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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각이 없다며 이별을 고한 전 남친, 왜 바로 다음 여자와는 결혼했을까요?

2026.01.06

결혼 생각이 없다며 이별을 고한 전 남친, 왜 바로 다음 여자와는 결혼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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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이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제는 고전 반열에 오른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에서 언급된 이론입니다. 몇 년 동안 한 남자와 사귀었는데, 그는 좀처럼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였어요. 결국 당신과 그 남자는 헤어지죠. 하지만 그는 바로 다음에 만난 여자와 갑자기 결혼합니다. 거의 모든 여성이 한 번쯤 목격하거나, 직접 겪어본 상황이죠.

여기에 대해 미란다는 ‘택시 이론’을 내놓았습니다. “남자들은 택시 같아. 어느 날 갑자기 결혼할 준비가 됐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는 거야. 아이도 갖고, 가정을 꾸릴 준비가 됐다고 말이야. 그러면 택시의 빈 차 표시등이 켜지는 거지. 때마침 택시를 불러 세운 여자가 바로 그의 아내가 되는 거고.” 이 이론에 따르면, 아무리 잘 맞는 남녀라도 남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결혼에 골인하기 어렵습니다.

미란다의 ‘택시 이론’은 방영 당시 큰 공감을 얻었고, 25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현실에서도 이 택시 이론이 그대로 적용될까요? 연애·결혼 상담 전문가들은 일정 부분 맞는 면이 있긴 하지만, 미란다가 말한 것처럼 단순하고 냉소적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결혼을 미루던 남자가 ‘다음 여자’와 갑자기 결혼을 선택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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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 결혼을 선택하게 될까요? 여러 면에서 이렇게까지 잘 맞을 수 없는 사람과 사랑에 빠졌을 때일까요?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했을 때일까요? 안타깝게도 결혼은 사랑만으로 결정되는 일은 아닙니다.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죠. 미국 플로리다에서 활동하는 부부 상담가이자 팟캐스트 ‘더 커플드(The Coupled)의 공동 진행자 나리 제터(Nari Jete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녀 모두,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심리적으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다만 이 ‘준비’ 상태에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사회가 각각의 성별에 요구해온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남성은 가정을 경제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이나 수입을 갖추기 전까지는 결혼할 자격이 없다고 느끼게끔 사회화되어왔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커리어와 직업을 최우선으로 삼게 되죠.”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의 결혼·가족치료학과 부교수 몰리 버츠(Molly Burrets)의 말입니다. 자신과 가족을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어야, 남성은 스스로를 ‘진짜 어른’이라고 느끼게 된다는 뜻이죠.

반면 여성은 오랫동안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생물학적 시계, 그리고 현명한 아내이자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문화적 가치의 영향이 컸죠. 그러나 현실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남편과 소득이 같거나 더 많은 여성의 숫자는 3배로 늘어났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기대는 여전히 많은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언뜻 택시 이론은 제법 잘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떤 남자가 ‘결혼 생각이 없다’며 이별을 선언해놓고, 왜 곧바로 다음 여자와는 결혼하는지 어느 정도 설명해주죠. 그 사이 남자가 커리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거나, 수입이 대폭 늘어났거나, 집을 구했다거나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연애 이론이 그렇듯, 택시 이론 역시 한 사람의 선택이라는 복잡하고 개인적인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면이 있습니다.

과거의 연애를 되짚거나 친구의 연애담을 듣다 보면, 별다른 곁가지 없이 깔끔한 택시 이론의 위로를 받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라는 이유는 얼마나 간편한가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택시 이론보다 훨씬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라 말합니다. 마치 이 이론이 딱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조차 말이죠. 그저 타이밍의 문제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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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람과 더 잘 맞았을 수 있습니다

내가 알던 그와 새신랑이 된 그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나요? 나보다 다음 사람과 더 잘 맞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새로운 파트너가 가치관, 소통 방식, 생활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잘 맞았을 가능성이 크죠.” 나리 제터의 말입니다.

이별의 상처 때문에 ‘보편적 이론’에 기대게 됩니다

이별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데 상대의 결혼 소식까지 이어진다면, 충격과 분노, 그리고 슬픔의 연속이겠죠. 우리는 복잡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수록 단순한 설명에 기대고자 합니다. 버레츠 박사에 따르면 이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방어기제입니다.

새로운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합니다.

새 연인은 정신적으로 훨씬 명료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연인 사이에는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나 오래된 문제가 없죠. 비교적 ‘깨끗한 출발’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나리 제터의 설명입니다. 이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남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테지만요.

이별이 그를 성장시켰을지도 모릅니다

이별은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곤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와의 이별이 그를 성장시켜 가정을 이루고 싶게끔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이별의 아픔에 대한 심리 상담을 받고, 의사소통 방식을 돌아보며, 다음 관계를 위한 기준과 경계를 명확히 하는 과정을 거쳐서 말이에요. 새 연애를 시작한 그의 모습이 갑자기 변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오랜 내적 작업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결혼을 선택합니다. 그 이유가 중대할 수도 있지만, 사소할 수도 있어요. 어떤 이유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어떤 이유는 끝내 설명이 안 될 수도 있고요. 아무리 택시 이론이 매력적이라 해도, 우리가 미련 없이 잊고 싶어 하는 전 남친의 행보를 완벽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Jenna Ryu
사진
Getty Images
출처
www.vogu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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