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면 우울한 기분이 드는 걸까요?
예전에는 모임에 나가면 늘 도중에 자리를 뜨고 싶었어요. 실컷 재미있게 놀고 나서, 이제는 침대에 들어갈 일만 남은, 아주 영리하고 계획적인 저녁을 보낸 듯한 뿌듯함과 우쭐함을 느끼며 거리를 총총 내달려 집으로 돌아갔죠. 그런데 요즘은 도무지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테이블 위에 빈 잔들과 빵 부스러기만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날 때, 그리고 김 서린 유리문을 붙잡고, 거기에 쓰여 있는 말이 ‘미세요’인지 ‘당기세요’인지 확인할 때가 되면, 아주 끔찍한 기분이 들 테니까요. 떠들썩한 말소리는 사라져 고요해지고, 따뜻한 기운 대신 차가운 공기가 감돌죠. 뱃속에서는 찢어질 듯 날카로운 통증이 가슴을 타고 올라오고요.

원래 드라마틱하게 말하는 편이 아니에요. 꾸며내거나, 과장해서 표현한 것도 아니고요. 저는 1년 정도, 어쩌면 그보다 더 긴 기간 ‘사회적 교류 후 우울감(Post-Socialising Blues)’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기분을 느끼고 있어요. 사람들과 헤어지면 마음속 블랙홀이 입을 벌려요. 피는 공허함으로 부글거리고, 너무, 너무 슬픈 기분이 들죠. 그런 기분이 드는 게 아주 싫어요.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조차 모르겠어요. 모임 자리가 즐거웠던 날에는 더욱 혼란스럽고요.
처음에는 자주 보지 못한 친구들을 만난 날에만 그런 기분이 드는 줄 알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지만, 아이가 생겼거나, 멀리 이사를 가서 반년에 한 번씩 볼 수밖에 없는 친구들과 만난 날 말이에요. 그렇다면 제가 슬픈 것도 당연하겠죠. ‘우리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헤아리다 그런 기분이 들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나중에는 자주 만나는 사람들, 아니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 모임을 한 후에도 슬픈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혹시 모임에서 그다지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닐까? 어느 순간 궁금해졌어요. 제가 갈망하는 만큼 친밀한 교류를 나누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하고요. 우리는 그저 평범한 속도로 대화했어요. 이것저것 이야기하느라 숨이 가쁠 정도로 말을 쏟아내지 않았죠. 7년 전 함께 일했던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오래 이야기했어요. 우리는 마음을 터놓고 말하지도, 서로를 꽉 안아주지도 못했어요. 그러니 제가 슬픈 것도 당연하겠죠. 구운 가지에 60파운드나 쓰고도, 가장 깊고, 어두운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기분은 즐거웠던 날, 최고로 좋은 시간을 보낸 날도 찾아왔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제가 느끼는 슬픔의 이유는 불안감일까요? 아까 왜 그런 바보 같은 말을 했지? 케이티는 진심으로 웃은 게 아니라 웃는 척한 것일까? 사라도 나와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을까? 아니면 그저 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을까? 그러나, 다시 한번 그러나 이것 역시 이유가 아니었어요. 제가 실수를 해도 용서해주고, 심지어는 그 실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안전하고 사랑받고 편안하다고 느낀 날에도 슬픈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사실 그런 날에는 슬픔의 크기가 더 컸죠.

