적의 파트너를 만났다. 지상에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은 없다. 인간이 만든 도시인 이곳은 엔터테인먼트부터 카지노, 미식 등 모두를 만족시키는 요소를 지닌 동시에 가족 친화적이다. 그런 라스베이거스에 없는 유일한 것이 바로 한국 레스토랑이었다. 숨겨둔 야망을 현실화할 공간과 예산, 창의적인 에너지를 모두 갖춘 라스베이거스에 비로소 코리안 스테이크하우스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


라스베이거스 꽃만을 위해 마련한 메뉴나 공간, 예술 요소가 있나?
타오(Tao)와 노부(Nobu) 등을 설계한 데이비드 록웰(David Rockwell)과 나는 엘비스 프레슬리나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라스베이거스의 전통적 상징을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라스베이거스의 상징이 될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었다. 라스베이거스 꽃은 모든 면에서 스케일이 한 단계 커졌다. 다른 지점과 마찬가지로 번쩍이는 조명과 네온사인, 금장식을 가져다놓은 것 외에 스타디움식 좌석, DJ 부스, 센터 바(Bar), 트럼프 카드 패의 이름을 딴 스카이 박스(고품격 관람 문화 공간)도 갖추었다. 라스베이거스 꽃은 미래다. 직접 와서 보면 안다.

지난해 론칭한 프라이드치킨 전문점 꼬꼬닭을 비롯해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데이비드 록웰과의 협업이 점점 긴밀해지는 듯 보인다.
그와 처음 만난 것은 사실 550 매디슨(550 Madison)에 내년에 문을 열 꽃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는데, 꼬꼬닭과 라스베이거스 꽃을 먼저 선보이게 됐다. 나와 데이비드 모두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라 우리의 협업은 검은색과 흰색이 만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회색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검은색과 흰색이 각각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데이비드와 그의 팀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할 뿐 아니라 자신만의 비전과 디자인을 통해 그걸 뛰어넘는 마술을 발휘한다. 내년 데이비드와 함께 선보일 550 매디슨 프로젝트는 개성 있는 세 가지 컨셉을 아우르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의 걸작이 될 거라 확신한다.

