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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초의 사파리 여성 가이드 팀 ‘초베 엔젤스’, 그들이 상징하는 것

2025.12.11

아프리카 최초의 사파리 여성 가이드 팀 ‘초베 엔젤스’, 그들이 상징하는 것

아프리카 최초의 사파리 여성 가이드 팀 ‘초베 엔젤스’. 그들은 여성 커뮤니티의 상징이 되었다.

초베 국립공원(Chobe National Park)에 들어선 지 불과 몇 분 만에 우리는 코끼리 무리와 마주했다. 지붕 없는 사파리 차량이 부드러운 흙길 위에서 멈춰 서자 어미와 함께 있는 생후 몇 달밖에 안 된 새끼와 눈이 마주쳤다.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새끼 코끼리는 더 이상 배 밑을 지나갈 수 없다고 가이드 벨라(Bella)가 설명한다. 보츠와나 북부에 위치한 이 국립공원에서 코끼리와의 만남은 일상이다. 거대한 코끼리 무리가 대지를 지배하는 ‘거인의 땅’이라 불리는 곳이니까. 또 다른 일상적인 풍경은 바로 여성 가이드의 존재다.

벨라는 초베 게임 로지(Chobe Game Lodge) 소속이자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사파리 가이드 팀 ‘초베 엔젤스(Chobe Angels)’ 멤버다. 초베강 유역에 자리한 이 럭셔리 숙소는 1만1,647㎢ 규모의 공원 내 유일한 상설 로지다. 2010년부터 이곳은 아프리카 보존과 관광의 지형을 바꾼 획기적인 ‘전원 여성 팀’의 본거지가 되어왔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것을 넘어 여성의 역할에 대한 오래된 서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초베 엔젤스’의 영향력은 보츠와나를 넘어 케냐와 잠비아 등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도 여성 전문 가이드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레보(Lebo)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말레보고 망웨가페(Malebogo Mangwegape)는 초베 게임 로지에서 가이드가 된 최초의 여성으로 꼽힌다. 가족이 소와 염소 같은 가축을 기르고 옥수수를 재배하는 작은 마을 라모츠와에서 자란 망웨가페에게 사파리 가이드는 먼 세계였다. 전환점은 신문이었다. 일간지에서 보츠와나 야생동물 훈련원(Botswana Wildlife Training Institute)의 투어 가이드 프로그램 광고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정부 지원 교육 시설인 이곳은 야생동물 관리와 관광을 전문으로 한다. 2006년 수천 명의 지원자 중 망웨가페는 그때까지 남성 위주로 구성된 프로그램에 합격했다. “그런 일은 남자들의 일이라고들 여겼죠.” 그녀가 기억을 더듬는다. 모든 여성이 혹독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과했고, 망웨가페는 초베 게임 로지에 합류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훗날 로지의 대표 가이드가 될 플로렌스 카기소(Florence Kagiso)가 있던 팀에 들어갔다. “2004년 초베는 여성 가이드가 일을 시작한 최초의 로지였다”고 망웨가페가 말한다. “여성은 대부분 사무직으로 근무하니까요.”

19명의 여성은 매일 사무실 대신 국립공원 곳곳으로 흩어져 세계 각지에서 온 로지 게스트들을 위해 차량을 몰고 안내하며 이들을 안전하게 지킨다. 선명한 카키색 바지를 입고 붉은 코끼리 프린트 스카프를 목에 두른 망웨가페는 주변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감지한다. 그녀는 트럭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좁은 흙길을 우아하게 헤쳐나가며 가느다란 나뭇가지 사이를 누비고, 오래된 표범 발자국 앞에 멈춰 서고, 작은 쇠똥구리를 가리키고, 우리 앞을 가로지르는 투구뿔닭(‘초베 치킨’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림) 떼에게 길을 내주기도 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거대한 귀를 부드럽게 펄럭이며 코로 풀과 향긋한 야생 바질을 뜯어 올리는 코끼리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게 바로 초베예요.” 그녀가 말했다. “다른 어디에서도 코끼리와 이만큼 가까워질 순 없을 거예요.”

차분하고 이해심 많은 망웨가페는 코끼리 떼를 세심히 관찰한다. 새끼 코끼리 한 마리가 대담하게 트럭 쪽으로 바짝 다가서자, 그녀는 시동을 걸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덤불 속에 있을 땐 귀 기울이고 냄새를 맡아야 해요. 동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거든요.”

여성 가이드 팀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초베 엔젤스 이니셔티브의 진짜 동력은 로지의 총지배인 요한 브루어(Johan Bruwer)였다. 2004년 그가 부임했을 때, 로지엔 여성 가이드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녀의 전문성과 접근 방식에 방문객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그는 더 많은 여성을 채용하고자 했으나, 심한 문화적 반발과 만연한 회의론에 부딪혔다. “충격적이게도, 전국에 여성 가이드가 다섯 명도 안 됐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 낡은 인식을 바꾸기로 했죠.” 당시 여성이 가이드 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애초에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업자들은 여성이 차량을 물리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현장에서 하는 고된 일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간주해 채용을 꺼렸죠.” 브루어가 회상했다. “하지만 그건 기술적인 문제일 뿐 상식만 있으면 되는 일이거든요.” 브루어 지배인은 채용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역 매체에 광고를 내보내고 보츠와나 야생동물 훈련원에 여성 졸업생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2010년 초베 게임 로지는 여성 가이드 팀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지속하려면 문화 자체를 바꿔야 했다. 브루어는 동일 임금과 포괄적인 출산휴가를 비롯한 정책을 도입하며 여성이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초베 엔젤스의 영향력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선다. 이 여성들은 뛰어난 가이드이며, 브루어는 이 팀을 “더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라 평가한다. 그들의 접근 방식은 사업에도 예상치 못한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장비 파손이 훨씬 적고, 유지 보수 비용도 극적으로 줄었습니다. 남성 가이드는 비포장도로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장비를 험하게 다뤘거든요.” 망웨가페도 동의한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운전해요. 트럭을 아이처럼 다루죠.”

초베 엔젤스의 영향력은 보츠와나를 넘어 다른 나라로 확산되며 케냐와 잠비아의 로지에 유사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 로지는 여성 리더십의 산실로 떠올랐다. 현재 보츠와나 전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가이드 100명 중 절반 이상이 초베 엔젤스에서 가이드로 첫발을 내디뎠다. 브루어는 “여성 가이드 운동이 업계 전반에서 탄력을 받는 것을 보니 정말 흥분돼요”라고 말했다. “덕분에 이 업계가 여성에게 더 활짝 열리고 있어요.”

현재 망웨가페와 동료들은 가이드를 꿈꾸는 보츠와나 전역의 여성들에게 문의를 자주 받는다. 그들은 플로렌스 카기소가 망웨가페에게 건넨 응원의 말을 이제 다른 여성에게 전하고 있다. 그런 흐름은 계속되지만 바탕에는 여전히 그녀가 오래전 깨달은 단순한 진실이 있다. “배낭을 메고 차에 오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져요. 모든 게 평화롭거든요.” VL

    피처 디렉터
    김나랑
    Regan Stephens
    사진
    Courtesy of Chobe Game Lo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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