제가 느끼는 기분은 전날 밤이 어땠는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마침내 깨달았어요. 제가 참석했던 그 파티가, 먹었던 그 음식이, 참석했던 그 모임이 좋았든 나빴든, 특별한 자리였든 평범한 자리였든 저는 언제나 마지막에는 공허한 기분이 들었죠. 그 공허함의 이유가 ‘사회적 항상성의 동적 제어를 뒷받침하는 시상하부 회로’에 있을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어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죠.
“쥐를 격리된 케이지에 넣자마자 특정 뉴런들이 활성화되는 걸 발견했다”고 신경과학자이자 하버드 대학교 및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 소속인 캐서린 둘락 교수는 밝혔습니다. 그녀가 운영하는 ‘둘락 연구소(Dulac Lab)’는 쥐의 사회적 행동의 기저에 있는 분자 및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하죠. 둘락 교수는 2025년 2월, 제가 겪는 것과 같은 경험에 초점을 맞춘 듯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녀가 요약한 논문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무리와 함께 있던 쥐 한 마리를 혼자 있도록 떨어뜨려두면 특정 뉴런이 발화하기 시작한다. 쥐가 다시 무리와 만나면 해당 뉴런은 발화를 멈춘다.”
둘락 교수는 이 뉴런들이 쥐의 사회적인 교류를 촉진한다고 봅니다. 홀로 있던 쥐들을 다시 무리로 돌아가게 유도하는 것은, 그것이 생존을 위해 진화적으로 유리한 행동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죠. 심지어 홀로 떨어져 있던 쥐가 무리와 만나 해당 뉴런들이 활동을 멈추면, 사회적 포만감을 나타내는 또 다른 뉴런들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둘락 교수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우리가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먹는 것을 멈추는 메커니즘과 비교합니다. 먹고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행동을 생존에 필수적인 일로 인식하나 봅니다.
하지만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인간’인 저에게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까요? 둘락 교수는 설치류에게서 발견된 뉴런이 인간의 뇌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우리 인간도 “쥐, 개, 코끼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배고픔이나 피로, 갈증을 느낀다”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둘락 교수는 이러한 뉴런이 제가 느끼는 ‘사회적 교류 후 우울감’의 원인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다. 개인이 겪은 경험이나 여러 이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요.
심리학자이자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 우정 연구 센터(Center for Friendship Research) 소장인 제이미 크렘스(Jaimie Krems)는 여기에 진화적 요소가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녀는 “우리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식에 진화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라고 지적해요. 그 말은, 현대의 사회적 교류 방식이 사실은 인간의 뇌가 기대하는 바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의미죠. 쉽게 말해, 우리 조상들의 사회 교류는 지금 우리가 하듯 한순간 갑자기 끝나버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상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며 저녁이 되면 걸어서 귀가했고, 함께 잠을 잤고, 아침이면 다시 만나 서로 도와 아이들을 돌보거나 다른 일들을 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그 후손인 우리는 순간적 고독과 싸우며 살죠.

이 모든 게 저는 잘 이해됩니다.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다 보니, 저의 사적인 교류 시간과 일하는 시간 사이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종일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타인에 대해 질리는 경험을 할 기회가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람 만나는 걸 더욱 갈망하죠. 물론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부분도 있어요. 각자 사는 게 더 바빠지고, 돌보고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늘어나면서 서로 만나기가 어려워진 거죠. 또 그런 사람들은 모임에 나와도 일찍 사라져버려서, 저는 더욱 충족되지 못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요.
크렘스 소장이 제안한 해결 방법이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람들과 헤어진 후에, “도착하면 메시지 줘”, “내일 전화해”, “다음에 언제 볼지 정하자”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일종의 ‘의식’을 치름으로써 혼자 남는 시간에 ‘연착륙’하는 방법이었어요. 크렘스 소장은 통화할 시간이 단 2분밖에 없을 때도 전화를 걸라고 말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가 있기를 기다리거나, 간만에 만나기 위해 미리 약속을 잡는 상황만 기다리지 말고 전화를 하라고요.
저의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면 묘하게 안심이 됩니다. 제가 겪고 있는 현상에 화학적이며 심리적인 이유가 있고, 매우 인간다운 (적어도 쥐다운) 일이란 걸 알게 됐으니까요. 그렇다고 슬픈 기분에 잘 대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긍정적으로 여겨요. 우리 모두는 그저 케이지에 갇힌 쥐일 뿐이라고 사고를 전환하면 어쩐지 기분이 나아지거든요. 다만 아이폰을 쓰고, 에스프레소 마티니도 마시고, ‘죄송하지만, 빵 1인분 더 주실 수 있나요?’라는 말도 할 줄 아는 쥐인 거죠.
어쩌면 저는 계속 우울함을 느낄지도 몰라요. 그래도 앞으로는 우울함에 감사하게 될 거예요. 저의 우울은, 제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이자, 친구들과 다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유도하는 촉진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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