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루이 비통과 서울의 오랜 우정은 이곳에서 정점을 맞는다.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이 선보이는 매장과 문화 체험형 공간, 미식의 여정에 탑승하기를.


도시와 브랜드는 서로 얼마만큼 지분을 가질까. 롤랑 바르트에게 도시는 여러 사회 문화 요소가 생성되고 소비되는 거대한 기호 체계다. 유명 작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 도시의 복잡다단한 층위가 우리뿐 아니라 이곳에 정착하려는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음을. 글로벌 브랜드가 특정 도시에 자리 잡을 때 그곳의 기호를 읽고 해석하며 즐거운 변주를 시도한다면 그 정체성이 더 공고해질 거라 믿는다.
루이 비통이 그렇다. 1984년 루이 비통이 서울에 첫 매장을 오픈한 후 서울과 영감을 주고받으며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여왔다. 먼저 서울 잠수교에서 열린 2023 여성 프리폴 컬렉션 쇼가 기억난다. 나의 조깅 코스에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울려 퍼지며 힘차게 걷던 정호연은 약간 비현실적이었다. 박서보 화백의 묘법이 물들였던 2025 봄/여름 남성복 캡슐 컬렉션 폴(Fall)은 입을 수 있는 캔버스였고,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역작인 2019년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통창은 서울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였으며, 그곳에 지난 9월 문을 연 르 카페 루이 비통(Le Café Louis Vuitton)의 만두는 지금 이 순간도 다시 먹고 싶다.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 내에 자리한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Louis Vuitton Visionary Journeys Seoul)은 서울과의 우정에 정점이 될 듯하다.
LV 더 플레이스의 6개 층에는 루이 비통 매장, 문화 체험형 공간, 미식의 세계가 전개된다. 매장은 전통 색동 컬러 등 한국 유산의 긍정적인 기운이 깃들었다. 1층부터 4층까지 여성 및 남성 컬렉션을 비롯해 뷰티, 향수, 워치 & 주얼리, 슈즈, 기프트 & 홈 & 트래블 컬렉션을 아우르며, 무엇보다 이곳에서만 선보이는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이 있다. 4층 기프트 숍을 지나면 서울을 위해 특별히 차려입은 비비엔(Vivienne)과 펜슬 파우치를 비롯한 익스클루시브 컬렉터블 아이템이 자리한 아트 오브 기빙(Art of Giving)이 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 때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관람하는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Objects Nomad)를 비롯한 리빙 아이템이 펼쳐진다. 매장에서 시간과 비상금을 탕진할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빠르게 이동했다.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은 문화 체험형 공간이기도 하다. 여행, 장인 정신, 혁신이라는 하우스 유산을 다양한 시노그래피와 몰입형 장치로 소개한다. 입구부터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듯하다. 부아뜨 샤포(Boîte Chapeau, 모자 상자)로 둘러싸인 터널형 트렁크스케이프(Trunkscape)에서 여행의 예술(Art of Travel)로 진입이 시작된다.

5층 기원(Origins) 룸에서는 1896년 모노그램 캔버스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며, 이어 트렁크가 어떻게 시대에 따라 진화해왔는지, 에피 가죽이 하우스의 아이콘인 알마, 스피디 등으로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볼 수 있다. 이어 타임머신처럼 시간의 오브제로 꾸민 워치(Watch) 룸, 휴대용 트렁크와 테이블웨어가 자리한 푸른 색상의 피크닉(Picnic) 룸, 장인 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는 맞춤 제작(Personalisation) 룸, 공방(Workshop) 룸 등이 이어진다.


아이콘(Icons) 룸에서는 니콜라 제스키에르, 퍼렐 윌리엄스를 비롯해 루이 비통에 족적을 남긴 마크 제이콥스, 킴 존스, 버질 아블로의 비전을 담은 오브제가 진열되어 있다.
가장 신선한 공간은 음악(Music) 룸이다. 스튜디오 LV의 토템 바이닐에서 LP가 돌아가는 가운데 여러 악기 케이스와 스피커, DJ 박스가 있다. 이어 협업(Collaboration) 룸에 들어서니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티 미러 룸’처럼 신비로운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이곳은 박서보, 무라카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 등과의 협업을 돌아보며 예술과 장인 정신의 만남을 보여준다.

문화 체험형 공간의 관람을 마무리할 때쯤 르 카페 루이 비통에서 차 한잔 마셔도 좋겠다. 세계적 페이스트리 셰프 막심 프레데릭(Maxime Frédéric)이 디렉팅한 페이스트리와 한국적 감성을 더한 바리스타 메뉴가 기다린다. 달콤한 선물을 해야 한다면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Le Chocolat Maxime Frédéric at Louis Vuitton)의 정교한 초콜릿 컬렉션도 괜찮은 선택이다. 선물은 받는 이가 작은 탄성을 질러야 성공이니까.