꽃의 성공 가도와 별개로 꼬꼬닭이라는 치킨 브랜드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하다.
내게 레스토랑은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거대한 캔버스다. 꽃은 뉴욕, 마이애미, 싱가포르, 라스베이거스에 걸쳐 전개해온 하나의 시리즈, 즉 ‘스테이크 시리즈’이고, 꼬꼬닭은 ‘치킨 시리즈’라고 보면 된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진정성 있게 모두 깃든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는 꽤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는데, 프라이드치킨이 훌륭한 연결 고리가 돼줄 것 같았다. 6·25전쟁 시기에 미국인이 들여오기 전까지 한국인은 치킨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프라이드치킨을 깊이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75년이 지난 지금,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나는 그 역사를 가장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그 결과가 꼬꼬닭이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세계 최초의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 꽃이 뉴욕에 오픈한 지 8년이 지났다. 지난 8년 동안 변치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변화를 받아들이며 여기까지 왔나?
핵심 가치는 언제나 진실성이고, 그 사실은 한 번도 변한 적 없다. 프랑스인에게는 비스트로와 브라스리가 있고, 이탈리아인에겐 트라토리아와 오스테리아가 있다. 이처럼 나도 늘 한국적인 정체성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꽃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최상급 재료와 뛰어난 요리 실력, 우수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를 높이 평가하진 않는다. 그런 절제와 균형이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고 믿는다. 변하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
2013년 오픈한 당신의 첫 레스토랑 피어라(Piora) 역시 ‘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꽃이라는 테마에 애착을 갖게 된 계기는?
사람들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꽃은 생명력을 발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던 고달픈 시간을 상징한다. 동시에 겨울의 매서운 추위,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와 가뭄,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살아남았다는 사실도. 나 역시 그런 시간을 견뎌왔다. 그 끝에 선보인 나만의 레스토랑이 바로 꽃이다.
호텔 경영도 분야가 다양할 텐데, 그중에서도 요식업을 택한 이유는?
생일, 졸업식, 여름휴가··· 내 유년 시절의 모든 기억 속에는 늘 음식이 등장한다. 아버지는 엄청난 대식가이자 미식가였고, 요리 솜씨가 훌륭해 직접 레스토랑까지 운영했던 어머니는 늘 비평가처럼 날카로운 아버지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는 내게 학교생활에 대해 묻는 대신 “이 송아지 밀라네제 정말 바삭하지 않니?” “스테이크가 너무 익은 것 같니, 아니면 덜 익은 것 같니?”라는 질문을 건네곤 하셨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요식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어머니가 얼마나 애쓰셨는지 잘 알기에, 나는 일찍부터 세계적인 요리사들에게 경영 노하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레스토랑을 열고 싶은 꿈이 생겼고, 그러고 나니 다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렸을 때 직접 경험한 한식과 현재 레스토랑을 통해 소개하는 한식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어머니는 언제나 정성을 다해, 흠잡을 데 없는 솜씨로 가족을 위해 요리하셨다. 삶에서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셨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뉴욕에서 자라며 레스토랑에서 접한 음식은 그에 비해 지극히 평범했다. 보여주는 방식은 물론, 배를 채우기 위함이라는 목적의식도 단순했다. 나는 어렸을 때 누린 것처럼, 생기 넘치는 요리와 식사를 경험하고 싶었다. 보급형 한국 식당이 아니라 어엿한 레스토랑을 뉴욕에 열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내가 직접 경험한 한국의 역사와 미국의 전통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면서 현대적인 매력으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할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부터 환대 방식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고 있다.
드라마 <더 베어>를 보면서 성공적인 레스토랑이 되려면 단순히 맛있는 음식 외에 얼마나 많은 요소가 더 필요한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레스토랑에 가는 것과 전시회에 가는 목적은 결국 똑같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나 예술품을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요일 오후에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그러니 멋진 공간과 음식도 중요하지만, 손님을 즐겁게 하는 것이 레스토랑의 첫 번째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걸 달성하려면 따뜻한 환대, 음악, 분위기, 옷차림, 내가 커플들에게 위트 있게 불어넣는 묘한 기류 등 많은 것이 필요하다.
꾸준히 사랑받는 레스토랑을 위해 진정성 있는 호스피탈리티를 강조해왔다. 팀원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레스토랑이 많은 사랑을 받을수록 우리가 고객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느끼기 쉽지만, 그건 망하는 지름길이다. 우린 칭송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접하기 위해 존재한다. 더불어 고객이 언제나 멋진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낮은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충족하기 어려운 미션이다.
엄선된 40개 레스토랑이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 모여 아시아 음식을 선보이는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를 창설하고 시티 하베스트, 매디슨 스퀘어 파크 컨서번시, 에이펙스 포유스 등 다양한 단체를 통해 기금 모금 활동에 앞장서왔다. 어떤 소신에서 비롯된 행보인가?
한국에서 온 나는 빈손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런 내게 기회를 준 뉴욕이라는 도시와 이곳 사람들과 수확물을 나누는 건 당연하다. 레스토랑은 공동체와 한 몸이다. 공동체가 잘되면 레스토랑도 잘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배고픈 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시티 하베스트,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했던 팬데믹 시기에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굉장한 경각심을 안고 시작한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 올해 각각 무려 180만 달러가 넘는 기금이 모인 에이펙스 포유스와 매디슨 스퀘어 파크 컨서번시 활동을 레스토랑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나는 사업가이기 전에 공동체의 일원이다. 모든 좋은 일과 성과는 공동체와 나눌수록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적 있나?
1년에 두세 번은 한국에 간다. 부모님이 한국에 계시기 때문이다. 15년 전만 해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던 일본의 문화를 부러워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한국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관심사, 활기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그 흐름을 누리고 확장할 수 있어 감사하다.
직접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나? 가족을 위해 가장 즐겨 만드는 메뉴는 무엇인가?
평소에도 요리를 즐겨 한다. 요리할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특히 아이들이 내가 만드는 파스타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만 한식이 당긴다. 나도 ‘아저씨’가 되어가는 걸까?(웃음) 전에는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주로 만들었고, 바깥에서는 여전히 최고급 요리를 익숙하게 접하지만 집밥만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다. 내가 요즘 들어 한식만 먹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나도 믿기지 않는다.
패션 감각도 뛰어나다. 당신의 패션, 음식,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끝내주는(Badass)’. VL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포토그래퍼
- 이현우
- COURTESY OF
- JASON VARNEY(ROCKWELL GROUP), MICHAEL KLEINBERG(ROCKWELL GROUP), GARY HE
추천기사
-
워치&주얼리
에디터 푼미 페토와 함께한 불가리 홀리데이 기프트 쇼핑
2025.12.04by 이재은
-
라이프
과학에 따르면 우리가 실제로 어른이 되는 시점은 이때입니다
2025.12.09by 김현유, Daisy Jones
-
푸드
프라다의 아시아 첫 단독 레스토랑 '미 샹'
2025.03.18by 오기쁨
-
데코
김혜련 작가의 창작이 시작되는 곳
2025.12.04by 김나랑
-
라이프
스포츠? 영화? 올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는 ‘이것’
2025.11.17by 오기쁨
-
엔터테인먼트
작품이 끝나면 제목이 달리 보인다 ‘당신이 죽였다’
2025.11.20by 이숙명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