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K-뷰티 크리에이터, 니나 팍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니나 팍. 정성과 절제로 완성하는 K-뷰티 크리에이터의 미학.



메이크업 아티스트 니나 팍(Nina Park)의 손을 거친 얼굴엔 기교보다 감정이, 완성보다는 분위기가 먼저 깃든다. 브러시를 들기 전, 그녀는 상대의 에너지를 읽고, 빛이 얼굴선을 타고 흐르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얼굴 위에 뭔가를 더하는 게 아니라 본질을 드러내는 일. 15년간 쌓아온 커리어는 화려하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건 오히려 비움이다.
조 크라비츠, 그레타 리, 엠마 스톤, 마가렛 퀄리··· 함께한 배우들의 얼굴엔 공통점이 있다. 과하지 않지만 강렬하다. 절제된 아름다움의 힘을 증명해온 그녀는 이들에게 특정한 룩을 만들어주는 대신 자기답게 빛나는 법을 찾아줬다. 우리의 1월호 커버 스타인 그레타 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니나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제 피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났죠.” 미국에서 자라며 익숙했던 획일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이 니나의 손끝에서 비로소 해체된 순간이었다.
전 세계를 휩쓴 K-뷰티 열풍에 대해 묻자 니나 팍은 미소를 띠며 답한다. “단순히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에요. 정성과 의도, 그 안에 담긴 진심 어린 마음과 세심한 태도의 결과죠.”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가 한국인으로서 자연스럽게 익힌 그 ‘마음’ 역시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미국 <보그>로부터 ‘완벽한 립 라인의 대가’로 불리는 그녀는 자신만의 메이크업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뷰티 시장에 또 하나를 보태는 게 아니다. 세상에 없는 것, 정말 필요한 것을 만들겠다는 마음이다. 현장에서 손에 쥐고 싶었던 것, 늘 키트에 있었으면 했던 것들. 그녀만의 언어로 빚어낼 제품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당신은 아름다움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제게 메이크업은 꾸미는 행위보단 감정을 만드는 일에 가까워요. 메이크업 자체보다 그 얼굴이 품은 분위기를 먼저 보거든요. 절제와 균형 속에서 그 사람만의 무드가 앞으로 나오도록 하는 게 제 목표예요. 부드럽고 입체적이면서도 솔직한 느낌으로요. 분위기가 제대로 살면 사람이 먼저 보이고, 메이크업은 뒤에서 조용히 받쳐주잖아요.
당신의 작업을 장르로 표현한다면 어떤 영화에 가까울까요?
조용하고 감정적인 인디 영화요. 대사보다 무드로 말하는 영화가 좋아요. 느낌으로 움직이는 영화에 끌리죠. <패스트 라이브즈>도 그래서 정말 좋아했어요. 절제된 연출, 소소한 순간에 느끼는 감정. 그런 게 자연스럽게 제 작업에도 배어나는 것 같아요.
메이크업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보는 건 뭔가요?
에너지요. 기술적인 것보다 먼저 그 사람 자체를 느끼려고 해요. 몸을 어떻게 가누는지, 어떻게 숨 쉬는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그다음 빛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방식을 보고, 골격을 보고, 마지막이 피부예요. 에너지가 모든 걸 결정해요. 메이크업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려주거든요.
그 에너지를 메이크업으로 담아내는 당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그들이 편안할 때 만나려고 해요. 조용하고 내향적이면 부드러운 톤으로, 에너지가 넘치면 그 힘과 존재감을 살리죠. 특정 룩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답되 좀 더 중심이 잡히고 열린 느낌을 주는 게 목표예요.
어릴 때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나요?
잡지를 펼쳐놓고 펜으로 입술을 다시 그리고 속눈썹을 덧그리면서 놀았어요. 엄청난 매거진 키드였죠. 페인팅을 공부하면서 색감, 빛과 그림자 사이 공간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어요. 지금도 메이크업할 때 한 번에 진하게 그리는 게 아니라 얇은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아요. 빛이 자연스럽게 머무는 곳에 집중하고요. 덮는 게 아니라 드러낼 면을 찾아내고 나머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거죠.
한국인으로 자란 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한국인인 제게 늘 아름다움은 퍼포먼스보다 하나의 의식 같은 것이었어요. 정성스러움, 섬세함, 은은함. 그게 지금 제 메이크업 스타일을 만들었어요. 사려 깊고, 얼굴을 존중하며,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것 이상을 추구하는 마음이요.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해준 배우가 있나요?
모든 클라이언트에게서 배우지만, 조 크라비츠는 특별했어요. 심플함에 담긴 조용한 자신감의 힘을 가르쳐줬죠. 그녀의 얼굴엔 많은 게 필요 없어요. 최소한의 손길이 어떻게 가장 강렬할 수 있는지 배웠어요. 그레타 리를 보며 에너지가 아름다움을 어떻게 바꾸는지 깨달았고요. 그레타의 얼굴엔 특유의 긴장감과 빛이 있어요. 그걸 이해하니까 메이크업으로 무드를 만드는 것이 훨씬 정교해졌어요.