그리고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다이닝. 6층에 레스토랑 제이피 앳 루이 비통(JP at Louis Vuitton)이 자리한다. 뉴욕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로 유명한 셰프 박정현(Junghyun Park)이 총괄하는데, 루이 비통에서 처음으로 손잡은 한국 출신 셰프의 한식 레스토랑이다. 5코스의 헤리티지 테이스팅 메뉴는 달걀찜, 간장게장, 고추장으로 맛을 낸 랍스터, 비트와 갈비 소스의 한우 안심 등이다. 마지막으로 쌀 아이스크림, 막걸리 폼을 얹은 감귤 소르베까지, 재해석된 한국의 맛을 음미하며 긴 여정을 되짚어본다. 이 정도면 서울과 루이 비통은 절친이라 해도 될 듯하다.
달콤 쌉싸름한 사랑

흔히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순간을 초콜릿 박스에 비유한다. 열기 전까지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오히려 기대가 된다.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4층에 자리한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은 특별한 초콜릿 상자다. 상상력에서 탄생한 이곳 초콜릿은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하우스가 지켜온 전통, 장인 정신, 감정의 언어를 작은 조각에 응축해 담아낸다. 하우스의 정체성을 초콜릿으로 번역하는 중심에는 세계적인 페이스트리 셰프 막심 프레데릭이 있다. 그는 같은 층의 르 카페 루이 비통의 음료와 디저트 역시 개발했다. 그가 한국을 위해 준비한 초콜릿 상자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을 서울에 선보였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뭘 가장 기대했나요?
이번 프로젝트는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에요. 제가 다뤄온 프랑스 제과와 초콜릿, 장인 정신을 서울에서 직접 보여줄 수 있어 무척 설렜어요. 아주 친한 한국인 페이스트리 셰프 친구가 있는데, 오래전부터 그가 한국인의 디저트 사랑을 얘기해줬거든요. 한국 분들이 어떤 취향과 감성의 디저트를 좋아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저를 설레게 했죠. 그래서 이번 방문은 매장 오픈 이상의 의미가 있었어요. 그 애정을 실제로 마주하고 직접 응답하는 느낌이니까요.
초콜릿은 프랑스인에게 매우 상징적인 디저트죠. 당신에게 초콜릿은 어떤 존재인가요?
초콜릿은 결국 사람에게 닿기 위한 언어예요. 그래서 늘 두 가지를 중요하게 꼽아요. 원료에 대한 노하우와 완성하기까지의 손 기술이죠. 프랑스어로 ‘사부아 페어(Savoir-faire, 숙련된 감각)’라고 하는데요, 제 작업의 핵심은 이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손으로 빚어내는 디테일, 좋은 원료를 고르고 다루는 감각, 그 모든 축적된 경험이 하나의 프랄린, 태블릿 초콜릿에 응축돼 있죠. 또 “가스트로노미는 세계적이지만, 파티스리는 프랑스적”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프랑스인으로서 프랑스가 오랫동안 다듬어온 제과와 초콜릿 노하우를 한국에 이식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단지 프랑스 디저트를 복제해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현지 셰프들을 교육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돕죠. 그런 면에서 루이 비통이 강조하는 장인 정신과도 맞닿아 있어요. 한 입 깨무는 찰나에 사람의 손길과 원료의 역사, 만든 이들의 자부심이 느껴졌으면 합니다.
글로벌 디저트 신은 패션, 예술, 라이프스타일과 자연스럽게 섞이며 새로움을 더해갑니다.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도 그중 하나죠. 이런 흐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는 뭔가요?
늘 ‘나눔(Partage)’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요리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힘이 있고, 페이스트리는 그 자리에 축제의 공기를 더해주죠. 생일,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엔 늘 케이크와 디저트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페이스트리는 그 자체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훌륭한 매개예요. 루이 비통 메종이라는 공간은 하우스가 쌓아온 장인 정신과 창의력, 패션의 유산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무대죠. 저는 패션계 사람은 아니지만 이곳에 서면 언제나 즐겁습니다. 역사와 시간의 공기를 느낄 수 있거든요. 실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루이 비통 공방을 찾아가 장인들이 어떻게 가죽을 다루고 트렁크를 만드는지, 어떤 손 기술이 필요한지 지켜봤는데요. 페이스트리 분야와 많이 닮았더군요. 그들의 장인 정신을 페이스트리를 통해서도 소개하고 싶어요. 초콜릿 숍 입구에 있는 비비엔 초콜릿 작품도 그때의 인상에서 시작됐어요. 루이 비통의 세계를 초콜릿으로 번역한 결과라고 보면 되죠. 이 공간 역시 환대, 환영, 나눔 같은 인간적인 가치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곳이길 바랍니다.
