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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우는 아이 때문에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요?

2025.12.22

비행기에서 우는 아이 때문에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요?

*해외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엄마의 육아 일기에는 대중교통에서의 일화가 꽤 많더군요. 아무래도 에피소드를 제일 많이 남길 법한 곳이죠. (엄마가 제일 열받았던 곳일 수도 있고요.) 공공장소에서 우는 ‘갓난아이’에 대한 SNS 갑론을박은 시대 불문, 태평양을 넘어서도 똑같은가 봅니다. 직접 겪어보니 저 또한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난감했으니까요. 비행기 탈 일 많은 연말, 미국 <보그> 칼럼니스트 레이븐 스미스(Raven Smith)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더군요. 한번 살펴보시죠.

Getty Images

얼마 전 틱톡에 논란의 영상 한 편이 올라왔더군요. 비행기에서 아이가 45분 동안 울었다며 티켓 대금 환불을 요구하는 영상이었죠. 몇 년 전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열 줄쯤 뒤에 앉은 승객이 아이가 울 수 있다며 미리 손 편지와 귀마개, 사탕이 든 패키지를 돌렸습니다. 정성도 좋고, 상냥하긴 한데, 여기까지만 말하는 게 좋을까요?

사실, 둘 다 이해가 안 됩니다. ‘죄송하지만 이 품 안의 작고 무력한 인간은 제가 어떻게 못해요’ 식의 사과도, ‘왜 이 아이 때문에 내 하루를 망쳤지?’ 하는 이들도요. 연말연시, 대이동의 시기입니다. 이 무렵엔 삼촌, 이모, 조부모, 먼 친척까지 챙겨야 하죠. 특히 갓난아이가 있다면 더더욱요. 레이스 달린 옷으로 아이를 한껏 차려입히고, 온갖 친척의 ‘아이고~’를 받아내러 가야 합니다.

@badgalriri

저는 타고나길 목소리가 큰 편입니다. 그래서 제가 누군가를 방해한다 싶으면 정말 괴롭습니다. 영화관에선 입을 꾹 닫고, 집에서도 스피커폰으로 통화하지 않죠. 하지만 제 딸이 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민망해하진 않아요. 어린아이는 ‘존재는 하되 들리면 안 된다’는 식으로 교육시킬 수 있겠지만, 갓난아이는 다릅니다. 언제 울릴지 모르는 안개 속 경적 같은 존재예요. 게다가 유아기 양육이란 건 그야말로 사투입니다. 거의 재난 영화 수준의 위기를 매 순간 겪어야 해요. 여행 중인 부모라면 다 압니다. 애가 벨트 매야 할 타이밍에 대폭발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는 걸요. 그럴 땐 치토스를 연달아 쑤셔 넣고, 끈적한 손에 더 끈적한 아이패드를 들려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고도 1만 피트 상공, 아이는 고음을 찍고, 부모는 멘탈의 바닥을 찍습니다. 그야말로 환상의 하모니죠.

@badgalriri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는 웁니다. 어휘력도 부족하고, 손발도 제대로 못 쓰는 생명체가 불편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턱받이에 눈물을 쏟아붓는 거니까요. 아이는 기저귀가 축축하면 웁니다. 피곤해도 울고, 배고파도 울어요. 보디수트 안에 붙은 라벨이 따가워도, 바람이 살짝 불어도, <캐치! 티니핑>이 다음 화로 넘어가는 12초 동안에도 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스포티파이 한 해 돌아보기’를 만든다면요? 고음, 저음, 비명, 흐느낌까지 다 들어간 울음소리 모음집일 겁니다. 딱히 즐겨 들은 노래는 없고, 그저 365일간 열창한 본인의 창법만 다양하게 수록된 플레이리스트랄까요.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 아이가 우는 건 부모의 잘못도, 양육 방식 탓도 아닙니다. 미래의 연쇄살인범이 되지 않을 정서 건강한 아이도 웁니다. 영양 상태 양호한 아이도 울고요. 크리스마스 연휴용으로 조용한 아이 한 명쯤 탐나겠지만, 너무 조용하면 오히려 병원 진료가 먼저일지도요.

비행기에서 아이 울음소리 탓하는 사람들은 뭘 기대한 걸까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대중과는 마주치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건가요? 널찍한 좌석을 결제했으니, 방음도 추가로 서비스될 거라 여겼나요? 요즘 소셜 미디어는 각자의 메아리 방이 되어버렸습니다. 내 경험, 내 불편함, 내 컨디션이 전부가 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불편함을 견디는 법은 아예 잊어버린 거죠.

@badgalriri

특히 엄마들을 향한 비난엔 이런 메시지도 깔려 있습니다. ‘왜 당신은 조용히 내 하루 속 풍경이 되지 않고, 존재를 드러내나?’ 이상적인 엄마는, 남의 관심은 바라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침묵 속에서 엄마 역할을 수행하는 성모 마리아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 겁니다.

사람들이 한때는 자신도 울던 아이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인상을 쓰기보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새해 소망을 건네봅니다.

Raven Smith
사진
Getty Images, Instagram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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