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옷 입을 땐 ‘패러독스 드레싱’ 딱 하나만 기억하세요
옷 쇼핑도, 남들 옷 입은 것 구경하기도 참 쉬운 세상이죠. 선택지가 많아서일까요? 이제 ‘국민 아이템’이라 할 만한 아이템이 딱히 없습니다. 에디터로서는 빅 트렌드가 희미해져가는 게 참 곤란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저 또한 선택지가 늘수록 땡큐입니다. 이렇게 선택지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과도기에 단 하나의 이론만은 소멸되지 않고 무럭무럭 성장했는데요. 바로 ‘패러독스 드레싱(Dressing Paradoxal)’입니다.

패러독스 드레싱이란,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아이템을 믹스 매치하는 방식입니다. 겉보기엔 어울릴 리 없을 듯하지만 막상 입어보면 놀랄 만큼 멋진 룩이 완성되죠. 몇몇 브랜드가 런웨이 위에서 선보이니, 거리가 호응했습니다. 한동안 ‘잘못된 신발 이론’을 활용한 스타일링이 자주 보였죠. 얌전한 재킷에 멋진 핸드백까지 갖추고서 쪼리를 신거나, 포멀한 재킷과 샤랄라한 실크 팬츠에 아빠들이 신을 법한 투박한 운동화를 매치하는 식입니다. 솔직히 몇 년 전에 이론을 다룬 기사를 지금 찾아보면, 너무 자연스러워 보여서 “이게 그렇게 잘못됐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어떤 아이템이나 스타일보다도 오래 성숙된 규칙이죠. 실험은 끝났습니다.


2026 봄/여름 런웨이에서 여러 걸출한 브랜드가 패러독스 드레싱을 성공적으로 구사했습니다. 끌로에의 셰미나 카말리는 1950년대의 클래식한 꽃무늬 패턴을 아주 짧고 타이트한 드레스에 담아, 관능적으로 비틀었습니다.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 투피스를 투어리스트 티셔츠와 껄렁하게 매치하기도 하고, 시스루 소재로 과감하게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발렌티노에서 자신의 바로크 감성과 미니멀리즘을 엮어 과감하지만 동시에 비워낸 듯한 룩을 완성했죠.


그 흐름의 선두에는 미우치아 프라다가 이끄는 미우미우가 있습니다. 프라다 여사는 한동안 낭만과 실용주의를 교차하는 작업을 반복해왔습니다. 최근 컬렉션에서는 큼직한 플라워 프린트가 들어간 1950년대풍 주방 앞치마를 워크 웨어와 결합했죠. 이른바 ‘로맨틱한 실용성’입니다. 그보다 한 시즌 전에는 고급 주택가에 살 만한 중산층 여성들의 룩에 실크 슬립 드레스를 걸쳐 속옷처럼 보이는 슬립 웨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여기에 팔꿈치 안쪽에 토트백을 툭 걸치는 방식으로 클래식한 감각을 더했죠.


다들 직감했다시피, 패션이 점점 더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더 이상 옷에는 제짝도, 제자리도 없습니다. 각자가 자신만의 룰을 만들어가는 시대죠. 그 중심에는 버질 아블로가 있습니다. 스트리트 감성과 오뜨 꾸뛰르를 결합한 그의 방식은 패션에 새 공식을 제시했죠. 로고가 가득한 후디와 스니커즈는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수트 역시 완벽하게 재단됐지만 실루엣은 훨씬 느긋하고 유연해졌습니다.

틱톡에서 과감한 스타일링으로 주목받는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도 큽니다. 빈티지 감성을 더한 대담한 룩들이 인기를 끌며, 패러독스 드레싱의 토양이 된 겁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스트리트 웨어 붐 역시 흐름에 불을 지폈습니다. 규칙을 깨는 방식으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거든요. 자, 이제 명료해졌습니다. 2026년의 유일한 룰은 ‘자신만의 룰을 만들라’,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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