디테일과 장인 정신의 집요함, 창작자의 자유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나요?
그 균형은 아주 자연스럽게 찾게 됩니다. 제 일을 정말 사랑하기에 디테일에 몰두하는 과정 자체가 고통스럽지 않고 즐거워요. 루이 비통과 우리 페이스트리 팀이 공유하는 공통점도 이 디테일에 대한 태도예요. 공방에서 가방을 만드는 장인들의 손동작을 보면 초콜릿을 다룰 때 우리의 제스처와 거의 같습니다. 서로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또 서로의 세계를 직접 방문하며 배우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우리 셰프들이 공방에 가면 아이처럼 질문을 던지고, 또 루이 비통 장인들이 카페에 오면 그렇게 하죠. 이런 교차 지점이 창작자의 시야를 계속 넓혀줍니다.
여러 도시의 컬리너리 커뮤니티를 이끌며 팀원들과 가치를 공유하고, 완벽에 가까운 디저트를 완성하는 비결이 있다면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아주 작은 페이스트리 팀에서 출발했어요. 루이 비통을 찾는 분들에게 환대의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죠. 점차 확장하면서 세계 여러 도시로 퍼져나가게 됐고, 그만큼 우리가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지 더 중요해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장인 정신, 손 기술, 그리고 기쁨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서울 팀과도 파리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 많이 배웠어요. 딸기, 배, 고구마처럼 서울 팀이 일러준 한국의 제철 식재료가 새로운 영감을 주었죠. 이런 과정이 컬리너리 커뮤니티의 본질입니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네트워크예요. 서울의 공간도 루이 비통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적 감각이 살아 있는 장소로 성장할 거라 믿어요.
서울만을 위해 준비한 메뉴가 있나요?
세계 최초로 익스클루시브하게 ‘티타임’ 메뉴를 선보입니다. 정확하게는 제가 한국에 방문하기 일주일 전 르 카페 루이 비통 파리에서 처음 시도한 뒤, 파리 외 지역에서는 서울이 첫 번째 도시예요. 일종의 애프터눈 티 세트인데요, 단순히 티와 디저트 구성이 아니라 하나의 세리머니로 느껴질 수 있도록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프랑스어로는 이를 ‘L’art de la Table’, 즉 테이블의 예술이라고 부르죠. 작은 사이즈의 다양한 창작물이 테이블 위에 펼쳐지며 하나의 세계를 선물하고자 했어요.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 서울의 오픈이 셰프가 아닌 개인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오래 꿈꿨어요. 지금도 제가 서울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할머니와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요. 할머니는 제가 이 길을 가도록 마음을 심어주신 분이고, 아버지는 농장에서 일하며 원료의 세계를 보여주셨죠. 파리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행운인데, 그 경험이 세계로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제게 초콜릿은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사랑이 담겨 있어요. 초콜릿을 만들 때 여전히 우리 가족 농장에서 가져온 헤이즐넛을 쓰는 것도 그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제가 만든 초콜릿을 맛본 이들이 우리 가족이 지켜온 자연과 마음까지 함께 느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여담이지만 제가 15년 전 처음 배운 한국 단어가 ‘사랑해’였습니다. 그만큼 페이스트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누군가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물고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죠. VK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글
- 유승현(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조수민
- COURTESY OF
- LOUIS VUITTON
- SPONSORED BY
- LOUIS VUITTON
추천기사
-
아트
작은 것들을 보듬어보는 전시 3
2025.12.18by 김성화
-
아트
2025년의 마지막, 요리와 식사 초대법을 알려줄 요리책 12
2025.12.01by 박수진, Lilah Ramzi, Emma Specter
-
여행
음악 따라 떠나는 여행, 클래식 축제 3
2025.03.21by 이정미
-
아트
쏟아지는 파도 앞에서 안식을 찾는 사진가, 로망 라프라드
2025.11.26by 김나랑
-
아트
우리는 무엇으로 살까, 올해를 되돌아볼 책 4
2025.12.08by 조아란
-
웰니스
전문가들이 아침 식사로 추천하는 '이 과일', 하루 종일 몸이 가벼워요
2025.12.14by 김초롱, Ana Morales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