그녀의 헤어를 담당하는 제니 조(Jenny Cho)와 함께 그레타 리의 <할리우드 리포터> 커버를 장식했어요. 세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이 느껴지더군요. 촬영장에선 어땠나요?
서로를 알아온 시간이 길어서였을까요? 방 안에 신뢰가 있으니 모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죠. 그레타가 첫 테스트 샷을 찍기 위해 조명 속으로 들어섰을 때, 모든 게 익숙한 리듬으로 흘러갔어요. 우린 모두 한국인이고, 함께 쌓아온 시간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유대감이 있었죠.
배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어떻게 대처하나요?
먼저 마음부터 안정시켜요. 조용히 시간을 갖게 하거나 짧게 대화를 나누죠. 마음이 가라앉으면 피부에 빛과 혈색을 되돌리는 데 집중해요. 살짝 따뜻한 톤, 가벼운 하이라이트, 부드러운 터치. 그런데 진짜 차이를 만드는 건 감정의 변화예요. 마음이 통하면 기분도, 얼굴도 살아나거든요.
연령이 다른 여러 배우를 만나면서 배운 점도 많겠어요.
모든 피부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럼요. 저는 세월이 조금 묻어 있는 피부가 좋아요. 너무 매끄럽거나 완벽하게 매트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며 체온이 느껴지는 피부. 자연스러운 질감과 미세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해 뭔가 말해주는 느낌이거든요. 솔직해 보이는 얼굴이 좋아요.

레드 카펫이나 중요한 촬영에서 시간이 촉박할 때도 절대 생략하지 않는 단계가 있나요?
속눈썹 컬링이죠. 마스카라 없이도 속눈썹만 말아 올리면 눈이 앞으로 나오면서 바로 또렷해져요. 얼굴 전체가 열리거든요. 볼과 입술에 쓰는 멀티 제품도 좋아해요. 빠른 데다 확실한 효과가 있으니까요.
절대 없으면 안 되는 필수 제품 다섯 가지는?
좋은 뷰러, 컨실러, 아이브로우 펜슬, 립 라이너, 크림 블러셔!
K-뷰티 열풍, 어디서 온다고 보나요?
기술력은 말할 것도 없고, 텍스처, 패키지 하나하나까지 정성껏 만들잖아요. 뭘 발라도 자연스러워 보이는 감각도 한몫했고요. 제품이 피부 위에 놓이는 게 아니라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 사람들이 그 부드러움에 끌리는 것 같아요. 매우 인간적이거든요.
K-팝이 메이크업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는데, 현장에서 체감되나요?
확실히 달라졌어요. 재밌어졌죠. K-팝 아티스트의 메이크업을 보면 아이라인 각도 하나로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잖아요. 입술도 립 라이너로 윤곽을 그리는 게 아니라 번지듯 바르고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자연스럽게 퍼지게 하고요. 피부도 매트하게 덮지 않고 반투명의 빛나는 느낌에 집중하죠. 이런 디테일이 조용히 스며들면서 메이크업을 보는 시선 자체가 바뀐 것 같아요. 완벽하게 칠한 얼굴보다 피부가 건강해 보이는 얼굴을 선호하게 됐고요. 할리우드에서도 그런 섬세한 디테일과 스토리텔링에 주목하고 있어요.
평소 어떻게 재충전하나요?
조용한 아침을 보내려고 해요. 스킨케어도 공들여서 하고, 음악도 듣고, 산책을 하죠. 제 중심을 되찾으려면 고요함이 필요하거든요.
일이 힘들 때나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요?
일단 멈춰요. 왜 이 일을 사랑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죠.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얼굴, 빛, 감정 같은 단순한 것들을 떠올리면서 저를 느리게 만드는 것들에 집중해요. 자연일 수도 있고, 갤러리의 작품이나 영화일 수도 있고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큰 힘이 돼요. 영감은 좇을 때는 안 오고, 손을 놓을 때 찾아오더라고요.
앞으로 기대되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제 메이크업 라인을 통해 제 이야기를 전해보고 싶어요. 지난 15년의 다음 챕터 같은 느낌으로요. 깊이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제품을 만들고 싶고요.
어떤 제품이 될지 힌트를 준다면요?
생각 없이 손이 가는 제품이죠. 제 얼굴을 완성해주는 것들. 자연스럽게 혈색을 살려주거나 물들인 듯 자연스러운 립 제품, 가볍지만 입체감을 주는 아이 제품. 또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도 만들고 싶어요. 늘 키트에 있었으면 했던 거요. 이미 있는 걸 더 만드는 건 관심 없어요. 본능적으로 손이 가는 필수템, 얼굴을 바꾸는 게 아니라 받쳐주는 것들, 누군가 자기 얼굴을 더 사랑하게 하는 제품이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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