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에디터 선정 2025 베스트 런웨이 룩
2025년에는 21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교체되었고, 2026 봄/여름 시즌 새로운 디렉터의 첫 컬렉션을 선보인 브랜드가 14개를 넘어섰습니다. 브랜드들은 새로운 변혁을 꾀했고, 덕분에 <보그> 에디터들도 꽤 분주했죠. 뉴욕에서 파리까지, 가끔은 상하이와 저 먼 그리스, 손안의 작은 휴대폰을 통해서도 새로운 룩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직접 보고 기록한 수천 개 룩 중에서 특히 에디터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런웨이 룩을 꼽아봤습니다. 2026년을 기약하며, 먼저 손은영 패션 디렉터부터 시작합니다.
손은영 패션 디렉터
DIOR 2026 S/S #7
2025년 4월호 커버 촬영을 위해 디올 메종을 거쳐간 일곱 디자이너의 아카이브를 실물 영접했다. 폭발적 에너지로 디올에 아방가르드한 바이브를 선사한 존 갈리아노와 클래식하고 우아한 비전을 제시한 지안 프랑코 페레. 개인적으로 이 둘이 무슈 디올 이후 메종과 합이 가장 잘 맞았던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8대 디자이너를 역임하게 된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은 갈리아노의 예술적 창의성, 무슈 디올과 페레의 클래식, 그리고 라프 시몬스의 절제미를 모두 겸비했다.

손기호 패션 에디터
PHOEBE PHILO/COLLECTION B #13
2025년 하이패션의 신전은 혼란과 소음으로 가득했다. 소란스러운 바깥 세상과 달리 고요한 아름다움을 지키는 단 2명의 패션 신(God), 미우치아 프라다와 피비 파일로. 그중 단 하나의 룩을 꼽자면 파일로의 이 티셔츠 스타일링이다.

김다혜 패션 에디터
MIU MIU 2026 S/S #42
런웨이에는 ‘쇼’를 위한 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미우치아 프라다는 늘 내 고루한 생각을 깨뜨린다. 단순하든, 독특하든, 그녀가 만들어내는 건 모두가 욕망한다. 이번에는 앞치마다.

신은지 패션 에디터
CHANEL 2026 MÉTIERS D’ART #1
마티유 블라지의 첫 샤넬 쇼에서 턱시도 셔츠를 보고 ‘제법’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뉴욕 지하철에서 펼쳐진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오프닝에 이 룩이 등장했을 때 확신했다. 나는 그가 이 브랜드를 바라보는 방식에 처참히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주연 패션 에디터
JIL SANDER 2026 S/S #30
시모네 벨로티의 첫 질 샌더 쇼를 보고 옷장을 구석구석 뒤졌다. 허리가 한 틈도 남지 않는 리바이스 청바지와 어디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크롭트 니트, 그리고 얇은 핑크색 티셔츠를 꺼냈다.

권민지 디지털 디렉터
VERSACE 2026 S/S #1
신화적 관능에서 일상의 관능으로 각성한 순간. 섹시나 빈티지, 그리고 컬러가 개인적인 취향이 아님에도, 다리오 비탈레의 첫 번째 베르사체, 첫 번째 룩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이었다.

가남희 디지털 에디터
CELINE 2026 RESORT #19
피비 파일로와 에디 슬리먼의 뒤를 잇는 셀린느의 수장. 그 타이틀만으로도 부담스러운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 데뷔 쇼는 나에게 반전 드라마 같았다. 블랙 재킷과 데님 팬츠에 우아하게 연출한 스카프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컬러 조합과 스타일링. 하우스 아카이브를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룩을 보면서 셰익스피어의 말이 떠올랐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조영경 디지털 에디터
COURRÈGES 2025 F/W #1
꾸레주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은 내 인생 첫 패션 위크에 첫 쇼였다. 쇼가 시작되며,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색종이들이 바람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를 걸어나온 첫 번째 모델이 입은 직선적인 실루엣의 미니 드레스, 길게 늘어뜨린 스카프, 그리고 정갈하게 붙인 머리와 캣아이 메이크업까지. 어떠한 빈틈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니콜라 디 펠리체의 다짐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첫 패션 위크, 첫 쇼, 첫 번째 룩을 본 그 순간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연하다.

황혜원 웹 에디터
MAISON MARGIELA 2025 ARTISANAL #38
단단히 조인 코르셋 위로 투명한 저지 소재의 드레스가 흩날리는 순간, 메종 마르지엘라는 글렌 마르탱의 것이 되었다. 한밤중 벨기에의 성안을 조용히 거닐 것만 같은 고딕의 여인은 완벽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투명하게 내보인다.

안건호 웹 에디터
GUCCI 2026 S/S RTW LOOK 20
뎀나를 좋아한다. 아니, 그를 존경한다. 뎀나만큼 정확하게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디자이너도 없기 때문이다. 베트멍과 발렌시아가는 분명 우리가 옷을 보는 방식을 바꿔놨다. 뎀나는 시작부터 남달랐던 구찌 데뷔 컬렉션을 공개하며 ‘캐릭터 드레싱’의 시대를 선언했다. 흡사 마블의 슈퍼히어로처럼 이름이 붙은 모든 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켈레와 뎀나의 미학이 정확히 50 대 50 비율로 섞인 ‘L’Influencer’.

하솔휘 웹 에디터
PRADA 2026 S/S RTW LOOK 30
평생 무채색 일색에, 낯간지러운 옷은 못 입는다. 하지만 벙벙한 차콜 재킷 사이로 레몬색 색종이를 구긴 듯한 스커트가 빼꼼 보이는 룩이라면 시도해보고 싶다. 더군다나 그게 프라다라면! 미우치아 프라다의 ‘패러독스 드레싱’이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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